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휴전 요구 안 했다”… 바이든 ‘곰의 포옹’, 진심인가 뚝심인가
끌어안듯 압박… 개전 초 확전 차단에 효과
지지 상실·국제적 고립에도 손해 감내 고집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과 이스라엘인 1,200명가량의 희생으로 시작된 전쟁이라 해도, 개전 2개월 반 만에 이스라엘의 보복으로 목숨을 잃은 가자지구 사망자는 2만 명을 넘었다. 휴전 요구 목소리가 커진 지는 이미 오래됐고, 수용은 이스라엘 몫이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뒷배’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좀 더 적극 나서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곰처럼 이스라엘을 꽉 끌어안고만 있다. 그의 고집은 이스라엘을 가련히 보는 진심일까, 아니면 자신감으로 여론을 버티는 뚝심일까.
공개 압박보다 사적 회유가 낫다는 신념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날 전화 통화에서 목표와 단계화(phasing)를 포함하기 위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 작전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단계화는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 문제일 것으로 짐작된다. 가자지구 민간인 사상자가 급증하자 미국은 이스라엘에 이쯤에서 무차별 폭격과 대규모 지상전을 접고, 하마스만 정밀 타격하는 ‘외과 수술식’ 단계로 넘어가는 방안을 공개 권고했다.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의 핵심 임무 중 하나도 그 의지를 분명히 전하는 것이었다.
백악관은 주권 영역인 군사상 함의가 클수록 대통령 발언이 맹방의 정상을 압박하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조심하는 기색이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뜻으로, ‘곰의 포옹(bear hug)’ 전략이라고 영국 BBC방송은 표현했다. 겉보기에는 이스라엘을 전적으로 지지하는 듯하지만, 물밑에선 자제를 압박하는 미국의 외교술이 상대 몸을 두 팔로 껴안아 세게 죄는 곰의 동작과 닮았다는 얘기다. 정상 체면을 깎는 공개 면박보다 사적인 비공개 대화를 통한 설득이 행동을 바꾸는 데 더 효과적이라는 바이든 대통령 신념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참모에 의해 몇 차례 소개된 바 있다. 다만 그가 원래 이스라엘에 개인적 호감을 갖고 있다는 반론도 따라다녔다.
이스라엘이 정색하고 꺼리는 휴전 얘기를 미국이 대놓고 하지 않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바이든 대통령이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 뒤 백악관 공동취재단의 질문에 “긴 대화”를 했다면서도 “사적인 얘기”였고 “휴전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대답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전날 압도적 찬성 비율로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가자지구 대상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결의안에서 미국이 초안에 담겼던 ‘적대행위 중단(휴전) 촉구’ 내용을 기어이 빼낸 것 역시 마찬가지다.
성탄 전 공습에 70여 명 대가족 몰살... 효과는 언제
이스라엘이 고분고분한 나라가 아니라는 점에서 곰의 포옹은 얼마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미국 국무부에서 25년간 중동 문제를 다뤘던 에런 데이비드 밀러 카네기국제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 정책 노선을 압박으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마법이 통한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라고 BBC에 말했다. 역사를 보면 ‘이스라엘은 미국의 요구가 자신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를 담보할 때만 드물게 미국의 압력에 대응했다’는 게 밀러 연구원의 설명이다. 개전 초기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에 선제공격을 가하지 못하도록 말려 확전을 막았던 것도 바이든 대통령의 장시간 회유 외교 덕이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감내해야 할 손해는 막심하다. 일단 가자지구 민간인 보호에 진전이 없다. 성탄절 이틀 전인 23일에도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유엔 직원을 포함한 대가족 70여 명이 숨졌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이스라엘의 호전성을 사실상 방치하다 보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청년과 아랍계 유권자들이 바이든 대통령을 떠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갈수록 고립되는 형국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며 보인 리더십과 극명히 대비되는 요즘 행태 때문에 미국의 다른 외교적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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