‘전쟁 강행’ 푸틴, 물밑에선 휴전 협상…우크라, 수용 어려워
● “푸틴, 현 상황을 휴전 최적기라 판단”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3일 러시아 전직 고위 관료 및 미국과 해외 관료들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적어도 9월부터 여러 외교 채널을 통해 휴전 용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 6월 우크라이나 대반격 시작과 러시아 민간 용병회사 바그너그룹 전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 반란을 겪으며 전쟁에 대한 불안이 가중됐다는 것이다. NYT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이후 푸틴 대통령은 긴장한 모습을 보였고 불안감을 느꼈다”며 “시간이 좀 지나서야 매일 하던 아침 수영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공개되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북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을 몰아낸 지난해 가을에도 푸틴 대통령은 휴전 협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은 당시 우크라이나가 전장에서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보고 휴전 협상을 하길 원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이 물밑 협상에 나선 배경에는 내년 3월 러시아 대선이 있다. 대선을 앞두고 전쟁 장기화에 대한 국내 비난 여론을 잠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NYT는 “푸틴 대통령은 옛 소련 영토를 되찾겠다는 사명에 집착하기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평범한 일상에 대한 열망이 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전·현직 관료들은 NYT에 전황은 교착 상태이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약화되고 있으며, 중동 전쟁으로 국제사회 관심이 낮아진 현재 상황이 휴전 적기라고 전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지 않는 점도 휴전 환경 조성을 위한 움직임이라고 NYT는 봤다.
● 우크라, 휴전 조건 수용 어려워
미국 관계자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까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해선 계속 통치하는 방안을 휴전 조건으로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도 내년 3월 대선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헤르손 등 동남부 지역을 장악했다. 이 지역들과 2014년 강제병합한 크림반도를 연결하면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다. 미 관료는 “푸틴 대통령이 (휴전 협상) 거래에 열려 있다고 신호를 보내는 등 더 구체적인 제안을 받길 기다리고 있다”고 NYT에 말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점령지에서 러시아군 완전 철군을 비롯한 ‘평화 공식(Peace Formula)’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푸틴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은 법으로 금지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지우기’에 나서며 항전 의지를 드러냈다. 그동안 세계 표준 그레고리력보다 13일 늦은 율리우스력에 따라 1월 7일에 지내던 성탄절을 올해는 12월 25일에 기념하기로 했다. 러시아와 함께 정교회 국가인 우크라이나는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그레고리력을 도입했지만 성탄절 같은 축일은 율리우스력을 따랐다.
다만 내년 11월 미 대선까지는 러시아가 휴전 협상을 공식 개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 우선주의’를 천명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러시아 관료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해지면 푸틴 대통령은 또 생각을 바꿀 수 있다”고 NYT에 말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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