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42년 역사에 이런 포수진 있었을까…'멘토이자 리더' 80억 유강남에게 달린 '포수 왕국' 초석
[OSEN=조형래 기자] “롯데의 포수진은 리그에서 최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롯데 자이언츠의 42년 역사상 이런 포수진은 없었을 것이다. 주전부터 백업까지 모두 10개 구단에 뒤지지 않는 가치를 지는 포수진을 보유하고 있다. 주전 포수 유강남은 리그에서 최고의 프레이밍을 자랑하는 포수로 자리 잡았고 정보근은 수비와 투수리드에서 가치를 인정 받으면서 백업포수 중에서는 최상급 선수로 평가 받고 있다. 여기에 군 문제까지 해결하고 강력한 송구까지 뽐내면서 차기 국가대표 안방마님 후보로 거듭난 손성빈까지. 주전과 백업, 유망주급 선수가 모두 1군에서 가치를 인정 받은 포수진을 꾸렸다.
올해 새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롯데 포수진은 리그에서 최상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유강남은 출전한 경기 수가 워낙 많고 젊은 포수들도 있기 때문에 내가 경험했던 부분들을 조언해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롯데 역사상 최고 포수는 여전히 강민호(삼성)이라고 볼 수 있다. 팀을 떠난지 벌써 6년이 넘었지만 롯데 구단 포수 역사에서 강민호의 이름을 빼놓고 설명할 수는 없다. ‘스탯티즈’ 대체선수대비승리기여도(WAR) 기준으로 롯데 포수 최고 시즌 순위를 매기면 강민호가 1위부터 10위까지 강민호의 이름이 8번 등장한다. 2011년 WAR 5.38을 기록했고 2008년 5.37, 2015년 5.23으로 상위 3자리가 모두 강민호가. 4위는 故 임수혁으로 1996년 5.04의 WAR을 기록했다. 5위부터 9위까지도 모두 강민호다. 그리고 2001년의 최기문(현 파주 챌린저스 감독)이 3.26으로 10위에 자리했다.
올해 유강남을 4년 80억 원의 FA 계약으로 영입하기 전까지 롯데는 강민호 후계자를 찾는데 시간을 허비했고 5년의 시간 동안 한 번도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했다. 올해 유강남을 데려온 뒤에는 가을야구 경쟁을 6월까지 이어갔지만 팀 전체가 추락하는 흐름을 맞이하면서 포스트시즌에 실패했다. 6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유강남은 올해 다소 부침을 겪었다. 시즌 초반 타격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시즌 중후반부터 타격이 살아나면서 기여도가 높아졌지만 타율 2할6푼1리(352타수 92안타) 10홈런 55타점 OPS .726의 성적은 본인 스스로도 아쉬움이 남는 성적이었다. 유강남은 시즌이 끝나고 “적은 금액을 받고 온 것이 아니라서 스스로 부담감이 있었다. 팀도 매일 이겼으면 좋겠고 나도 좋은 타격을 해서 점수가 났으면 좋겠다는 부담이 컸다”라면서 “내가 후반기에 했었던 만큼의 절반을 시즌 초반에 했어도 우리 팀이 더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즌이 끝났기에 아쉬움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점인 프레이밍, 투수들과의 호흡 면에서는 롯데 투수들과 빠르게 합을 맞췄다. 올해 롯데의 평균자책점은 4.16으로 중위권이었다. 2022년 4.45(9위), 2021년 5.37(10위) 2020년 4.64(6위) 등과 비교하면 수치를 현격하게 낮췄다. 시행착오가 없지는 않았지만 유강남은 롯데 투수들을 잘 이끌어나갔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은 3.98로 리그 3위에 해당했다.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KT(3.80), LG(3.96)과 대등한 투수진이었다. 수비의 도움이 조금만 따라줬더라면 롯데는 어쩌면 ‘유강남 효과’를 제대로 체감했을 수 있다. “팀 평균자책점을 3점대로 마무리하지 못해서 아쉽다. 그래도 최근 3~4년 동안은 가장 낮은 수치였다. 조금 더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면서 아쉬우면서도 자부심을 전하기도 했다.
김태형 감독은 유강남의 경험을 신뢰하고 있다. 포수 출신 감독으로 그동안의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김태형 감독이다. 선수단 상견례 자리에서 가장 먼저 부른 선수도 유강남이었다. 유강남은 “투수들의 성향에 대해 감독님이 느끼신 것, 내가 느낀 것을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신예 및 백업급 선수들이 참가하는 마무리캠프에 두 턴 가량을 참가했다. 김 감독은 당시 “타격 보완을 위해서 훈련에 나오라고 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건 내가 투수들에게 물어볼 게 많아서 부른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LG에서부터 유강남은 사실상 백업 포수의 도움 없이 거의 나홀로 시즌을 이끌다시피 했다. 많은 이닝을 소화한 포수라는 훈장은 어쩌면 백업포수의 부재와도 연결지을 수 있었다. 그러나 올해 ‘금강불괴’의 유강남도 탈이 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7월 말 내복사근 파열 부상으로 20일 가량 1군에서 자리를 비웠다.
이때 롯데는 사실 유강남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정보근과 손성빈이 맹활약을 했다. 분명 미완의 대기인 선수들이지만 현재와 미래 가치는 리그에서 손꼽힐 정도다. 이들은 언젠가 유강남의 후계자가 되어야 할 선수들이다. 포수의 커리어는 긴 편이지만 올해 31세의 유강남 후계자도 부지런히 준비해야 한다. 정보근이나 손성빈이 바통을 이어받아야 한다.
강민호 후계자 찾기에 미적지근했기에 지난 5년의 세월을 허비했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단이 해야할 몫이 있고 유강남도 포수 왕국의 리더로서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유강남 개인과 롯데 포수진 전체의 동반 상승을 위한 일이다.
유강남은 “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포수 파트에서 조금의 허점이라도 보이지 않게 스프링캠프부터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 꾸준히 좋은 평가를 들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물론 약점이나 허점이 보일 수도 있지만 그것을 최소화 해서 ‘포수 강국’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실제로 유강남은 손성빈을 비롯한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다. 손성빈은 시즌 중 “그동안 생각없이 사실 그동안 야구를 생각없이 봤다. 하지만 전역하고 코치님과 (유)강남이 형의 조언을 듣고 야구를 생각하면서 보기 시작했다”라면서 “강남이 형이 상황에 따라 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보니까 배우고 느끼는 게 많은 것 같다. 강남이 형은 제가 경기에 나가면 박수도 많이 쳐주고 잘했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신다. 그리고 밥을 사주시면서 많은 조언들을 이해하기 쉽게 해주신다. 강남이 형이 본인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해주고 계신다"라면서 선배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바 있다. 80억의 멘토로서 롯데 안방의 미래를 구축하는데 진심이었다.
김태형 감독 야구의 시작은 결국 안방이다. 두산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쾌거를 이룩했을 당시, 양의지(두산)와 박세혁(NC)이라는 리그 최상의 포수진을 키워냈다. 이들은 FA 대박까지 터뜨린 포수가 됐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팀에서 유강남을 필두로 한, 새로운 포수 왕국을 꿈꾸고 있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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