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 좋아하실 수 있도록”…똘똘 뭉친 현대캐피탈, 한국전력 완파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지난 21일 ‘성적 부진’을 이유로 최태웅 감독을 경질하며 “침체한 분위기를 쇄신하고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시즌째 팀을 이끌던 사령탑과 갑작스럽게 이별하게 된 선수들은 곧 충격에 빠졌다. 진순기 감독대행은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 홈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많이 울고, 침통해했다”고 전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쳤고, 침울한 분위기가 경기력에 드러나지 않도록 더 집중했다. 현대캐피탈이 최태웅 감독 없이 치른 첫 경기에서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은 첫 세트 한국전력의 추격세를 블로킹과 서브로 잠재웠다. 최민호가 10-9에서 상대 ‘주포’ 타이스 덜 호스트의 퀵오픈을 가로막은 데 이어 12-10에서도 타이스의 공격을 또 한 번 블로킹하며 분위기를 띄웠다. 아슬아슬하게 앞선 21-20에서는 허수봉이 강력한 서브로 팀에 귀중한 득점을 안겼다. 홈 관중의 뜨거운 환호 속에 흐름을 탄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 이크바이리의 퀵오픈과 상대 범실로 세트 포인트를 만든 뒤 아흐메드의 오픈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매서운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든 현대캐피탈은 손쉽게 2세트까지 품었다. 아흐메드와 전광인이 서브 에이스를 터트렸고, 허수봉도 첫 세트에 이어 위력적인 서브를 날렸다. 최민호를 앞세운 ‘높이’에서도 우위를 점한 현대캐피탈은 블로킹으로만 4점을 냈고, 공격성공률(57.68%)에서도 한국전력(44.82%)을 압도했다. 현대캐피탈은 막판 뒷심으로 3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18-20으로 뒤진 상황에서 허수봉과 전광인의 연속 득점으로 동점을 만든 현대캐피탈은 아흐메드의 퀵오픈으로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고, 전광인의 블로킹으로 마지막 점수를 채웠다. 세트 점수 3-0(25-22 25-15 25-22)으로 승리한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만끽했다. 아흐메드(23점), 허수봉(13점), 전광인(12점)이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2연패를 끊은 6위 현대캐피탈은 승점 19(5승13패)로, 5위 OK금융그룹(승점 22·8승9패)과 승점 격차를 3으로 줄였다.
이날 현대캐피탈은 이전 경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최대 약점으로 꼽힌 ‘범실’도 13개로, 상대(16개)보다 적었다. 권영민 한국전력 감독은 “팀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까 선수들끼리 더 잘해야 한다고 했을 것”이라며 “1, 2라운드 현대캐피탈과는 많이 다른 경기였다”고 했다. 선수들도 사뭇 다른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전광인은 “선수들이 많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저희가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최태웅) 감독님이 좋아하실 거로 생각했다”고 했고, 허수봉은 “감독님이 나가시고 정말 슬펐지만, 남은 경기를 위해 분위기를 빨리 다잡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천안 |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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