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경수로 가동의 함의… 내년엔 핵탄두 '양산' 돌입할 수도
소형·경량화 핵탄두 성능 검증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북한이 최근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내 실험용 경수로(ELWR) 시운전에 들어간 정황이 지속 포착되면서 관계당국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이 지난 2010년 시작한 이 경수로 공사가 올 초 사실상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제시됐던 만큼, 이 경수로가 본격 가동에 들어갈 경우 북한의 무기급 핵물질 생산량 또한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영변 핵시설 내 경수로의 가동이 북한의 핵탄두 양산 돌입 '신호탄'이 될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이사회를 통해 지난 10월 중순 이후 북한 영변 핵시설 내 ELWR에서 온수가 배출되는 등 그 활동량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커미셔닝', 즉 원자로에 핵연료를 처음 장전한 뒤 각종 시험을 통해 그 출력을 높여가는 시운전 목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달 22일 이사회 때도 "영변 핵시설 내 ELWR의 냉각 시스템을 통해 상당량의 물이 배출된 것으로 관측됐다"며 그 시운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영변 핵시설엔 지난 1965년 당시 소련의 지원으로 준공한 북한 최초의 원자로 2메가와트(㎿)급 IRT-2000을 비롯해 5㎿와 50㎿급 원자로, 그리고 30㎿급 ELWR 등의 원자로가 있다.
이 가운데 IRT-2000은 수명이 다해 이미 폐쇄됐고, 50㎿급 원자로는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계기로 공사가 중단된 뒤 재개되지 않은 상태다.
반면 1986년부터 가동에 들어간 영변 시설 내 5㎿급 원자로(흑연 감속로)의 경우 그간 가동 중단과 재가동을 반복해온 상황.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 원자로의 폐연료봉(사용 후 핵연료)을 이용해 핵무기 제조에 필요한 플루토늄을 생산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특히 미국과의 사상 첫 정상회담 뒤인 2018년 12월 이 5㎿급 원자로 가동을 다시 중단했다가 2021년 7월부터 재개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2021년 1월 제8차 노동당 대회 당시 △핵기술 고도화와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핵탄두 생산 등을 "국방공업을 비약적으로 강화 발전시키기 위한 중핵적 구상과 중대한 전략적 과업들"로 제시했던 것과도 무관치 않다는 게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대북 관측통은 "올 2월 이후 영변 핵시설 내 ELWR 주변에서도 보조 건물 신축 공사가 진행되는 등 그 가동을 준비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움직임이 계속돼왔다"며 "경수로 자체는 이미 완공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작년 상반기엔 2018년 4월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던 함경북두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 재건도 완료했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언제든 이곳에서 제7차 핵실험을 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북한이 이르면 내년 1월8일 김정은의 40세 생일 전에 올 3월에 공개한 전술핵탄두(화산-31)를 갖고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와 각종 무기 개발이 '한미의 군사적 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이란 주장을 반복해왔으나, 그보다는 2019년 10월 북한의 이른바 '비핵화' 조치와 대북제재 해제·완화를 맞바꾸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뒤 "자신들이 세운 '시간표'에 따라 핵·미사일 개발 및 기술 고도화를 진행해왔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견해다.
그러나 북한이 내년에 7차 핵실험을 감행하더라도 전과 달리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제재 등 대응 조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작년 이후 안보리 차원의 관련 대응 논의 때마다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주요 우방국이기도 한 중·러 양국은 2017년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실험 및 ICBM 시험발사 등 중대 도발에 따른 제재 결의에 함께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간 패권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개시에 따른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안보리 내에서도 이들 국가들이 '충돌'하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내년 3월엔 러시아 대통령선거가, 11월엔 미 대선이 예정돼 있어 러시아발(發) '반미·반서방 연대' 구축 움직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북한 입장에선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한미 당국은 북한이 러시아 측에 우크라이나 전쟁용 탄약·무기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우주발사체·정찰위성 등의 개발·완성에 필요한 기술적 자문을 받았을 개연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8차 당 대회와 그 뒤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통해 핵탄두 수 증가를 강조해왔다"며 내년에 "추가 핵실험을 통해 그 위력을 검증한 뒤엔 본격적인 양산체제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yellowapoll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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