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만든 물가와의 싸움… 2024년 전망은

이강진 2023. 12. 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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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당국의 긴축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 추이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속도는 완만한 수준을 보여 당국의 물가안정 목표 수준(2%)까지 다가가는 시점은 내년 연말쯤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주요 투자은행(IB) 사이에선 한국은행이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인하 폭을 두고선 다양한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들. 뉴시스
◆“추가적 공급 충격 없다면 물가 상승률 완만한 둔화 흐름 이어갈 것”

24일 통계청과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6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3.3% 올랐다. 지난 6월(2.7%)과 7월(2.4%) 2%대까지 떨어졌으나, 8월 3.4%로 다시 올라선 뒤 4개월 연속 3%대에 머문 것이다. 다만 10월(3.8%)보다는 0.5%포인트 하락하며 상승 폭은 둔화했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6% 상승하며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 수준을 웃돌고 있으나, 지난해 연간 상승률(5.1%)과 비교했을 땐 크게 떨어졌다.

한은은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한 뒤 추세적으로 둔화하며 내년 연말로 갈수록 2% 부근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은 지난 20일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앞으로 물가 상승률은 추가적인 공급 충격이 없다면 수요 측 압력이 약화한 가운데 비용 압력도 점차 완화되면서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은의 내년 상반기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0%이며 하반기는 2.3%, 2025년 상반기는 2.1%다. 

한은은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추이와 국내외 경기 흐름, 비용 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정부 정책 측면에서 전기·도시가스 요금의 점진적 인상, 유류세 인하 폭 축소 등도 내년 중 물가 둔화 흐름을 다소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같은 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목표 수준을 크게 웃도는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긴장을 늦추기에는 아직 이르다”며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관련 불확실성이 크고 노동 비용도 여전히 높은 점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한 ‘라스트 마일(목표에 이르기 직전 최종 구간)’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KDB미래전략연구소도 지난 11일 발표한 ‘2024년 국내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수요 측 물가상승 압력 약화로 증가세는 둔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정학적 불안, 기후변화 심화, 무역장벽 확대 등 물가 자극 요인들이 산재해 있어 인플레이션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연구소는 내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8%로 제시하면서 국제유가 변동 지속 등으로 가격 하방 경직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했다.

◆한은 금리 인하 시점 두고 시장 관심↑…일각 “내년 2분기부터 인하 시작될 것”

최근 주요국의 긴축 기조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흘러나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두고도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4개 IB(골드만삭스·BNP파리바·JP모건·씨티)는 지난달 30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이후 보고서를 발간해 향후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예상했다. 골드만삭스와 BNP파리바는 내년 2분기부터 우리나라 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목표 수준(2%)에 가까워지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관측했다. 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연간 총 0.75%포인트를 인하하는 데 이어 2025년 중에 0.25%포인트 추가 인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2025년 말에는 기준금리가 현재 3.50%에서 2.50%까지 하락할 것으로 본 것이다.

이와 달리 JP모건의 경우 “(한은이) 시장의 기대보다는 늦게 금리 인하에 돌입할 것”이라며 내년 3분기부터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봤다. JP모건은 한은이 내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내리고, 2025년에도 연간 0.5%포인트를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씨티는 지속되는 물가 압력으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0월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씨티의 한은 기준금리 인하 전망치는 내년과 2025년 각각 연간 0.5%포인트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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