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자폭탄 ‘째깍째깍’…30조원, 인공호흡기에 연명하고 있다는데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3. 12. 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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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신도시 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매일경제
약 일주일 뒤면 새해가 오는데, 금융권은 내년을 생각하면 걱정이 큰 듯 해요. 내년에 십수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아슬아슬하게 모면해 왔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가 내년에는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부동산 PF 위기와 관련한 이야기를 정리해 봤어요.
PF가 뭔데 그래?
‘PF’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줄여서 쓴 말이에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금융기관들이 장기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는 걸 말해요. 사업(프로젝트)의 장래성을 보고 큰돈을 투자할 사람을 찾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할 때 이 PF가 많이 활용돼요.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나 대형 건물 등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자금도 필요하니, PF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들의 돈을 빌려서 자금을 조달하는 거예요. 우리나라에서 새 아파트 단지를 지었는데 팔리지 않아 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까 은행들이 크게 따지지 않고 돈도 잘 빌려줬고요.

그런데 만약 아파트를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으면 문제가 생겨요. 아파트를 분양해서 팔아야 PF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데, 너무 안 팔리면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돼요. 아파트를 짓고도 돈을 못 갚으면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큰 손해를 보고, 당연히 돈을 못 갚은 건설회사 등은 망할 위기에 처하겠죠.

지금 어떤 상황인 건데?
① 부동산 시장, 심각한 위기야

지난해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접어들었어요. 그러면서 아파트 등 건물을 지어놨는데 분양이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지금은 약간 진정됐지만,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분양 주택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어요. 정부가 위험 수위로 판단하는 미분양 주택 수가 6만2000가구인데, 올해 초에는 7만5000가구를 넘었죠. 지금도 5만9000가구로 위험 수위에 가까운 수준이에요.

주택은 물론이고, 상가나 물류센터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좋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상업용 부동산은 주거용 부동산보다 경기를 더 많이 타기 때문에 위험이 커요. 위험이 큰 만큼 성공했을 때 수익성도 높기 때문에 특히 중소형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상업용 부동산 PF 사업에 많이 투자한 상황이에요.

미분양된 서울 종로구 ‘에비뉴 청계’ 공사 현장. /사진=한주형 기자
② 못 갚겠어... 겨우 버티는 건설사들

가뜩이나 부동산 경기도 나쁜데, 긴축 정책의 여파로 금리 인상까지 겹쳤어요. 금리가 오르니까 PF 대출에 대한 이자도 치솟았죠. 이자 부담이 늘어나면서 PF 대출을 갚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요.

9월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42%인 것으로 나타났어요. 100명 중 2명 남짓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니까 절대적인 비율이 높아 보이진 않지만, 문제는 연체율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는 거예요. 지난해 말(1.19%)과 대비하면 두 배 가까이 올랐어요.

돈을 갚지 못하고 있는 회사들은 금융권에서 PF 대출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준 덕에 겨우 버틸 수 있었어요. 만약 금융사에서 PF 대출 연장을 거부하면, 꼼짝없이 망할 위기에 처하게 돼요.

실제로 견디다 못해 문을 닫는 건설사도 늘어나고 있어요. 이달 들어 건설업계의 폐업 신고가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어요. 이번 달에만 총 41개 건설업체가 폐업을 신고했죠.

이번 사태가 심각한 진짜 이유?
① 이자 비싼 대출, 빨리 갚아야 하는데...

지금 가장 문제가 되는 건 ‘브리지론’이에요. 앞에서 부동산을 개발할 때 자금이 많이 필요하니 금융기관에서 먼저 돈을 빌리는 게 PF라고 설명했는데요, 워낙 큰 금액이 필요하다 보니 처음부터 한 번에 빌리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땅을 매입하는 등 부동산 개발 초기 단계에서는 비교적 쉽게 빌릴 수 있는 ‘브리지론’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브리지론은 아직 사업 허가도 나지 않은 초기 단계에 빌려주는 자금이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높아요. 그래서 브리지론은 일반적인 PF 대출보다 이자가 높은 편이에요.

브리지론을 받아 땅을 산 뒤에 건축 허가까지 받으면, 더 큰 규모의 PF 대출을 받을 수 있어요. PF 대출이 나오면 이걸로 브리지론을 갚으면 되니까 이자가 조금 비싸더라도 다들 브리지론을 활용했던 거예요.

② 강남 노른자 땅에도 ‘빨간불’

문제는 브리지론으로 땅을 사긴 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에 건설 자재 비용과 인건비까지 오르면서 막상 공사는 시작도 못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거예요. 땅은 매입했지만 건물은 못 올리고, 비싼 브리지론 이자만 내는 상황인 거죠.

심지어 서울 강남구의 노른자 땅인 청담동에서도 이런 경우가 나왔어요. 청담동 프리마호텔을 아파트·오피스텔로 개발하는 사업 ‘르피에드 청담’은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금융기관 26곳에서 4640억원가량의 브리지론을 받았어요.

문제는 브리지론을 갚을 때가 다 됐는데, 부동산 경기가 나빠서 공사에 차질이 생긴 거예요. 이런 상황에서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중 하나인 새마을금고에서 ‘갚는 기간을 더 이상 늘려주지 못하겠다’고 밝면서 파산할 위기에 처했어요. 정부에서 직접 중재에 나선 끝에 만기가 1년 연장되면서 겨우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그렇다고 공사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에요.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프리마호텔. 사진=김호영 기자
이렇게 만기 연장으로 인공호흡기를 단 채 버티고 있는 브리지론 규모가 약 30조원에 이른대요. 문제는 이 중 상당수의 만기가 내년 상반기에 도래한다는 거예요. 그때까지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최대 15조원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요.
앞으로는 어떻게 돼?
① 내년이 진짜 위기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는 멈췄다지만, 당분간 고금리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요. 부동산 시장 회복은 요원해 보이고요.

지금까지는 만기 연장으로 어찌어찌 버텨 왔는데, 만약 내년에 더 이상 만기 연장이 어려워지면 수많은 PF 사업장이 부도를 맞을 수 있어요. 이럴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은 막대한 피해를 보게 돼요. 특히 제2금융권에서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요.

앞으로 PF 시장 전반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어요. 이후에는 ‘요즘 건설 사업은 너무 위험해’라는 생각 때문에 은행들이 PF로 돈을 잘 빌려주지 않게 되고, 건설 회사들 입장에선 각종 건설 프로젝트에 나서는 것 자체를 주저할 수 있으니까요.

② 하지만 너무 단호한 정부

예상되는 손실 규모가 어마어마하다보니 정부에서도 지원책을 준비하고 있어요.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서 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을 지원할 예정이래요.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이충우 기자
하지만 모든 PF 업체를 지원하겠다는 건 아니에요. 정부는 꽤 단호하게 회생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곳은 구제해 주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어요. 위기에 처한 PF가 워낙 많다 보니, 선별해서 도와주고 살아남기 힘들 것 같은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정리해야 한다는 거죠.

현시점에서 가장 불안에 떨고 있는 회사는 브리지론에 많이 투자한 금융사들이에요. 큰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중소형 증권사 등이죠. 이런 회사들이 어려워지면 결국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퍼질 수 있어요. 지금까지는 정부에서도 뒤를 봐줬지만, 앞으로는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부도를 맞는 업체들도 나올 것 같아요. 과연 시한폭탄 같은 이 사태의 끝은 어떻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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