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품은 하림 ‘제2 치킨게임’ 살아남을까 [심층기획-글로벌 해운업계 지각변동]

김범수 2023. 12. 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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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해운사인 HMM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국내 해운업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하림그룹은 컨테이너 위주의 HMM과 벌크선 위주의 팬오션을 통합한 선대를 꾸려 한국 국적 선사 최초로 300척 이상의 선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림그룹은 HMM의 인수 절차가 끝나면 300척 규모의 선사로 거듭난다.

HMM을 인수한 하림그룹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컨테이너 선복량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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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완료 땐 300척 규모 선사 탄생
글로벌 빅2 2025년 ‘해운 동맹’ 종료
1위 MSC 선복량 늘리며 ‘전쟁’ 예고
‘1차 치킨 게임’ 땐 한진해운 파산 전례
HMM, 초대형선 비율 높아 장점 꼽혀
‘국가대표’ 해운사인 HMM의 인수 우선협상자로 하림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되면서 국내 해운업도 큰 변화를 맞게 됐다.

하림그룹은 컨테이너 위주의 HMM과 벌크선 위주의 팬오션을 통합한 선대를 꾸려 한국 국적 선사 최초로 300척 이상의 선박을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MSC를 중심으로 글로벌 해운업계의 ‘치킨게임’ 재발이 우려되면서 HMM의 행보가 기업의 명운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업계 1위인 스위스의 MSC와 2위인 덴마크 머스크(Maersk)의 ‘2M’ 해운동맹이 2025년부터 종료되고 독자 생존하는 방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동맹은 정기 항로에 취항하는 선사들이 심한 경쟁을 피하고, 운항 노선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꾸린 협력 체계다.
이 가운데 MSC는 지난 3년 동안 선복량을 50% 이상 늘리면서 2차 치킨게임을 예고했다. 앞서 첫 번째 치킨게임은 2010년 이후 머스크를 중심으로 벌어지면서 당시 국내 최대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의 파산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경우 선복량 규모에서 나오는 원가 경쟁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림그룹은 HMM의 인수 절차가 끝나면 300척 규모의 선사로 거듭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수 후 시너지에 대해서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림그룹이 기존에 가지고 있는 팬오션은 광물·곡물 등 특정화물을 부정기적으로 운반하는 벌크선으로, 정기적으로 해상을 통해 운송하는 컨테이너선과 다른 시장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림그룹의 HMM 인수절차가 마무리되면 유동성이 감소하는 것은 필연에 가깝다. HMM의 인수가는 6조4000억원으로 알려졌는데 하림 현금 보유액의 60%를 넘는다. 하림은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등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 유동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기대 이상의 유동자금 확보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평이 많다.

HMM을 인수한 하림그룹이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으려면 컨테이너 선복량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HMM은 올해 100만TEU 선복량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치킨게임을 예고한 MSC의 선복량 증가율은 압도적으로, 올해 600만TEU를 돌파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전 세계의 다른 경쟁 해운사들도 몸집 불리기에 혈안이 돼있다.
사진=연합뉴스
해운업 1위 자리를 내준 머스크는 컨테이너선 집중이 아닌 육상·항공운송으로 확장하려다가 실패한 사례다. 하림그룹이 컨테이너선과 벌크선의 시너지가 아닌 컨테이너선으로의 집중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다만 선대 가운데 초대형 선박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HMM의 장점이다. 해운 전문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HMM 전체 선대에서 1만5000TEU 이상의 초대형선이 차지하는 비중은 51%로 모든 글로벌 선사 가운데 가장 높다.

HMM의 초대형선 비율이 높은 점은 치킨게임을 버티는 데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평이다. 같은 10만TEU를 수송하더라도 대형선이 서너 번 오가는 것과 소형선이 수십 번 오가는 것은 비용 면에서 대형선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관계자는 “최근 사상 유례없는 초호황으로 MSC 등 글로벌 선사들은 물류 자산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 국적 선사인 HMM 등은 아직 가시적인 자산 투자 활동을 내놓고 있지 않는데 선박 확보뿐 아니라 지난 10여 년간 구조조정으로 놓친 항만 터미널 등 자산 확대에 대한 숙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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