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30년 아파트 안전진단 면제 방침···정비사업 활성화 ‘글쎄’

윤지원 기자 2023. 12. 24.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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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1월 중 재개발·재건축 완화 방안 발표
윤석열 “안전성 대신 노후성으로 재건축 따져야”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랑구의 소규모주택정비 관리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지를 방문해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함께 현장을 시찰한 모습.

윤석열 대통령이 3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은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재개발·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도록 규제완화를 지시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러나 시장에선 ‘사업성 부족’을 근거로 더 많은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어 안전진단을 없애는 것만으로 실효성을 가지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시장에 끌려다닐 경우 투기 수요만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 중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다. 정부 발표는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서울 중랑구 모아타운(소규모 주택정비 관리지역)에서 밝힌 “재개발·재건축 착수 기준을 노후성으로 완전히 바꿔야한다”는 발언을 중심으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안전진단 규제를 크게 낮췄음에도 사업 속도가 나지 않자, 노후주택은 재건축 인허가 허들을 아예 없애버린다는 것이다.

안전기준 절차가 면제되면 1995~1999년 준공돼 건축연한 30년이 임박한 아파트들이 수혜를 받게 된다. 노원구 중계·상계동, 중랑구 신내동, 강서구 등촌동, 용산구 이촌동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에는 준공 30년이 되기까지 기다렸다가 주민들이 회당 1억~2억원씩을 모아 안전등급 ‘D~E’ 등급이 나올 때까지 진단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준공 30년이 되면 곧바로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에 착수할 수 있어, 정비사업 기간이 최소 1~2년 원칙적으로 단축된다.

문제는 사업성…경기 침체에 건설사들 수주 60% ‘뚝’

부동산 업계에서는 안전기준 면제만으로 재건축 사업 전반을 활성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윤석열 정부는 지난 1월 안전진단 평가 항목인 구조안전성 비중을 50%에서 30%로 낮추고 공공기관 적정성 검토(2차 안전진단)는 사실상 폐지하는 식으로 안전진단 규제를 완화했다. 문재인 정부 5년간 65건에 그쳤던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 건수는 올해만 160건이 넘게 나왔다.

그럼에도 재건축 사업이 활기를 보이지 못한 것은 ‘낮은 사업성’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 공사비 인상 등 여파로 건설사들이 알짜 사업만 골라하는 옥석 가리기가 계속되면서 시공사 선정부터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많았다. 응찰자가 없어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노량진1구역이 대표적인 예다. 10대 건설사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올해 1월부터 이달 17일까지 16조5400억원으로 지난해 40조3050억원에서 60%가량 급락했다.

현장에선 현재의 용적률 규제로는 재건축 추진의 매력도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현행 도시계획법 시행령상 2종 일반주거지역 최대 용적률은 250%다. 이미 30년된 아파트 가운데 200~300% 용적률인 곳이 많아, 기부채납 등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300%)으로 변경되어도 사업성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재건축 대신 기부채납을 하지 않아도 되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단지가 용적률 300%를 넘긴 서울 용산구 이촌동 내 1990년대 준공 아파트(한강대우, 우성, 한가람, 코오롱, 강촌)들이 대표적이다.

‘더 풀어달라’ 요구…공급·공공성 중요한 정부 딜레마

정부가 안전진단 규제완화 방침을 밝히자 현장에선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리모델링 사업도 규제를 풀어달라거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면제 구간은 최근 법개정을 통해 3000만원에서 8000만원까지 늘어났는데, 이 면제 구간을 더 확대해달라는 요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정비사업을 통해 도심 공급을 늘려야할 정부가 시장성에만 초점을 둘 경우 해당 지역의 집값 전반을 끌어 올려 주거약자를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용적률 상향이나 초과이익 부담금 추가 완화는 투기 수요를 자극할 위험이 있어 쉽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로썬 공공성도 찾아야하고 공급도 늘려야하는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니까 답이 안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값이 비싼 지역보다는 개발이 덜 된 저가주택 지역을 중심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주택가격에 의한 주거지 분리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는 저가주택 군집지역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원활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저가주택 군집지역의 환경 개선은 이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저렴한 주택 공급과 공공임대주택, 주거급여 지급 등 주거복지정책과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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