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K팝 시상식, '제대로 된 무대'부터 만들자"

CBS 오뜨밀 2023. 12. 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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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률·화제성 모두 위기인 음악 시상식
MAMA 시청률, 10년 사이 4.9% → 0.6%
섭외용 '나눠주기식 시상', 권위 떨어뜨려
음악과 미디어 소비 방식의 변화도 원인
기억 남을 '제대로 된 무대'부터 고민해야
아이돌 외의 다양성 끌어안는 것도 필요

■ 방송 : CBS 라디오 <오뜨밀 라이브> FM 98.1 (20:05~21:00)
■ 진행 : 채선아 아나운서
■ 대담 :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 채선아> 좀 더 밀도 있게 알아볼 이슈 짚어보는 뉴스 탐구생활 시간입니다. 이맘때쯤에 기다려지게 되는 게 아무래도 연말 시상식이 아닐까 싶은데요. 특히 K팝 팬들이라면 가수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그 무대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 무대가 딱히 뭐 매년 다를 바도 없고 식상하다라는 얘기가 흘러나와서 이분 모시고 연말 시상식 얘기해보려고 모셨는데요.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김윤하> 안녕하세요. 김윤하입니다.

◇ 채선아> 연말 시상식을 떠올려보면 꼭 밤늦게 하거나 아니면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맨 끝에 꼭 나오더라고요. 끝까지 3시간 내내 TV 앞에 앉아 있었던 그때가 기억이 나는데 요즘은 또 그렇게까지 안 하는 것 같기도 해요. 화제가 안 돼요.  

◆ 김윤하> 아무래도 그런 면이 많이 부각되는 게 최근에 시상식이고 또 '시상식의 위기'라는 이야기와도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시상식과 관련된 이슈는 국내만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아니에요.

 
◇ 채선아> 해외도 그래요?

◆ 김윤하> 맞습니다. 해외 시상식들도 점점 떨어지고 있는 시청률이나 또 시상식 자체에 대한 주목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상당히 불안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고 있고 그렇다 보니까 최근 몇 년 동안에 시상식과 관련되어 있는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 인종이나 연령대를 다양하게 바꿔본다지, 아니면 시상식과 관련되어 있는 출연자들을 좀 다양화시켜서 기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하는 식으로 여러 가지 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요. 사실은 그런 면에서 K팝 아티스트들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이 해외 시상식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카드로 상당히 많이 활용이 된 부분이 있거든요.  

◇ 채선아> 우리 가수들을 초청해요?  

◆ 김윤하> 그렇죠. 그래서 많이들 아시는 BTS랄지, 올해는 뉴진스도 해외 시상식에서 활약을 한 모습들 많이 보셨을 텐데 이런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해외 시상식에서 '우리도 좀 다양한 음악을 다루고 있다. 트렌드를 알고 있다' 또 이들의 팬덤을 활용해서 떨어져 있는 시청률이나 관심도 같은 것을 더 높여보고자 하는 노력으로 K팝 아티스트들이 많이 불려졌죠.  


◇ 채선아> 해외에서 그렇다면 국내에서는 시상식 시청률, 이것도 지금 떨어지고 있는 게 눈에 보이나요?

◆ 김윤하> 맞습니다. 전반적으로 그런 편이고요. 사실 국내 시상식 같은 경우에는 이제 너무나 안타깝게도 아예 방영할 수 있는 채널을 잡지 못하는 시상식도 굉장히 많은 상황이고요. 엠넷에서 주최하는 MAMA 같은 시상식은 어쨌든 채널을 가지고 있는 엠넷에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채널을 통해서 방송이 되긴 하지만, 10년 전 시청률이 한 5% 정도, 4.9%가 가장 높았던 시청률로 나타나 있었는데 10년 전입니다. 

그런데 올해 같은 경우에는 0.6%가 나와서 역대 최저 시청률을 다시 경신을 했어요. 사실 아마 이 연말 시상식을 제작하고 있는 입장에서도 상당히 고민되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

◇ 채선아> 지금 그래프를 보니까 너무 뚝뚝 떨어져서 이거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드는데요?  


◆ 김윤하> 어떻게 보면 레거시 미디어랄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프로그램을 보던 채널 자체들에 대한 주목도가 좀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고요. 대신에 유튜브나 여러 다른 플랫폼들을 통해서 동영상들이 소비가 되지만 그런 경우에 특정 아티스트에 대한 수요만 부각될 뿐이지 전반적인 시상식에 대한 관심이나 논의나 권위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점차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시상식 자체로는 그렇게 좋은 지수라고는 절대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채선아> 과거와 비교했을 때 시상식에 대한 화제성이 왜 이렇게 떨어졌을까요?

◆ 김윤하> 저는 크게 두 가지 정도 이유를 보고 있는데요. 우선 첫 번째로는 기본적으로 음악을 소비하는 소비층 자체가 예전처럼 어떤 권위를 따라가는 형식의 소비 방식이 아니라 자신의 취향을 중심으로 한 시대로 바뀌었어요. 그렇다 보니까 연말에 누가 최고든 말든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최고다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좀 깔려 있습니다. 국민 가수랄지 아니면 세대를 초월한 스타가 탄생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시대가 되고 있는 건 사실이고요.

그리고 여기에 더해 시상식이라는 게 결국에는 권위를 바탕으로 생명력을 이어가는 형식의 이벤트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부분이 상당히 떨어진 것이 결국에 시상식에 대한 관심을 낮추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시상식에 나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고 상을 받으면 그것이 의미가 있고 해야 되는데, 나눠주기식 시상을 하는 것들을 누구나 다 알고 있고 예를 들어 채널과 레이블이 사이가 나쁘면 이 채널에서 하는 시상식에는 나오지 않는 아티스트들이 있다든지, 아니면 상을 받기 위해서 나오는 아티스트 이외에는 초대를 하지 않는다든지 하는 거죠. 뭐랄까 비상식적인 구조로 시상식이 꽤 긴 시간 동안 이어지다 보니까 대중들은 시상식이라는 것에 대해서 관심을 별로 두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그 상이 중요한, 혹은 그것이 꼭 필요한, 혹은 그것을 받고 싶은 아티스트나 팬덤들만 이 시상식에 주목하는 독특한 구조가 만들어졌죠.


◇ 채선아> 또 별의별 상이 너무 많거든요. 이렇게 상의 분야를 늘리는 이유는 뭘까요?  

◆ 김윤하> 기본적으로는 가요계를 다양하게 다루고자 한다고 이야기를 하겠지만 상을 받은 아티스트의 면면을 보자면, 어쩔 수 없이 섭외를 하기 위해서는 상이라고 하는 일종의 감투가 필요하기 때문에, 서로의 필요가 맞아서 만들어지는 라인업인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죠. 사실은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긴 합니다.  

◇ 채선아> 섭외를 위해서 만든 상들이라는 거네요.  

◆ 김윤하> 네. 그래도 최근 한 10여 년간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내 시상식들이 특히 뭇매를 많이 맞아서 많이 개선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많이 떨어진 신뢰를 재건하는 데 있어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채선아> 그 방법이 무엇일지가 궁금해요 뭐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을 더 섭외하면 되는 건지, 어떤 부분에 손을 대야 우리가 예전처럼 기대하고 공유하는 그런 무대를 볼 수 있는 건지.  

◆ 김윤하> 사실은 제작진들 안에서도 고민이 정말 많을 거예요. 이 시상식을 통해서 상이라는 것의 권위가 올라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렇다면 우선 한국의 K팝 아티스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좋은 무대를 선보여서 화제성을 먼저 잡고, 이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까지 그렇게 좀 흐지부지 지났었던 시간만큼 노력을 기울여서 K팝 아티스트는 물론이고 한국 대중음악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약을 하고 있는 폭넓은 아티스트들을 같이 아울러서, 한국에서 대중음악을 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라면 누구나 이곳에 가고 싶고 상을 받고 싶은 시상식을 만드는 것이 결국에는 가장 중요한 방향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채선아> 결국에 무대를 좋게 만들어야 한다, 좋은 무대가 열려야 한다는 거네요.  

◆ 김윤하> 가장 빠르게 권위나 좋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약간 절충안 같은 제안이죠.

◇ 채선아> 그 제대로 된 무대라는 건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 김윤하> 사실 지금까지는 상을 주기 위해서, 혹은 받기 위해서 라인업이 만들어지는 경우도 많았고, 그렇다 보니까 진짜 이 시상식을 보면서 한 해를 전부 돌아보기에는 좀 아쉽다고 여겨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거든요. 단일 무대들의 완성도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전반적으로 시상식이 한 2~3시간 정도는 열리는 것인데, 그 긴 시간을 통해서 1년 동안, 적어도 이 시상식이 바라보는 한국 대중음악이라는 것을 무대의 흐름으로 만들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시상식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채선아> 저는 시상식을 보다 보면 참석한 가수들도 2~3시간 앉아 있다 보니까 막 지루한 표정이 역력해요. 보는 시청자도 지루하고, 거기 참석한 가수들도 지루한, 그런 시상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가수와 시청자가 모두 보기에 좋았더라 하는 그런 무대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 약간 변화를 볼 수 있는 게 KBS가 이번에 일본에서 가요 시상식을 열었거든요.  

◆ 김윤하> 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또 지금 상당히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KBS에서 처음에 일본에서 시상식을 한다고 했다가 '왜 한국방송이 일본에서 시상식을 하느냐'는 이야기를 듣고 비판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1부는 한국에서 원래 하던 가요대축제 방식으로, 2부는 일본에서 일종의 콜라버레이션 쇼 같은 방식으로 약간 절충안을 만들어서 시상식을 개최했는데요.

이 방송사 안에서는 나름대로 뭔가 합의하에 그렇게 진행을 하게 된 시상식이었습니다만 결국에 여러 가지 이유로 다시보기가 제공되지 않고, 2부는 유료 채널에서만 전체 방영분과 미방영분을 볼 수 있다는 뉴스가 나왔거든요. 사실 그 부분 때문에 K팝 팬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그래도 아직 한국 대중음악의 1년을 이 연말 가요 시상식을 통해서 다시 보고 싶었던 대중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긴 합니다.  

◇ 채선아> 왜 해외에서 열려고 하는지 궁금해요.  

◆ 김윤하> 대표적인 거라면 역시 저는 수익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채선아> 해외에서 열면 수익이 더 생기나요?  

◆ 김윤하> 국내에서는 최소 방송사를 끼고 있는 시상식 같은 경우에는 유료로 티켓을 파는 것이 어려운 부분이 있고요. 판매를 하더라도 어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금액을 올리는 게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요. 그런데 이 시상식들이 해외에 나가다 보면 약간 연합 공연처럼 개최가 되는 경우들이 많다 보니까 아예 공연 가격 혹은 연합 공연이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가격을 받아서 티켓 판매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 시상식들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팝이 되었기 때문에 해외로 나간다고 이야기를 하긴 하지만 수익적인 부분 때문에 해외를 택하는 것이 적지는 않다고 생각하고요. 이게 사실 프로그램을 만드는 제작진 입장에서도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접근이거든요. 국내 같은 경우에는 이미 서로가 잘 알고 있는 인프라, 공연장부터 시작해서 스태프들을 활용을 할 수가 있겠지만 해외의 낯선 곳에 나가면 기본적인 공연장부터 전반적인 스태프, 기자재 섭외까지 쉽지가 않은 일이고, 거기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점들이 있죠. 그러다보니 방송 사고라든가 전반적인 퀄리티가 해외에 나가면 좀 문제가 생긴다는 점 때문에 만족하지 못하는 팬들도 많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래서 해외만 무작정 고집할 것이 아니라 내실을 기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입니다.  

◇ 채선아> 지금까지 해주신 얘기를 정리해보면, '연말 시상식 이대로는 안 된다. 매번 식상하게 반복되고 제대로 된 무대를 만들어야 된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평론가님이 생각하는 제대로 된 무대의 예시가 있다면 어떤 걸까요?  


◆ 김윤하> 제대로 됐다는 것은 시상식의 그 긴 시간을 다 본 이후에도 기억에 남는 것이 좋은 무대라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화려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특별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017년에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있었던 아이유 씨의 '이름에게' 무대가 있었어요. 이 곡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시민들부터 사회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어떻게 보면 소수자로 여겨지는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씩 뒤에 띄우고 또 그분들이 무대에 함께 서서 목소리를 합해서 하나의 커다란 대형 무대를 만드는 그 모습에 오랜만에 시상식 무대 보면서 약간 소름이 돋았던 기억이 있거든요. 또 시상식이 연말에 항상 열리다 보니까 한 해를 되돌아보는 의미에서도 상당히 의미 깊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시간이 모여서 만들어진 한 해를 다시 한 번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또 한편으로는 그 이듬해에 열렸던 같은 시상식에서 BTS가 거의 30여 분이 넘는 아주 호화롭고 거대한 무대를 한번 연 적이 있었어요. 거의 단독 공연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의 정말 거대한 무대였는데요. 그것을 뚝심 있게 밀어붙인 시상식도 대단했고, 그리고 그것을 자신들의 팬들만 있는 것이 아닌데도, 그 다양한 팬층과 또 전 세계가 보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역량 그대로 불태웠던 BTS의 당시에 정말 끝까지 올라가 있던 능력치 같은 것도 눈부셨던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 채선아> 올해 시상식의 기억에 남는 장면들도 궁금한데 어떤 게 있을까요?


◆ 김윤하> 올해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뮤직스타일상이라는 상을 좀 다른 형태로 바꿔서 올해부터 시상을 하게 됐어요. 이전에는 좀 힙한 아티스트들에게 주는 상처럼 불려지다가 올해부터는 자신만의 독자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는, 한국 음악계의 독특한 아이콘에게 선물을 주겠다는 취지로 10팀을 호명하고 그 가운데 한 팀에게 시상을 했거든요. 밴드 실리카겔이었고요. 이 팀이 올해 멜론 뮤직 어워드의 오프닝 무대를 섰는데 그 풍경이 참 재밌었어요.

그 공연장에 모여 있는 이들은 대부분 K팝 아이돌 팬들이긴 했거든요. 그런데 그들이 조금 낯선 이 밴드 음악을 접하면서 아직 좀 적응이 못 된 것 같은 모습을 보면서 이게 계속 반복되면서 익숙해져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고정관념이라는 게 이렇게 또 무섭구나, 뭔가 이렇게 엄청나게 낯설게 그 무대를 바라보는 관객들과 댓글 반응을 보면서 계속 이렇게 다양한 음악을 품는 노력을 한국의 시상식들이 해나가야 결국에는 더 큰 한국 대중음악과 함께 성장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 채선아> 네. 여기까지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와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윤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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