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한의학으로 하는 정신건강 관리
■글 : 김진균 충청북도 한의사회 재생한의원 원장■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이후 많은 시민들이 경제적 불황 및 건강에 대한 두려움으로 정신건강의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늘고 있고 실제로 신경정신과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마찬가지로 한의원에 내원하여 두통, 화병, 경계, 정충, 불면, 우울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환자들에게 상담을 비롯한 진단, 진단에 따른 침법과 환자 각각의 상황에 맞는 약 처방으로 환자의 상태를 치료해 준다. 한방에서 다루는 대표적인 정신적 질환을 소개하고자 한다. 1. 불면(不眠) 불면은 뇌신경이 허약해진 가운데 안정을 얻지 못한 뇌세포의 기능에서 유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주로 뇌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재를 선용한다. 불면의 증상은 심신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 같고 마음이 심란하고 주야로 갑갑하다. 또한 겁이 많아지고 무슨 일을 생각하면 근심·걱정으로 자주 놀란다. 큰 병을 앓고 난후 심신이 허약해지거나 소화불량으로 체력이 허약해지면 이유 없이 불면증이 올 수도 있다.
2. 경계(驚悸) 크게 놀라고 난 후에 그 일이 잠재의식으로 남아 생각만 하여도 놀라던 상황이 연상되어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며 가슴이 뛰고 떨려서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다. 뇌 신경쇠약의 일종으로 어떤 일을 생각만 하여도 무서워하고 잘 놀라는 증상이다. 뇌신경을 안정시키는 약재를 선용한다. 경계의 증상은 겁이 많아 사람을 만나도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혼자 집을 보지 못하며 혼자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무서워한다. 그리고 지나치게 많이 생각하고 비관하여 상심하게 되며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다. 3. 정충(怔忡) 가슴이 쿵쿵 뛰는듯한, 심장의 박동을 크게 느끼는 기분을 정충이라 하며 불안증을 동반한다. 일반적으로 신경 자극에 의해서, 심장이 약해서, 운동 후, 음주 후, 흥분 후 등에서 심박을 크게 느낀다. 일시적인 정충은 치료의 대상이 아니나 관상동맥의 순환장애를 일으킨 경우나, 부자로 살다가 가난하게 된 경우로 크게 낙심했을 때, 근심이 많아 상심하여 음식을 멀리하여 기혈이 소모되어 발생했을 때, 출혈 과다로 심장에 혈액이 부족해졌을 때이며 증상이 심하면 치료가 필요하다.
4. 우울증(憂鬱) 혼자 있게 되고 사람 만나는 것을 꺼리고 지나간 날의 사연마다 눈물이 고이고 슬퍼하는 것을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 하고 안타까워 한다. 미래에 소망이 없고 용기도 반항심도 인내심도 사라진 절망의 인생을 비관하여 울거나 자살을 생각한다. 우울증은 해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생각이 과도해 비위가 허해지고 담음이 울결해 발생하며 매사에 우울하며 서글퍼지고 울고 싶고 종일 말을 하지 않고 종일 먹지도 않으며 정신이 이상한 것 같이 보인다. 5. 탈영실정증(脫營失精) 최근 들어 가장 증가가 된 질환으로 이 증상은 모든 정신과적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잘 살다가 갑자기 생활이 어렵게 되면 삶에 의욕을 잃고 비관하게 된다. 또한 명예로운 일을 하다가 그 명예를 잃어버리게 되면 극도의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탈영실정으로 인해 불면, 경계, 정충, 건망, 신경쇠약, 우울증, 의부증, 의처증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지나친 감정으로 인하여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하게 되어 오장육부가 상하게 됨으로써 정신적 문제가 직접 신체의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고 본다. 한의학에서 정신적 질환의 치료는 감정의 과도로 발생한 장부 불균형을 정상상태로 돌려놓는 방법으로 시작한다. 각 경혈에 알맞은 침 치료 및 처방을 적절하게 시행하는데 정신과적 질환에 자주 쓰는 처방은 귀비탕, 보혈안신탕, 가미온담탕, 분심기음, 사물안신탕, 반하백출전마탕, 소요산 등이 있는데 이를 환자에 맞게 가감하여 처방한다. 또한 최근 감정자유기법(EFT)이 보건복지부에서 한의학의 비급여치료로 인정이 되었다. 현대 심리학에 근원을 둔 감정자유기법은 경혈 두드림과 노출요법의 결합으로 경혈에 직접 침을 놓지 않고도 각 경혈점을 두드려가면서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말을 환자와 한의사가 같이 되뇌이면서 마음의 치유를 도모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은 치료 내내 환자와 한의사가 같이 교감하며 상담과 치료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시간이 될 수 있어 향후 괄목할 만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불치이병 치미병(不治已病 治未病)이라는 말이 있다. 이 뜻은 이미 병들고 나서 치료하지 말고 병들기 전에 치료하라는 뜻이다. 병들기 전에 어떤 치료를 해야 할까 하고 의문이 들수도 있겠지만 이 말 속에는 예방의학적인 중요한 개념이 담겨 있다. ‘미병(未病)’이라는 것은 건강과 질병의 중간단계를 의미하는 말로, 건강상태는 아니면서 질병이 발생하기 전 단계를 의미한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건강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문제, 개개인의 상실감 등을 전보다 더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정신과적인 질병은 그 질병의 발생을 개인의 능력부족, 나약함, 타개할 수 없는 절대적 상황으로 치부해 버리기 쉽다. 돌이키기 어려울 정도로 고민에 빠져 몸을 상하는 상황이 되기 전에 미병(未病)의 상태에서 적극적으로 상담 및 치료에 임하는 것이 현재의 힘든 상황을 가장 잘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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