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연말결산] 천만 영화 2편 탄생, 믿었던 배우들의 배신.... CJ ENM의 폭망
매년 '한국 영화는 위기다'라는 말을 하게 되는 것 같은데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천만 영화가 2편 탄생하며 '이렇게 죽게되게 내버려두진 않는구나' 안도를 하긴 했지만 반성할 것도 개선해야 할 것도 많은 2023년 영화계였다. 올 한해 영화계를 돌아보자.
▶ 2편의 천만 영화 탄생! 한국영화 죽기 직전 기사회생
영화 '서울의 봄'이 12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2023년 한국 영화계에 오랜만에 천만 영화가 두 편이 탄생했다.
올 한 해 첫 천만 영화는 마동석의 프랜차이즈 영화 '범죄도시 3'이 달성했다. 1,046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3'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서울의 봄'은 크리스마스 연휴+신년맞이라는 마지막 반등의 기회를 갖고 있기에 2023년 최고 흥행의 영화 자리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 개봉한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처음으로 예상을 깨고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힘차게 달려갈 때만 해도 극장가가 다시 부활할 줄 알았다. 이어 3월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도 571만을 기록, 6월 개봉한 '엘리멘탈'이 711만을 달성할 때까지 우리나라 영화는 5월 말 개봉한 '범죄도시 3'을 제외하고는 백만 관객에 도달하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한국 영화 죽어간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었다.
야심 차게 여름 시장을 노리고 출격한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1' '아바타: 물의 길' '오펜하이머' 들조차도 300만~400만 관객대에 머무르며 올해 박스 오피스 7, 8, 10, 11위를 차지하자 한국영화만 죽은 게 아니라 극장가가 죽었구나라는 생각에 절망적이었다.
아무리 영화에 대한 언론시사에서의 반응이 좋았어도 대중의 평가는 싸늘했으며 '이렇게까지 안 본다고?'라는 놀라움이 계속되는 2023년이었다. 대충 예고편만 봐도, 언론시사를 하고 나면 관객이 얼마 들겠다는 예측이 나왔었는데 전문가들의 수년간의 데이터가 무용지물이 되는 올해였다.
수작으로 칭찬받은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374만에 그치며 올해 박스오피스 9위에 겨우 안착했으며 여름 극장가 유일한 우승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밀수'도 496만으로 올해 박스오피스 5위에 그쳤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영화도, 엄청난 제작비를 들인 국내 대작도, 반짝이는 기획과 신선한 시도로 칭찬받은 작품도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올 한 해 간택받기는 힘들었다.
그런데 올해 하반기 '서울의 봄'이 의외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사실 언론 시사 이후 기자들은 모두 입을 모아 '영화는 잘 만들었는데 보고 나니 너무 화가 나서 선 듯 추천하기 어렵다.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을 했었다. 그런데 '서울의 봄'이 하반기 극장가를 살리고 있다. 입소문을 타고 분노의 열기를 모아 천만을 넘긴 것. 이런 비슷한 모드를 타고 '노량: 죽음의 바다'도 개봉 4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동원하며 가파르게 관객을 모으고 있다.
올해 박스오피스 top10 중 다행스럽게도 '범죄도시 3'과 '서울의 봄'이 1,2위를 차지하긴 했으나 그 외에는 '밀수' '콘크리트 유토피아'만 한국영화이고 나머지는 3편이 애니메이션, 3편이 글로벌 프랜차이즈 작품이다.
코로나 이후 영화 관람비도 올랐고 딱히 재미있는 영화도 없어 관객들의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깊어졌다. 올해 극장가의 성적이 이런 고민의 정답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급변하는 상황과 문화에 관객들도 지금 답을 찾아 헤매고 있는 중일 것. 이런 때일수록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 게 영화인들의 과제다. 그동안 개봉 못했던 밀린 작품을 내놓으며 다 같이 망할게 아니라 요즘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젊은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아야 할 것.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대박, CJ ENM+쇼박스 폭망!
올해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 3' '서울의 봄' 모두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서 배급했다. 연초와 연말 천만 쌍끌이를 하며 올 한 해 가장 선전을 한 배급사에 등극했다.
NEW는 올해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밀수'의 흥행으로 웃을 수 있었다. 물론 '소울메이트' '귀공자' '가문의 영광: 리턴즈' 등의 작품을 내놓으며 올 한 해 영화계 명암을 동시에 맛보기는 했지만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배급하며 손해는 보지 않았다는 걸 보면 비즈니스는 영리하게 한 듯.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콘크리트 유토피아' '미션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1' 등 화제작을 내놓기는 했으나 영화의 기대에 비해 조금 부족한 성과를 냈다. 지난해에 '한산: 용의 출현' '탑건: 매버릭'의 영화로 워낙 좋은 성적을 냈었기에 그에 비하면 많이 부족해 보이는 듯. 하지만 4일 전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가 뜨거운 화제이기에 올해의 마지막 날까지 성과를 지켜볼만하다.
반면 CJ ENM은 지난해에 이어 폭망의 길을 걷고 있다. 올해 개봉한 영화 중 한 편도 100만 관객에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성적을 받았다. '유령'은 66만, '카운트'는 39만 '더 문'은 51만, '소년들'은 47만을 동원했다.
쇼박스의 경우도 2년 연속 부진을 보이고 있다. 수입한 '스즈메의 문단속'이 유일하게 500만 관객을 동원하긴 했지만 '비공식작전' '3일의 휴가' 등의 작품이 부진을 면치 못했다.
▶ 믿었던 영화인들의 범죄, 배신감 어쩔 것?
올해 솔직히 한국영화팬들이 가장 큰 배신감을 느낀 건 유아인, 이선균의 범죄행위 때문일 것. 연기 잘하는 배우들이 그나마 위태로운 한국영화계를 잘 이끌어가고 있다는 믿음이라도 있었는데 그걸 무참히 깨트렸다. 그것도 마약범죄로. 지금껏 활동을 해 오며 SNS를 통한 발언으로 자잘한 논란이 있었던 유아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작품으로 연기로 논란을 무색하게 해 왔던 그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어떤 연기를 한다고 한들 '약 빤 연기' 같은 비아냥 수준의 반응 이상을 끌어낼 수 있을까?
심지어 올 한 해 중년 배우로서 열일하며 칸 영화제에 자신의 작품 2개를 동시에 입성시키며 주목을 받은 이선균까지 마약투약 혐의에 술집 마담에게 '사랑한다'는 고백이라니! 이들이 초범이어 집행유예를 받고 복귀를 한다고 한들 이들의 작품을 순전히 연기에만 집중해서 봐줄 관객이 있을까?
예전에는 연예인들의 범죄에 조금은 관대한 부분이 있었다. 프로포롤을 하고 복귀하며 사과한 하정우는 복귀작이 넷플릭스 작품 '수리남'으로 은근슬쩍 그렇게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돈을 내고 극장까지 와야 하는 영화에서의 반응은 넷플릭스때와 달랐다. 하정우가 홍보에도 열일했던 '1947 보스톤'과 '비공식작전'은 두 작품의 관객을 합쳐서 200만이 안된다. 심지어 하정우의 차기작에 음주운전을 했던 배성우를 캐스팅하려 한다는 기사가 나오며 범죄를 저지른 배우들끼리의 조합에 대한 비난은 더 뜨거워졌다.
iMBC 김경희 | 사진 iMBC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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