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니까 돈 많이 주지?"…동시방영의 허와 실 [김소연의 엔터비즈]
방영 방식 따라 지급 비용 천차만별
"사실 넷플릭스 방영료로 계약한 금액은 전체 제작비의 100분의 1도 되지 않아요. 하지만 글로벌하고 더 다양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는 '이미지' 때문에 계약을 하는 거죠."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방영돼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콘텐츠 관계자의 말이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콘텐츠는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22일 오픈한 '경성크리처'와 같은 오리지널 시리즈, 또 하나는 현재 방영 중인 KBS 2TV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 MBC '오늘도 사랑스럽개', SBS 금토드라마 '마이 데몬', ENA 수목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와 같은 동시 방영 작품, 나머지 하나는 과거에 다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던 작품들이다. 똑같이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지만, 방영 방식이 다른 만큼 이에 따른 지급 비용은 천차만별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넷플릭스 방영 계약을 맺더라도, 국내에서만 공개되는 건지, 해외에서 몇개국에서 공개되는지, 해외 방영시 다른 플랫폼과 계약하지 않고 넷플릭스를 통해서만 공개되는지 등 조건에 따라 계약 금액이 달라지는 걸로 알고 있다"며 "넷플릭스에서 선보여진다고 다 같은 건 아니다"고 귀띔했다.
넷플릭스는 올해 6월 테드 서랜도스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지금까지 한국의 제작사들과 훌륭한 파트너십을 이어왔지만, 향후 잠재력에 비하면 겉핥기 수준"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 25억달러(한화 약 3조2300억원)를 투자할 예정인데 이는 2016년에 발표한 금액의 두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넷플릭스와 작업을 진행했던 제작자들의 공통적으로 언급한 게 이들의 자급력이었다. 글로벌 플랫폼이기에 이전까지 한국 제작사, 방송사들보다 더 큰 규모의 예산을 집행하고 이를 통해 더욱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완성할 수 있다는 것. tvN '더 지니어스', '대탈출' 등의 프로그램을 만들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데블스플랜'을 선보인 정종연 PD는 "단순히 멋을 부리고 싶어서 제작비를 더 써야 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그 멋에 이유가 있다면 쓸 수 있도록 해주더라"라고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콘텐츠 제작 지원은 극히 일부의 오리지널 콘텐츠에 한정됐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의 경우 작품에 따라 다르지만, 회당 제작비 규모는 20억원에서 3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경성크리처'의 경우 공식적으로 공개되진 않았지만, 시즌1, 시즌2를 동시에 만들면서 700억원 이상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회차로 단순 계산하면 35억원 이상이다. 한재림 감독의 첫 시리즈물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머니게임' 역시 회당 제작비가 3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동시방영 콘텐츠의 경우 회당 방영료가 1억원을 넘기기도 쉽지 않다고 알려졌다. 프로그램 성격, 출연진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다른 플랫폼보다 싼 가격이라도, 출연자들조차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모습을 보일 만큼 영향력이 막강하다 보니 콘텐츠 이미지를 위해 계약하기도 한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가 차지하는 위상과 인기가 상당한 만큼, 오리지널 콘텐츠 외의 투자 역시 늘어나야 한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한국IPTV방송협회가 주최한 '제5회 지속할 수 있는 미디어 생태계 콘퍼런스 GeMeCon 2023'에서 황유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한 '15주년을 맞이한 IPTV와 미디어 산업의 현주소'에 따르면 넷플릭스의 비영어권 TV 시리즈물 중 한국 콘텐츠 시청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상반기 기준 38.5%였다.
넷플릭스가 공개한 올해 상반기 콘텐츠 이용 데이터에서도 전체 콘텐츠 수 대비 한국 콘텐츠 수 비중은 5.9%였고, 전체 콘텐츠 소비 시간 대비 한국 콘텐츠 소비 시간 비중은 8.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올해 넷플릭스의 국내 콘텐츠 투자 금액 비중은 5.8%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넷플릭스 소비 시간 비중을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 콘텐츠 투자 비중은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콘텐츠는 글로벌에서 높은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었음에도 영향력을 데이터 기반으로 주장하기는 어려웠다"며 "하지만 이번 넷플릭스 데이터 공개를 통해 국내 제작사는 콘텐츠 영향력을 데이터화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콘텐츠가 플랫폼에 기여하는 바를 확인할 수 있게 된 만큼 "장기적으로 콘텐츠 제작사는 콘텐츠 이용 데이터를 콘텐츠 가치 인상의 근거로 이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넷플릭스 관계자는 "방영권, 제작비 지원 등과 관련한 기준과 계약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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