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의 배신?”… 영국, 브랙시트 전보다 이민자 2배 늘어
‘국경 강화’ 공언한 브렉시트 이후 오히려 급증
유럽 출신 줄고 아시아·아프리카계 대거 유입
영국이 국경 통제 강화와 이민자 유입 억제 등을 위해 EU에서 탈퇴(브렉시트)한 후 영국으로 유입된 이민자 수가 오히려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간 사람보다 74만5000명 많아 순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전 해의 순이민자수 37만명과 비교해 2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난민 17만4000명과 홍콩 출신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 12만5000명 등 일시적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매우 많은 수치다.
영국의 이민자 급증은 브렉시트 이후 도입한 새 이민 제도와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난 후 합법 이민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친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정부는 2021년 1월 숙련 노동자에 대한 비자 상한선을 폐지하는 등 이민 문턱을 낮췄는데, 그 결과 유럽연합(EU) 출신 이민자는 감소하고 아시아·아프리카 등 유럽 외 지역에서의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뉴욕타임스(NYT)는“레스토랑에서 일하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출신 이민자들은 줄고, 인도와 필리핀 출신 의사와 간호사는 늘었으며, 폴란드 배관공은 줄었고 나이지리아 대학원생은 늘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영국은 브렉시트 전보다 인종적, 민족적으로 더 다양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통계청은 현재 대부분의 이민자가 비 EU 국적자로, 비 EU 국가 출신으로는 인도·나이지리아·중국(홍콩)이 상위 3개국을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도에서 영국으로 이주한 사람 수는 2013년 3만3000명에서 현재 25만3000명으로 10년만에 8배 많아졌다.
이같은 이민자 증가는 영국 기업과 병원, 양로원의 인력난을 낮추고 등록금이 부족한 영국 대학을 유지시키는 등 영국의 부족한 노동력과 재원을 채우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민자들이 영국의 공공서비스 지원 능력, 임금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면서 현재 영국 내에서는 이민자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특히 국경 강화와 이민자 통제를 약속한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이들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달갑지 않다. 브렉시트를 추진한 보수당은 브렉시트를 하면 이민자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이와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이를 두고 “브렉시트의 배신이 완성됐다”라고 꼬집었다.
리시 수낵 총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브렉시트 찬성론자였던 수낵 총리는 “영국해협을 건너오는 이민선을 멈추겠다”고 공언하는 등 이민자 문제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말해왔지만 오히려 이민자가 급증한데다, 이민자를 제3국인 르완다로 이송하겠다는 ‘르완다 정책’은 인권 논란 끝에 개시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영국 내무부는 이달부터 취업비자 발급을 위한 최소 연봉 기준을 50% 올리고, 이민자 동반가족 비자 요건을 강화하는 등 합법 이민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제임스 클레벌리 내무장관은 “우리는 EU를 떠남으로써 누가 영국에 들어올 수 있는지 통제력을 얻었지만, 이민자 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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