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새 대입개편안, '풍선효과·이공계 경쟁력 하락' 우려 없애야

[그래픽] 2028 대입개편에 따른 수능 수학 출제 범위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될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게 되면서 수험생들은 현행 문과 수준의 수학만 시험을 치르게 됐다. 심화수학을 신설하지 않은 것은 사교육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yoon2@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서울=연합뉴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현재 중학교 2학년생이 치르게 될 '2028대입제도 개편 권고안'을 지난 22일 의결해 교육부에 넘겼다. 이 안이 확정되면 202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부터 수학 영역은 문·이과 공통 과목으로 통일되고 시험 범위도 '대수' '미적분Ⅰ' '확률과 통계'로 한정된다. 지금 문과 학생들이 공부하는 수준으로 축소되는 셈이다. 교육부는 선택 과목인 '미적분Ⅱ'와 '기하'를 포함한 '심화수학' 신설 여부를 검토 요청했지만, 국교위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과 사교육비 가중 우려 등을 이유로 도입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렸다. 교육계에서는 심화수학을 신설하면 상위권 대학에서 심화수학 응시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라는 우려와 첨단과학 분야 전공에 미적분과 기하는 기본 과목이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국교위는 공정하고 단순한 시험을 지향하는 통합형 수능의 취지를 살리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모든 수험생은 국어·수학·영어·탐구 전 영역에서 선택과목 없이 같은 문제를 풀게 된다.

또 다른 쟁점인 고교 내신평가 방식은 5등급 상대·절대평가 병행이라는 교육부 시안의 큰 틀을 유지하도록 권고했다. 상대평가만 실시하면 학생들이 듣고 싶은 과목을 골라 듣는 고교학점제의 취지가 흔들리고, 특히 선택 학생이 적은 과목은 내신 1등급을 받기 어려워 강의 자체가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를 수용한 결과다. 다만 고교 융합선택 과목 중 사회·과학 교과 9개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절대평가만 시행하도록 했다. 적어도 이들 과목에서는 지원자가 적더라도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9등급제인 고교 내신을 5등급제로 전환하면서 학생 간 경쟁을 다소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절대평가만 실시하는 과목에 학생들의 '쏠림'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장학지도를 하고 향후 교육과정 개정 때 보완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국교위 권고안은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 사이에서 고심 끝에 나온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새 대입 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 쏟아지고 있다. 우선 심화수학에 포함시키자는 미적분이나 기하를 수능에서 아예 제외하면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과학기술 분야에서 종사할 이공계 입학생의 수학능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국교위는 2025학년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생들이 관련 과목을 들을 수 있고 대학도 그 평가 결과를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수능에서 빠진 과목을 수험생들이 크게 신경 쓸 리 만무하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고교 수학을 배우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모할 것"이라는 관련 학계의 지적에 교육당국이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수능시험 과목이 문·이과 공통으로 단순해지고, 수학 시험 범위가 문과 공부 수준으로 좁혀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없애려다 '불수능'이 초래된 올해 수능처럼 전체적인 난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신도 5등급으로 간소화하면 자율형사립고나 특목고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거꾸로 한 등급이 추락하면 타격이 더 커지기 때문에 경쟁이 되레 심화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또 최상위권을 선별하기 위해 논술, 면접 등 대학별 고사가 강화돼 본고사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제 공은 교육부로 넘어갔다. 새 대입제도가 성공하려면 이런 '풍선효과'를 차단할 정치한 방안들이 최종안에 담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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