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작은 기록들, 개인 소유 아닌 서귀포 연구 위한 자료"
"30 여년간 서귀포 환경·문화 관련 기록 수집"
"WCC 하논분화구 10년만에 복원 권고안 채택됐지만 방치"
"1991 제주자생식물동호회 통해 환경운동 시작"
"서귀포문화사업회, 서귀포 경관해치는 사업들 철회 요청"
■ 방송일시 : 2023년 12월 20일(수) 오후 5시
■ 진행자 : 박혜진 아나운서
■ 대담자 : 자연제주 이석창 대표
◇박혜진> 자연제주 이석창 대표가 30여 년간 환경과 생태 문화 활동을 하면서 현장에서 마주쳤던 일들을 모아서 <서귀포의 작은 기록들>을 출간했습니다. 수요인터뷰 오늘은 자연 제주의 이석창 대표를 스튜디오에서 만나보겠습니다. 대표님 안녕하세요.
◆이석창> 안녕하세요.
◇박혜진> 이번에 30여 년간 활동한 기록을 담은 <서귀포의 작은 기록들>을 발간한 소감이 어떠세요?
◆이석창> 사실 지난 30여 년간 서귀포에서 환경과 문화에 관련된 이슈들로 여러 사람들이 활동을 같이 해왔어요. 이런 활동들을 같이 한 그분들과의 시간을 묶어놓은 것으로 우리가 어렸을 적에 여름방학 숙제를 마감이 다 되어서 허겁지겁하듯이 제출하는 기분입니다. 사실 그 방학 숙제를 같이 한 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리죠.
◇박혜진> 이 책을 보면 대표님이 환경과 생태 문화 활동을 본업보다 더 열심히 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던데요?
◆이석창> 좀 주제넘은 말씀입니다만 본업이라는 직업, 직업이나 환경과 문화가 모두 하나의 영역이고 어떻게 보면 종합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넓게 보느냐, 좁게 보느냐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어차피 하나의 우주고 하나의 생각이라고 봅니다.
◇박혜진> 대표님은 사라질 위기를 겪은 국내 유일의 마르분화구죠. 하논의 가치를 정립하는 데 오랜 시간 공을 들이셨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논 분화구에 대한 가치를 언제 알아보셨던 거예요?
◆이석창> 24년 전쯤 제주대학에 계신 김문홍 교수와 매년 봄철에 날아오는 황사 얘기를 하다가 외국 학자들에 의해 1998년 하논 분화구가 시추되었다는 사실을 들었어요. 2002년 3월에 서귀포시가 하논분화구에 야구 전지훈련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제가 당시 강상주 서귀포시장을 만나 계획을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논 분화구가 또 다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만큼 그 가치를 찾아내고 야구 전지훈련장이나 호텔이든 적절한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구요.
다행히 강 시장이 '이사장께서 한번 해보세요'라고 말씀해서 당시 시추한 일본, 독일, 폴란드, 중국 등의 학자들을 차례대로 초청해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하논의 가치들을 하나씩 밝히고 결국 10년 만에 2012년 WCC 총회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IUCN 산하 6개 위원회의 자문을 받아서 하논 분화구를 복원하라는 권고안이 채택되게 됩니다. 참 오랜 기간이 걸린 것이죠.
◇박혜진> 현재 하논분화구의 복원 활동은 어느 정도 진행된 상황입니까?
◆이석창> 좀 안타깝기는 합니다. 이명박 정부 당시 WCC 권고안이 IOC 회원국의 99.3%라는 아주 큰 찬성으로 채택이 되었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원희룡 도지사의 공약에도 채택되었으나 중앙정부의 무관심, 제주도의 무대응, 일부 토지주들의 반대 등으로 표류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역에 있는 세계적인 보물을 팽개쳐 버리는 상황입니다. 결국 우리들이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박혜진> 대표님과 독도와의 인연이 있다고 하던데 독도에 나무 1천여 그루를 심어서 푸른 독도 가꾸기에도 앞장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도 사랑이 남다르신 이유가 있다고요?
◆이석창> 제가 군대를 전투 경찰로 지원해서 갔어요. 1977년도에 울릉경찰서에 지원을 했어요. 그리고 독도 경비대를 지원했죠. 불모지에 나무를 심어야겠다 싶었죠. 나무 전공 임학과 학도로서 우리의 나무를 살려보자라는 작은 욕심이 시작이었죠. 울릉도에 있을 때 선인봉 나리분지를 비롯한 울릉도의 식물들을 거의 다 조사를 했고 식물 채집을 해서 학교에 표본들을 갖다 제출하고 제 대학 졸업 논문도 울릉도 독도의 식물상으로 제출했습니다.
◇박혜진> 제주자생식물동호회도 만들고 활동하면서 여러 환경운동을 하셨어요.
◆이석창> 1991년 창립해서 제주의 구석구석에 여러 자생지를 탐사하고 시로미라는 소식지를 만들고 복원 활동도 했습니다. 제주의 환경운동을 시작하고 새로운 문화와 자연을 탐사하는 문화, 지식을 미래에 우리가 어떻게 문화로 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초기적이었지만 훌륭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박혜진> 서귀포문화사업회를 통해서도 여러 역할들을 하셨던데요.
◆이석창> 1997년 故오성찬 소설가, 윤세철 교육장, 이왈종 화백, 고영우 화백, 박성배 화백 등을 자문위원으로 해서 시작을 했고 나중에 김찬수 박사, 강문규 원장, 허남춘 교수, 윤봉태 회장 등이 합류했습니다.
서귀포에 소남머리라는 곳이 있는데 30m 높이의 서복 동상을 세우겠다는 거였습니다. 서복 동상이 세워지면 해안 경관도 문제가 되고 또 서복이라는 불확실한 문화 덩어리가 들어와서 제주의 순수성을 많이 해칠 것 같아 철회를 요청해 결국 철회가 됐습니다.
또 서귀포 앞바다를 매립해서 탑동처럼 서귀포 워터프론트 계획이 있었습니다. 서귀포 앞바다를 메워서 횟집도 만들고 호텔도 만들고 개발을 하겠다는 것인데 우리는 서귀포의 고유한 해안선도 지켜야 되고 서귀포 시민들의 애환이 깃든 자구리 해안의 문화를 우리가 지켜냈습니다.
◇박혜진> 석주명 기념사업회에서도 활동하셨는데 석주명 선생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이석창> 소설가 오성찬 선생님이 쓴 소설 석주명 실명소설인 '나비와 함께 날아가다'출판기념회를 석주명 선생이 근무했던 옛 경성제국대학교 생약 연구소 제주도 시험장 자리에서 개최하면서 석주명기념관을 만들자 이런 얘기들이 있어서 그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박혜진> 지난 30여년간 많은 역할들 해오셨는데 이번에 한꺼번에 정리하면서 느끼는 소감도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이석창> 처음부터 의도해서 자료를 모아둔 것이 아니어서 사진자료들 중에서도 파치들만 남았습니다. 하지만 그 파치들도 너무 귀중한 기록이 되고 자원이 됐던 거예요. 모아놓고 보니까 자연제주 이석창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고 서귀포의 환경과 자연에 대한 문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박혜진> 앞으로 고향 서귀포에서 어떤 역할들 더 하고 싶으세요?
◆이석창> 서귀포 봄맞이축제를 잘 다듬어서 지역의 정체성이 깃든 축제로 서귀포 시민들과 같이 노력해서 만들어보겠습니다. 매해 3월 셋째 주 금요일과 토요일 서귀포 이중섭 공원 일대에서 쭉 해오고 있습니다.
◇박혜진> 새해 서귀포봄맞이축제도 기대합니다. 또한 앞으로도 왕성한 활동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석창>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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