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L] 12월에 지붕열고 점프볼? 호주에만 있는 오픈 에어 게임
'오픈 에어 게임'은 오로지 멜버른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존 케인 아레나에서만 가능하다. 지붕이 개폐식인 덕분이다. 2000년에 완공된 이 체육관은 1만 0500석의 대형 구장으로 멜버른 공원에 위치해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오픈과 같은 테니스 대회를 비롯해 크고 작은 스포츠 이벤트가 이곳에서 개최된다.
멜버른 유나이티드는 2015년부터 이곳을 홈구장으로 사용해왔는데, 그러면서 매 시즌마다 한 번씩 '오픈 에어 게임'을 기획했다. 지붕을 열고 별이 보이는 하늘 아래서 경기를 가진 것이다. 호주는 12월이 여름이기에 농구시즌 이벤트로 삼기에는 딱이었다.
아쉽게도 코로나19 기간에는 개최되지 못하다가 2022시즌(2022년 12월 23일), 케언스 타이판스와의 경기에서 재개했다. 크리스마스에 학교도 방학에 돌입하기에 가족들이 와서 즐기기에 딱 좋다는 생각에서였다.
미국에서 열린 야외 경기들
야외 경기는 그동안 정규시즌과 관계없이 이벤트성으로 개최되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농구 시즌이 열리는 10월부터 4월은 대부분의 나라가 겨울이기 때문이다. 미국 NBA는 5~6월 플레이오프가 열리지만, 초긴장 상태로 치러지는 플레이오프에 변수가 많은 '이벤트'를 가미하기란 쉽지 않다.
대신 이벤트 성으로 아웃도어(outdoor) 시리즈를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1972년 9월에는 푸에르토리코 산 후안의 야구장(히람 비손 스타디움 : Hiram Bithorn Stadium)에서 피닉스 선즈와 밀워키 벅스가 경기를 가진 적이 있다. 당시 경기에서는 피닉스가 116-103으로 이겼다.
2008년 10월에는 피닉스가 캘리포니아 지역에 위치한 테니스 경기장(인디안 웰스 테니스 가든 : Indian Garden Tennis Garden)에서 시범 경기를 기획했다. 대진 상대는 덴버 너게츠. 흥행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수용인원 1만 6100명인 경기장에 1만 6236명이나 입장했다.
그런데 낮은 기온(15도)과 바람 탓에 두 팀의 경기 내용은 눈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었다. 야투 성공률이 40%가 채 안 됐다. 무엇보다 카멜로 앤서니, 앨런 아이버슨 같은 간판 스타들이 부상으로 결장해 화제가 되지 못했다. 경기 결과는 덴버의 승(77-72).
흥행에 고무된 피닉스는 2009년과 2010년에도 기획했다. 2009년과 2010년의 경우 비교적 날씨가 따뜻해 경기 자체는 볼 만 했다. 특히 2010년은 기온이 32도까지 올라 관람하기에도, 경기하기에도 어려움이 없었다는 후문이다.
선수들 반응은 어땠을까. 먼저 선수들은 힘들었다고 입을 모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해냈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뿌듯해했다. 당시 덴버를 이끌었던 조지 칼 감독은 "저녁 7시보다는 오후 5시가 나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도 내놓았다. 그러나 2010년 출전 예정이었던 덕 노비츠키는 부상과 슛 감각 저하를 우려해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야외 경기'는 여자프로농구 WNBA가 먼저 기획했다. 그것도 정규시즌 경기였다. 사실, WNBA는 NBA보다는 조건이 유리했다. 시즌이 5월에 개막해 가을에 끝나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19일, 뉴욕 플러싱에 위치한 아서 애쉬 스타디움(Arthur Ashe Stadium)에서 인디애나 피버와 뉴욕 리버티가 맞붙었는데 관중이 무려 1만 9393명이나 입장했다.
이 경기는 인디애나가 71-55로 승리했다. NBA와 마찬가지로 경기 내용은 별 볼 일 없었다. 두 팀 합계 실책만 41개였다. 날씨나 바람이 없었다곤 해도 매일 뛰어오던 환경이 아니었기에 적응이 어려웠던 것이다. 뉴욕의 한 매체는 "경기력이 아이디어의 참신함을 따라오지 못했다"라고 논평하기도 했다. 이후 WNBA는 야외 이벤트를 기획하지 않았다.
한편 NCAA는 캐리어 클래식(Carrier Classic)을 개최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형 항공모함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었다. 2011년과 2012년, 두 차례에 걸쳐 열렸는데 2011년에는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이 미시건 주립대학을 67-55로 꺾었다. 이 경기는 비행갑판에 가변석을 설치했고 8111명의 관중을 불러 모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관중 중 1명이었다.
2012년, NCAA는 플로리다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5경기를 기획했는데 날씨와 코트 상태로 인해 2경기는 중단 및 취소됐다. 갑판에 설치한 특설 코트가 젖어 아무리 닦아도 회복이 안 됐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대학과 조지타운 대학의 경기 중 이 결정이 내려졌다. 경기 중단을 결정한 한 심판은 "앞날이 창창한 학생 선수들이기 때문에 부상에 더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이유를 전했다. 실제로 선수들은 물기 때문에 불안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자부도 함께 열렸다는 점이 흥미로웠는데 노터데임 대학이 오하이오 주립대를 57-51로 꺾었고, 남대부는 시라큐스 대학은 샌디에이고 주립대를 62-49로 제압했다.
그렇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프로, 아마추어에 걸쳐 꾸준히 열린 야외 경기는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다. 야외 경기가 부활한 건 2022년 11월로, '군대 클래식(Armed Forces Classic)'이란 주제로 열린 곤자가 대학과 미시건 주립대간의 경기였다. 샌디에이고에 정박한 USS 아브라함 링컨호 갑판에서 개최됐다.
이 경기는 곤자가가 64-63으로 승리했다. 야외에서, 특히 바람이 심한 바닷가에서 열린 탓에 이 경기 역시 슈팅 성공률은 극도로 저조했다. 자유투 성공률이 두 팀 모두 60%대에 그쳤으니 말이다. 그러나 군인들을 위한 행사에 참여하게 된 선수들은 저마다 영광이라 입을 모았다.
NBL의 오픈 에어 게임 반응은?
다시 호주로 돌아오자. 2022년 12월에 열린 멜버른 유나이티드와 케언스 타이판스간의 경기는 1만 175명의 관중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앞서 언급했듯 여름 날씨였기에 변수가 적었다. 경기에 앞서 화려한 불꽃놀이도 진행되어 크리스마스 축제 느낌을 더했다. 경기는 멜버른이 84-81로 승리했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멜버른의 딘 비커맨 감독은 "다른 리그에서 시도하지 않는 혁신적인 이벤트에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NBA에 일하는 사람들도 내게 경기가 어땠는지 물어보곤 한다"라며 뿌듯해했다. 그는 "종종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고, 가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면 별도 보이는 것이 색다른 느낌이었다. 팬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2023년 경기도 그 흥행을 이어갔다. 12월 23일에 열린 이 경기 대진은 그야말로 '초대박'에 가까웠다. 애초 7월에 스케줄이 발표될 때만 해도 이런 스토리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홈팀이자 호스트인 멜버른이 1위였고, 원정팀인 퍼스가 2위였기 때문인데 연장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109-103으로 멜버른이 승리했다.
환경이 달라진 탓에 약간의 슈팅 난조와 실수는 있었지만 대체로 체육관 분위기는 뜨거웠다.
'야외 농구'하면 아직은 3x3가 더 먼저 떠오르기 마련이다. 3x3의 경우 FIBA가 직접적으로 흥행을 주도하면서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인파가 몰리는 쇼핑몰에서 많이 개최되고 있다.
국내 대회의 경우 비싼 대관료로 인해 빈도가 적긴 했지만,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개최한 트리플잼은 고양 스타필드,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등 대형 쇼핑몰에서 대회를 개최해 시민들의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다. WKBL의 경우, 1회 트리플잼을 한강고수부지 특설코트에서 개최하는 등 리그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해온 편이었다.
그러나 '야외 농구'는 여전히 추진하기가 어려운 면이 많다. 한국의 여름은 덥고 습하다는 점, 그리고 장마철이라는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또 야외 농구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코트와 관중석 등을 감당할 공간을 찾아야 하며, 흥행을 위한 체육관 접근성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런 곳이 많지 않아 까다롭다.
하지만 꼭 야외라고 혁신적이고 새로운 것만은 아니다. NBA도 그랬지만 NBL 역시 매 시즌 흥행을 위해 주어진 환경에 맞게 흥행 요소를 찾아냈다.
KBL이 '농구영신'이라는 고유의 이벤트를 만들어낸 것처럼 말이다. 이처럼 한 번이라도 더 주목을 받고, 하루라도 더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_WKBL 제공, AP/연합뉴스, 멜버른 유나이티드 X(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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