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법 앞에 예외 없다’던 한동훈, 왜 김건희 특검법만 예외인가?”
김건희 특검 관련 ‘내로남불’ 비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지명된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과거 발언을 인용하며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한 지명자에게 ‘한동훈의 적은 한동훈’ ‘내로남불’ 프레임을 씌우려는 의도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4일 국회 브리핑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반대’가 70%에 이르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듯이 이미 국민의 판단은 끝났다”며 “수직적 당정관계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처음부터 정권의 부도덕함을 호위하기 위한 아바타 노릇을 한다면 정권 몰락의 서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지난 2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들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김건희 여사에 대한 소환이나 압수수색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며 “이것이 과연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비호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권 대변인은 특히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말한 공정과 상식이 유독 김 여사 앞에서는 불공정과 비상식이 되고, 한 전 장관이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한다’면서도 왜 김건희 특검법은 예외가 되어야 하는지 더 이상 납득할 국민은 없다”고 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지난 23일 국회 브리핑에서 “법 앞에 예외가 없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시기에도 그래야 한다” “수사 당사자가 쇼핑하듯 수사 기관을 선택 못한다” 등 한 지명자가 국회에서 했던 말들을 나열하며 “그동안 한동훈이 뿌렸던 무수한 말들,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실천할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강 대변인은 “한동훈 비대위가 ‘누구도 맹종한 적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던 말을 몸소 보여달라”며 “국민의 명령인 김건희 특검법부터 당장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한 전 장관은 오는 26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임명된다.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한 전 장관이 정치에 입문해 비대위원장으로 처음 맞닥뜨릴 난제다.
민주당이 주말 내내 한 지명자의 과거 발언으로 공세하며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하라고 압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 지명자가 김건희 특검법을 반대하면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 프레임을 강화할 수 있다. 한 지명자가 가진 혁신 이미지를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이미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변화를 꾀하려는 국민의힘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밟아버리고 이겨야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해볼 만할 텐데···한동훈이 윤석열을 밟고 이기겠나”라며 “한동훈의 적은 윤석열 플러스 알파”라고 썼다.
여당 내에서 총선 이후 특검 등 중재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민주당은 28일 표결 입장이 확고한 만큼 김건희 특검법은 무난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남은 변수는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지 문제다.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고 윤 대통령이 이를 수용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체를 ‘김건희 방탄’ 프레임으로 씌워 정권 심판론을 대대적으로 띄울 것으로 보인다.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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