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어디로···국교위, 대입개편 결정 올해도 거수기 전락
교육부 원안 오면 대부분 추인
학교폭력 등 현안 역할 못해
지난해 9월 출범한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지난 22일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에 대한 권고안 의결을 마쳤다. 대입개편안 시안은 지난해 2022 개정교육과정에 이어 국교위가 받은 두 번째 큰 과제였다.
국교위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교육부가 안을 만들면 원안을 대부분 추인’했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교육정책의 중장기 방향을 수립한다는 국교위 본연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국교위 회의록 등을 보면 국교위는 지난 1년 3개월간 총 13건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 중 운영규칙 제정과 특위 구성 등 행정적 사항을 제외하고 교육정책에 실제로 영향을 끼치는 안건은 지난해 12월 2022 개정교육과정, 지난 22일 2028학년도 대입개편안 시안에 대한 권고안 두 가지다. 국교위가 2022 개정교육과정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 서술 등의 쟁점을 놓고 위원 간 이견이 불거졌고 일부 위원들은 표결해 반발해 퇴장했다.
지난 10월부터 심의를 시작한 2028 대입개편 시안 논의에서도 정도만 다를 뿐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다만 국교위가 결정해야 하는 교육과정과 달리 대입개편 내용은 교육부가 정하고 국교위는 ‘권고’만 할 뿐이라 지난해처럼 갈등이 밖으로 표출되지는 않았다.
짧은 논의 끝에 교육부의 원안이 국교위에서 거의 그대로 통과되는 모양새는 올해도 똑같이 이어졌다. 교육부가 애초 8월에 발표하기로 했던 대입개편 시안을 10월에야 발표하면서 남은 시간이 두 달밖에 없었고, 교육주체들이 참여하는 숙의 과정도 부족했다. 시안을 검토한 국교위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특위가 보수성향 위원들 중심으로 구성돼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있다며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국교위의 한 관계자는 “회의 내내 교육부가 원안 의결을 강하게 요구하고 일부 위원들은 원안 수정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계속됐다”고 전했다.
결국 2028 대입개편에 대한 권고안에는 교육부가 국교위에 결정해달라고 요청한 심화수학 도입 여부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교육부 원안이 그대로 반영됐다. 교육부 원안과 달리 사회·과학 융합선택 9과목을 절대평가하자는 내용이 권고안에 담기기는 했지만, 이는 실제 학교 현장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못하는 반응이 많다. 교육시민단체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24일 성명을 내 “융합선택과목 중 사회·과학 교과에만 절대평가를 적용하는 안은 효용성이 없는 ‘비판 무마용 허세’”라고 지적했다.
김용 한국교원대 교수는 “정권을 잡은 쪽에서 일방적으로 교육정책을 결정하지 말고 두루두루 의견을 살펴서 안정감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라는 것이 국교위의 설립목적인데 이런 기능을 못하고 있다”라며 “부분적 수정은 있었지만 원안을 그대로 통과시켜준 셈이니 국교위가 무슨 의미가 있냐는 비판적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교위는 아직까지 위원 구성도 완료하지 못했다. 교원단체 몫 국교위원 추천권 1장을 놓고 다투던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노동조합연맹은 지난 4월 위원 임기 절반씩을 나눠 맡기로 합의하고 추천까지 마쳤다. 하지만 국교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국교위 정원 21명 중 교원단체 몫 1자리는 출범 이후 계속 공석이다.
올해 학교폭력이나 교권침해 등 교육 현안이 많았지만 국교위가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일부 위원들의 과거 우파단체 활동 전력 등 이념편향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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