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혹한기 더 강해졌다"...D·N·A 스타트업 송년파티 가보니

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GDIN) 송년회 200여곳 참여…JV설립 경험사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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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갑 GDIN 대표이사가 환영사화 함께 실적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경기가 어려워 그런지 몰라도 올해 투자유치연계는 5000억원이 좀 못 됐다. 하지만 투자혹한기를 감안하면 생각보다 괜찮은 성과다. 해외진출로 거둬들인 성과들이 썩 나쁘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지난 21일 저녁,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3동에서 열린 GDIN(글로벌디지털혁신네트워크) 송년회에서 김종갑 GDIN 대표이사는 올해와 지난 10년간의 실적을 발표하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행사는 지난 9월 ICT(정보통신기술) 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본투글로벌센터가 설립 10년 만에 GDIN으로 사명을 바꾸고 재단법인으로 전환한 뒤 처음 연 대규모 회원사 초청 행사다. '얼리버드'로 행사신청이 마감됐을 정도로 스타트업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약 200여곳의 기업 대표 및 임직원이 참여했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올해 지원기업 153개사, 해외계약 및 제휴 118건, 투자유치연계 4714억원, 해외법인설립 지원 8건, 컨설팅서비스 1860건 등의 성과를 올렸다고 밝혔다.

또 10년(2013년 9월~2023년 12월) 누적실적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원기업 3115개사, 해외계약 및 제휴 918건, 투자유치연계 4조3827억원, 해외법인설립 지원 126건, 컨설팅서비스 2만216건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GDIN이 커버하는 국가는 47개국으로 30명의 직원이 나눠 맡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선 우리를 1000명 가까이 되는 지위를 가진 기관으로 보는데 그 근거가 여러분"이라며 "GDIN과 같이 일하고 계속 관계를 맺고 있는 900개 이상의 회원사들이 GDIN의 존재감과 무게감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단법인화는 정부 출연금에 기대지 않고 우리 회원사와 함께 더 나은 생태계를 만들어 보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라며 "여러분이 재단의 주주라고 생각하고 더 많은 인터랙션(interaction·소통)을 이루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샤픈고트 권익환 대표, 기원테크 김충한 팀장, 포스처에이아이 김시원 연구원/사진=류준영 기자

이어 D·N·A(Data·Network·AI) 융합 제품·서비스를 보유한 스타트업의 해외진출 지원사업 실적을 소개하는 '조인트벤처(JV) 설립 성과공유회'가 펼쳐졌다.

GDIN은 지난 3년간 글로벌 시장 현지 수요에 부합하는 D·N·A 융합 제품·서비스를 지닌 기업 28개사를 발굴하고, 효과적인 해외 진출·안착·성장을 가능케 할 '기술매칭형 JV 형성·운영 사업'을 수행해왔다. 참여사 중 10곳은 올해 글로벌 JV설립을 완료했다. GDIN 장석진 사업본부장은 "국내 스타트업이 해외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울수 있도록 계약서·특허 검토, 법률컨설팅, 국제 표준인증 취득 지원, 투자유치 연계, 현지 기술실증 등을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총 14억7200만원 규모의 해외계약 체결 13건, 해외업무협약 9건, 국제인증 5건 등의 성과를 얻었다.

장 본부장은 "올해 UAE(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내 현지 협력형 해외 거점 설립·운영을 위해 현지 채널사인 Al Ghurair 그룹과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중남미·멕시코·브라질은 미주개발은행과 브라질 스마트 시티 기업 ALLK 등과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협력 추진을 위한 MOU를 체결하는 등 글로벌 JV 확산을 위한 신규채널을 계속적으로 발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JV 설립 첫 사례 발표자로 단상에 오른 기원테크 김충한 팀장은 "표적형 이메일 공격 차단을 위한 보안 기술이 올해 10월 국제표준화기구(ITU-T)에서 신규 표준화 과제로 채택돼 해외진출에 가속도가 붙고 있으며, 일본서 설립한 JV는 경영 안정권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기원테크는 작년 7월 일본 현지 기업과 'SCM시큐리티시스템'이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일본 보안 표준 인증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김 팀장은 "JV를 통해 신기술 도입에 보수적이고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기업들에 제품을 납품을 할 수 있었다"며 "기술신뢰성 테스트, 솔루션 현지와 등에서 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AI(인공지능) 연동 스마트소화기 '트리토나'를 개발한 샤픈고트의 권익한 대표는 올해 체코기업 UTP글로벌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합작법인을 세운 체코기업의 경우 자동차 업체에 납품하는 페인트를 생산하고 있었는 데 우리 사업과 동일한 화학제품업체여서 기존 생산공장과 물류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었다"며 "합작법인을 만들 때 상대 업체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우리 회사와 코드가 맞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세데이터를 이용한 AI 척추 관리 솔루션 개발사 포스처에이아이의 김시원 연구원은 룩셈부르크 소재 LuxFid 그룹 SA와 JV설립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현지에선 JV 설립을 위한 제출 서류가 많았을뿐 아니라 룩셈부르크 경제부, 외교부와 협력할 일도 많았다"고 떠올리며 "그렇게 까다로운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JV설립을 추진한 건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인 프랑스, 독일 등을 전부 공략할 수 있는 전략적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캔버스 유승민 총괄이사(오른쪽)가 최우수상을 수상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어 올해 투자실적, 해외계약, 수상이력, 프로그램 참여도, JV 설립 등을 수치화해 선정한 '2023년 우수기업 및 공로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최우수상(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은 스타트업 경영·재무 지원 솔루션을 사스(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형태로 개발·공급하고 있는 비즈니스캔버스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공급하는 '파운더스'는 기업이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회사의 미래 재무 상태를 예측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재무 관리 기능을 통해 지출, 비용, 손익, 현금흐름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비즈니스캔버스 유민승 총괄이사는 "어려워진 시장 상황에서 스타트업들이 철저한 재무 계획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운영을 하고, 정량적 성과를 기반으로 투자유치 등 성공적인 자금조달에 성공할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실적, 해외계약 부문에서 높은 실적을 낸 기업에게 주는 우수상은 △노타 △딥브레인에이아이 △베스텔라랩 △에어스메디컬 △지놈인사이트 △클라썸 △파이온코퍼레이션이 수상했다.

올해 코스닥 상장에 성공한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특별상은 AI 기반 고해상도 4차원(D) 이미징레이더 개발 전문기업 스마트레이더시스템, 악성코드 탐지·차단 전문 사이버 보안 기업 시큐레터에게 주어졌다.

JV 설립을 성공적으로 이룬 기업에게 주는 하모니상은 △기원테크 △샤픈고트 △코코넛사일로 △ 큐브세븐틴 △팀그릿 △포스처에이아이가 받았다.

공로상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존 데이비드 킴 아·태지역 총괄겸 디지털전환가속화포럼 대표 △박영민 콘티넨탈오토모티브코리아 부장 △세일즈포스 배정열 본부장이 수상했다.

수상자들이 단체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류준영 기자

한편, GDIN은 내년 1월 1일부터 기획재정부에서 지정한 기부금 단체로 등록돼 후원금에 대한 기부금 영수증 발급이 가능해진다. 실리콘밸리에 기부 문화를 기반으로 창업한 스타트업이 많듯, 이 같은 문화를 국내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다.

국내에도 크래프톤 창업자 장병규 의장, 배달의민족 김봉진 의장처럼 성공한 선배 기업들이 후배 기업들을 지원하는 기부·후원문화를 차츰 싹을 틔우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이사는 "실리콘밸리에선 일런 머스크와 같은 선배 창업자가 큰 펀드를 조성한 뒤 후배 기업들에게 투자하는 식의 커뮤니티가 발달돼 있다. GDIN도 이런 걸 국내에서 만들어 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한 K테크 기업들이 참여하는 성과환류시스템을 통해 스마트시티 조성과 같이 전 세계적인 프로젝트에 우리 스타트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등 글로벌 매출을 거둘 수 있는 더 좋은 프로그램들을 많이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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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