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두 개의 스윙 방아쇠
[골프한국] 연습할 짬을 내기 힘든 주말골퍼들이 필드에서 만들어 내는 미스 샷들은 십중팔구 빠른 스윙에 원인이 있다.
골프가 요구하는 기본을 아무리 제대로 터득했다 해도 막상 필드에서 볼 앞에 서면 그동안 익혀왔던 스윙 템포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눈 깜짝할 사이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샷을 날려버린다. 귀중하기 그지없는 샷을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해치워버린다.
볼을 눈앞에 둔 골퍼가 가능한 한 빨리 볼을 눈앞에서 없애버리고 싶어 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반응이다. 양발 앞에 놓인 볼을 보는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골퍼가 겪는 혼란과 고통은 가중될 뿐이다. 볼과 목표물을 번갈아 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늘어난다. 머리에 떠오르는 많은 고려사항을 감안해 필요한 샷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여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지침과 주의사항들이 필요한가. 실패했을 때를 가정한 불안과 공포까지 엄습한다. 머리에서 쥐가 난다는 말이 실감 난다.
눈앞의 볼에서 느끼는 이런 공포와 압박감에서 벗어나려는 반사 동작이 급하고 빠른 샷을 낳는 것이다. 어서 빨리 볼을 없애버리겠다는 심리가 평소 연습장에서 하지 않던 번개 같은 샷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레슨프로들이 권장하는 스윙 템포를 유지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백스윙과 다운스윙을 '하나 둘' 숫자를 세면서 하는 방법, 여기에 백스윙의 톱에서 잠깐 멈추도록 '하나 둘 셋'의 숫자를 세는 방법도 있다. 이때 숫자를 세는 템포는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속도에 맞출 것을 권한다.
문제는 이런 지침들이 필드에서 볼 앞에 서기만 하면 하얗게 지워진다는 것이다. 볼을 앞에 두고 밀물처럼 밀려오는 온갖 지침들, 여기에 뒤따르는 불안과 공포에서 어서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샷을 날려버리고 만다.
나도 이런 실수를 자주 범하다 최근 연습장에서나 필드에서나 효과적으로 스윙 템포를 유지하면서 헤드 스피드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되찾아 실천하고 있다. 혹한의 날씨에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장을 찾은 보람이다.
초보 시절에는 스윙을 백스윙과 다운스윙 팔로우 스윙 등으로 구분해 연습하다 구력이 쌓여 일정한 수준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이 세 동작을 하나로 묶어 실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스윙이 흐트러지고 스윙템포를 잃으면 다시 구분 동작으로 스윙을 연습하게 된다.
내 경우 백스윙과 다운스윙에 각각 다른 방아쇠가 있다고 생각하고 스윙을 하는 방법으로 연습해서 전광석화같은 샷을 방지하는데 효과를 보았었다. 임팩트를 가하는 순간의 방아쇠가 아니라 백스윙과 다운스윙에 각각의 방아쇠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백스윙 때의 방아쇠는 바로 어드레스 자세에서 손과 클럽이 테이크백을 시작하는 순간에 작동하고 백스윙이 톱에 도달했을 때 왼쪽 엉덩이의 방아쇠가 당겨지면서 다운 스윙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며 스윙을 연습했더니 허겁지겁 샷을 날리는 습관이 효과적으로 고쳐졌다.
스윙에 두 개의 방아쇠가 작동한다는 이미지는 그만큼 샷 동작에 여유를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왼쪽 엉덩이와 왼쪽 어깨를 동시에 목표 방향으로 뒤트는 것으로 시작하는 다운 스윙은 오른 팔 위주의 다운스윙에서 생기는 폐단, 이를테면 뒷땅 토핑 훅 혹은 슬라이스 등을 줄이는데도 결정적 역할을 함을 깨달았다.
혹한에도 연습장을 찾아 '두 개의 방아쇠' 이미지를 실천하면서 잃어버린 분실물을 되찾은 기분을 맛보고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