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잡고 트럼프 대추격하는 헤일리… “트럼프, 부통령 후보 제안 검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추격전이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내년 대선 가상 양자대결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난 헤일리 전 대사가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4%포인트까지 따라잡았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하는 방안까지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와 CBS방송은 22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헤일리 전 대사에 관심을 보이며 캠프 밖 참모들에게 ‘니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선전에 대해 그동안 “가짜뉴스”라고 무시하는 입장을 취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같은 입장 선회는 그만큼 헤일리 전 대사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코크 네트워크 등 공화당 ‘큰손’들의 지지를 확보한 헤일리는 공화당 첫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뉴햄프셔주 여론조사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이 뉴햄프셔 공화당 경선 참여 예상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율을 기록, 트럼프 전 대통령(33%)을 오차범위 이내인 4%포인트 까지 따라붙었다. 이달 초 18%의 지지율을 기록했던 헤일리 전 대사가 거침없는 추격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내년 1월23일 열리는 뉴햄프셔주 경선은 아이오와주 코커스와 함께 대선 경선 초기 미국 유권자들의 민심을 읽어낼 수 있는 바로미터로 꼽힌다. 트럼프 캠프 한 고위 관계자는 CBS방송에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주에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제치고 2위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심지어 민주당 지지층 내에서도 헤일리 전 대사를 ‘트럼프 대항마’로 보고 결집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민주당 후원가인 리드 호프먼 링크드인 공동창업자는 헤일리 전 대사의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에 25만 달러를 기부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호프먼이 헤일리 측에 거액을 후원한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기 위해서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도 월가 경영진들 앞에서 “매우 진보적인 민주당 지지자라도 헤일리를 도와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헤일리 전 대사는 지난 11월 실시된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41%의 지지율을 기록해 바이든 대통령(37%)을 4%포인트 앞섰다.
다만 미 전역에서 트럼프가 누리는 압도적 지지를 고려할 때 헤일리 전 대사가 최종적으로 공화당 대선 후보 자리를 차지할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성심을 중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헤일리 전 대사를 실제 부통령 후보로 최종 낙점할 가능성도 낮다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엔 대사로 임명된 헤일리 전 대사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역사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반기를 든 바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의 극렬 지지층인 마가(MAGA) 세력을 비롯해 트럼프 측근들도 헤일리 전 대사의 러닝메이트 지명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는 최근 열린 공화당 행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일을 공화당 지도부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측근인 극우 방송인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는 “헤일리가 부통령 후보가 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헤일리 전 대사가 선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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