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또 이런 FA 계약이...' 2명에 88억, 근데 무려 50%는 보장 X... 협상왕 차명석 단장 "제가 뭘 했나요, 계약해준 선수들한테 고맙죠"

김우종 기자 2023. 12. 24.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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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김우종 기자]
함덕주(오른쪽)와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이 계약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
2023시즌 LG 트윈스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한 함덕주(28)가 LG 트윈스에 잔류한다. 이번 계약에서도 눈에 띄는 건 총 계약 규모의 절반 가까이에 달하는 '옵션'이다. '협상왕+소통왕' 차명석 LG 단장은 이에 관해 그동안 해왔던 만큼 해준다면 충분히 다 받아 갈 수 있는 규모라고 밝혔다.

LG 트윈스는 "프리에이전트(FA) 함덕주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계약을 마친 함덕주는 구단을 통해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다. 나도 부상 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LG 구단은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해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이다. 2023시즌에는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 또 팀의 필승조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면서 FA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일산초-원주중-원주고를 졸업한 함덕주는 2013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 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함덕주는 2015시즌부터 68경기(7승 2패 2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3.65)에 나서며 본격적으로 1군 주전으로 도약했다. 이후 함덕주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두산의 왕조 건설에 일조했다. 함덕주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건 2021시즌을 앞둔 3월이었다. 당시 LG가 '옆집' 두산으로부터 함덕주와 우완 투수 채지선을 받는 대신, 내야수 거포 양석환과 투수 남호를 두산으로 보내는 2: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1시즌 종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함덕주는 지난해에도 재활에 거의 전념했다. 그리고 올해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4승 무패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마크했다. 세부 성적은 55⅔이닝 동안 32피안타(1피홈런) 22볼넷 59탈삼진 12실점(10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0.97, 피안타율은 0.165. 무엇보다 시즌 초반 기존 LG의 필승조였던 이정용-정우영-고우석이 부상과 부진 등으로 흔들린 상황에서 '플랜 B'로서 불펜의 중심을 제대로 잡아줬다. 시즌 막판에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지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며 우승의 영광을 함께했다. 두산에서 활약했던 2015년과 2016년, 2019년에 이어 개인적으로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함덕주였다.

한국시리즈 우승의 감격을 안은 함덕주는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최근에는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으로부터 함덕주에 대한 신분 조회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그동안 메이저리그 진출 의사를 밝힌 적이 없었기에, 깜짝 신분 조회라 할 만했다. 메이저리그의 신분 요청 조회가 단순하게 공식적으로 신분을 확인하는 것을 뜻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관심은 FA 계약에 있어서 분명 호재라 할 수 있었다. 이어 함덕주는 지난 9일 신부 조이안 씨와 결혼식을 올리며 품절남 대열에 합류한 것. 슬하에 1녀를 두고 있는 함덕주는 구단을 통해 "지난해 12월에 혼인 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 책임감이 느껴지는 만큼 더 열심히 운동해서 가족과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함덕주는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지난 20일 입국했고, 귀국 4일 만에 계약 사실을 공식 발표할 수 있게 됐다.

함덕주(오른쪽)와 신부 조이안 씨. /사진=LG 트윈스 제공
함덕주.
함덕주(왼쪽)가 2023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8회 이닝을 마무리 지은 뒤 포효하고 있다.
LG는 지난 21일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찬규와 FA 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당시 LG 트윈스는 "FA 임찬규와 계약기간 4년 총액 50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2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2011년 2차 전체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LG 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임찬규는 2018시즌 11승에 이어 2020시즌에는 다시 10승을 따냈다. 그러나 2022시즌에는 6승 11패 평균자책점 5.04를 기록하면서 본인 자신도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냈다. 임찬규는 지난해 11월 FA 자격을 획득했다. 하지만 그는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채 FA 재수를 택했다. 개인적인 부진도 있었지만, 2011년 LG 트윈스에 입단한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컸다.

임찬규는 계약 후 구단을 통해 "엘린이 출신으로서 자랑스러운 스트라이프 유니폼을 계속 입을 수 있어서 기쁘다. 다른 구단은 생각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LG트윈스 선수로 남고 싶었는데 좋은 계약해주신 구단에 감사드린다"고 계약을 마친 소감을 밝혔다. 이어 "항상 열정적으로 응원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이번 시즌 최고의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힘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팬들이 항상 웃을 수 있도록 내년, 내후년에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인사했다. LG 구단도 팀 내 프랜차이즈 스타인 임찬규를 놓칠 수 없었다. LG 구단은 계약 후 "임찬규는 팀을 대표하는 선수로 꼭 필요한 선수"라면서 "긍정적인 영향으로 팀의 어린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 우승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특히 이번 시즌은 커리어하이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더 기대하게 했다. 본인 성적뿐만 아니라 팀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며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LG 임찬규(왼쪽)와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임찬규가 2023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LG 임찬규.
함덕주와 임찬규의 계약에 있어서 공통점이 있다. 바로 총 계약 금액 규모에 있어서 절반 가까운 금액이 옵션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이다. 임찬규는 총액 50억원 중 26억원만 보장돼 있다. 또 함덕주는 총액 38억원 중 20억만 확실하게 무조건 받는 금액이다. 둘을 합치면 총액 88억원 중 46억만 보장돼 있으며, 옵션이 거의 절반인 42억원(47.7%)에 달한다. 옵션은 말 그대로 보장된 금액이 아니다. 선수가 옵션에 걸려 있는 조건만큼 더 활약을 펼쳐야 손에 넣을 수 있는 금액이다. 어떻게 보면 구단 입장에서는 '먹튀' 등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과거에는 선수의 향후 활약 여부와 관계없이 예전 활약을 바탕으로, 또는 이름값만 믿고 큰 금액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KBO 리그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선수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큰 규모의 옵션을 걸면서 미래에 방점을 둔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이다.

차명석 단장은 24일 계약 발표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함덕주의 옵션에 관해 "원래대로 펼쳤던 활약만큼만 해준다면 다 받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함덕주와 임찬규의 계약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는 차명석 단장을 향해 '역시 협상왕'이라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퍼주기식의 이른바 '오버페이' 계약이 아닌, 앞으로의 활약 여부에 따라 합리적으로 금액을 수령하는 계약이라는 점 때문이다. 차 단장은 이런 평가에 대해 "에이, 제가 뭘 했나요. 선수들이 다 계약했는데"라면서 "일단 저희와 계약을 하고, 남아줘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선수들이 합의를 해줬다. 그래서 고마운 것이다. 서로 이야기를 해나가면서 금액을 잘 맞췄다"고 설명했다.

앞서 차 단장은 임찬규와 FA 계약에 있어서 옵션에 관한 질문에 "올 시즌만큼만 하면 다 받아 간다. 올해 토종 투수로 가장 많은 14승을 따냈는데, 정말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라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차 단장은 "우리 구단과 임찬규 측 양쪽이 다 만족한 것 같다.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임찬규 측은 본인들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면서 "임찬규 측에서는 FA 계약 총액 규모를 늘려줬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해 왔다. 저희는 안전장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고, 그래서 이 정도 규모의 옵션이 책정된 계약을 맺게 됐다"고 했다. 그렇게 LG 구단과 임찬규의 FA 계약에 있어서도 모두 '윈-윈' 계약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LG는 임찬규에게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을 보장해주면서 프랜차이즈 스타의 자존심을 확실하게 세워줬다. 그러면서도 큰 금액의 옵션을 계약에 포함하면서 선수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뛸 동기를 만들어줬다. 물론 임찬규와 함덕주 모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나란히 최고의 활약을 펼치면서 선수 본인은 물론, 팀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LG 오지환(왼쪽)과 김인석 LG 스포츠 대표이사. /사진=LG 트윈스 제공
LG 오지환.
한국시리즈 MVP 오지환이 롤렉스 시계를 손목에 찬 뒤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함덕주와 도장을 찍으면서 LG는 올해 내부 FA 4명 중 3명과 계약을 모두 마무리했다. 임찬규에 이어 오지환이 그 주인공이었다. LG 트윈스는 "지난 19일 오지환과 계약기간 6년 총액 124억원(계약금 50억원, 연봉 50억원, 인센티브 24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실 LG는 지난 1월 19일 오지환과 같은 조건에 구단 최초 다년계약에 합의했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오지환과 FA 계약을 체결했다.

오지환은 2009년 LG트윈스에 입단 후 15시즌 동안 1750경기에 출장, 타율 0.265, 1579안타, 154홈런, 256도루, 807타점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2023시즌 주장이자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다. 한국시리즈 단일시즌 포스트시즌 최초로 3경기 연속 홈런으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계약을 마친 오지환은 "좋은 조건으로 계약할 수 있게 제안해준 구단에 감사하다. 무엇보다 마지막까지 LG트윈스의 선수로 남을 수 있어 기쁘다. 올해 모두의 노력과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으로 팀이 통합우승을 이루었는데, 앞으로도 많이 우승하여 팬들께 즐거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LG 트윈스 구단은 "FA 계약을 잘 마무리해서 기쁘고, 오지환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오지환은 KBO를 대표하는 유격수이다. 또 팀에 주장이자 LG트윈스의 프랜차이즈 선수로 올해 선수들을 잘 이끌며 팀이 통합우승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었다. 올해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둔 만큼 앞으로도 오지환에게 기대가 크고, 선수단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앞서 차명석 LG 단장은 20일 올해 마지막 구단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계약을 끝내서 LG 팬 분들한테 좀 기쁜 소식을 전해드리고 싶은데, 3명 다 크리스마스 안에 끝내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임찬규, 오지환에 이어 함덕주와 계약을 마치는 속전속결 행보를 보여줬다. 이제 역시 올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내부 FA' 김민성과 계약만 남겨놓고 있다. 김민성은 올 시즌 112경기에 출장해 타율 0.249(273타수 68안타) 2루타 11개, 8홈런, 41타점 34득점, 2도루 25볼넷 58삼진 장타율 0.377, 출루율 0.326, OPS(출루율+장타율) 0.703의 활약을 펼쳤다. 차 단장은 "계속해서 협상을 이어 나가고 있다. 저희의 안을 제시했으며, 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차명석(가운데) LG 트윈스 단장.
LG 선수들의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 모습.
LG 김민성.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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