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는 어떻게 미술을 읽을까

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2023. 12. 24.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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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읽는 방식에도 세대차는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명화는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다.

편하고 쉽게 미술을 이해하지만, 그 깊이를 놓치지 않게 하는 도슨트의 역할을 책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각 편의 마지막에는 그 화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을 안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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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입덕요정’ 한이준 도슨트의 《홀리데이 인 뮤지엄》

(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그림을 읽는 방식에도 세대차는 분명하게 있다. 하지만 명화는 세대를 구분하지 않는다. 작품 자체 표면의 평활(平滑)함과 울퉁불퉁한 소재의 질감을 살리는 마티에르(matière) 기법으로 일가를 이룬 박수근 화백의 작품을 보는 방식은 세대를 쉽게 뛰어넘기도 한다. 이는 박수근이 밀레의 《만종》을 만난 후 그림에 빠진 것과 마찬가지다.

홀리데이 인 뮤지엄|한이준 지음|흐름출판 펴냄|304쪽|1만9000원

《홀리데이 인 뮤지엄》은 10년째 도슨트(전시 해설인)로 활동하는 한이준씨가 자신의 그림 여정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작가가 10년간 70개 이상의 전시에서 3000회 이상 해설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사랑한 이중섭, 박수근, 이쾌대, 천경자, 나혜석 등 5명의 국내외 화가와 클로드 모네, 라울 뒤피, 폴 세잔, 르네 마그리트 등 5명의 서양 천재 예술가의 생애를 소개한다. 저자는 MZ세대답게 편한 글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간다. 마치 미술관에서 하이톤의 도슨트가 하는 이야기를 듣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박수근의 작품 중 가장 좋아한다는 《나무와 두 여인》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쓴다.

"전쟁으로 많은 것을 잃고 참담했던 현실, 추운 겨울을 견디던 이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쟁 직후 닥친 가혹한 현실과 씨름하며 어려운 현실을 보냈죠. 그럼에도 마음만은 넉넉하던 그 시절의 온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추운 겨울을 견뎌내는 나무의 모습이 이들의 모습과도 같았던 것이죠."

하지만 저자가 택한 우리 화가들에게 가난과 고통은 박수근만의 길이 아니었다. 이쾌대와 나혜석은 거부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훗날 가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그들의 공통점에는 삶에 대한 진지한 관심과 노마디즘이 있었다. 나혜석이나 천경자는 세계여행을 택해 눈을 키웠다.

서양 화가들 가운데는 모네나 세잔처럼 조용하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다가오는 이도 있고, 마그리트처럼 더 독특하게 접근하는 이들도 있다. 특히 작가는 인생 후반에 시력이 급격히 저하된 에드가 드가의 《에투알》을 설명하면서 화가에게 깊은 애정을 보인다.

"말년의 드가는 시력과 청력을 모두 잃어가 1907년에 이르러서는 마치 '펜싱하듯' 파스텔을 휘두르며 그림을 그려 나갔다고 합니다. 하나의 동작을 위해 수십, 수백 번씩 드로잉 과정이 있었을 텐데요. 치밀하게 계획하여 작품을 완성한 화가였기에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과정을 화폭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말하듯 편안하게 썼다는 것이다. 편하고 쉽게 미술을 이해하지만, 그 깊이를 놓치지 않게 하는 도슨트의 역할을 책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또 각 편의 마지막에는 그 화가의 그림을 볼 수 있는 미술관을 안내했다. 요즘은 도시마다 미술관이 너무나 많아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하루쯤 마음잡고 미술관을 가보고 싶게 만드는 역할도 한다. 특히 서양 화가들에 대해서도 작가의 고향이 아닌 한국에서 그들의 작품을 소장하거나 풍이 비슷한 전시를 하는 미술관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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