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오션 주주 돈으로 HMM 인수하려는 하림… 커지는 ‘산은 책임론’

김보연 기자 2023. 12. 2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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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옛 현대상선)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HMM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림은 6조원가량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하림은 HMM 인수 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인데, 대규모 팬오션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면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이란 지적도 나온다.

하림은 HMM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약 6조4000억원 중 최대 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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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오션 대규모 유상증자 시 주식가치 희석
노조 “하림 자금력 약한데 매각 강행” 지적

HMM(옛 현대상선) 경영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의 자금 조달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HMM 매각을 주도한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하림은 6조원가량의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검토 중이다.

최대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현재 팬오션의 시가총액이 1조9939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하림은 HMM 인수 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인데, 대규모 팬오션 유상증자까지 진행하면 사실상 ‘무자본 인수합병(M&A)’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 안팎에선 산은이 하림의 무리한 자금조달계획을 승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팬오션 주가는 유상증자 가능성이 거론되며 지난 18일 4555원에서 22일 3730원으로 18.1% 하락했다. 팬오션은 지난 20일 유상증자 관련 조회공시 요구에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했으나 주주들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KDB산업은행 전경./산업은행 제공

하림은 HMM 인수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약 6조4000억원 중 최대 3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컨소시엄을 함께 꾸렸던 JKL파트너스가 7000억원 안팎을 부담하더라도 2조7000억원을 마련해야 한다. 이 자금은 인수 주체인 팬오션이 보유 자산으로 마련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3분기 말 팬오션의 현금성 자산은 4600억원가량이다. 앞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3조원 규모의 팬오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팬오션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 주식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면 주당 가치는 낮아져 주주 손실로 이어진다. 팬오션이 3조원을 조달하려면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주식 수보다 더 많은 신주를 발행해야 한다. 지난 20일 기준 팬오션의 최근 30일 가중산술평균 주가(총거래대금÷총거래량)는 4375.8원이다. 유상증자 신주 할인율을 보수적으로 20%만 적용해도 5억7000만주가량을 발행해야 한다. 이는 현재 발행된 주식(5억3457만주)보다 많은 양이다.

팬오션 정기선

팬오션 주주들은 하림의 자금 조달 능력에 문제가 있음에도 산은이 매각을 강행해 손해를 보게 생겼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림이 채권단이 보유한 HMM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간 유예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은 하림의 자금력에 의구심을 갖게 하는 대목이었다”며 “산은이 하림의 재무 상황에 대한 이해가 없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이 보유한 HMM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하림이 인수하는 HMM 지분은 57.9%에서 38.9%로 떨어진다. 주식 전환이 미뤄지면 하림 측은 지분을 높게 유지할 수 있어 3년간 최대 2850억원의 배당금을 더 받을 수 있다.

HMM 노동조합도 하림의 자금력 등을 문제 삼으며 산은에 “졸속 매각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 측은 산은이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HMM 매각을 강행한다고 주장한다. 산은의 지난 3분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HMM의 주가 하락으로 13%대로 내려앉았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6월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신속한 매각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HMM 주가가 1000원 움직이면 산은의 BIS비율에 0.07%포인트(P)만큼 영향을 준다. 13%대로 떨어진 BIS 비율 등 산은의 재무구조를 안정화하려면 HMM 매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BIS 비율은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지표다. BIS 비율이 높을수록 은행의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금융 당국은 은행권 BIS 비율을 13%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다.

산은은 이와 관련해 “현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인 상황으로, 별도로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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