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은 어떻게 천만 관객을 사로잡았나?
문자 그대로 '구세주의 등장'이다. 영화 '서울의 봄'이 '범죄도시3'에 이어 2023년 극장가에서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과 무관하게 올해 한국 영화 시장은 여느 때보다도 꽁꽁 얼어 붙어있었다.
설 연휴를 노려 개봉했던 '교섭', '유령'에 이어 여름 성수기 텐트폴 대작인 '더 문', '비공식작전'은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고,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거미집', '1947 보스톤' 등도 관객의 외면을 받았다.
'서울의 봄' 개봉 전까지 올해 박스오피스 10위권에서 이름을 올린 한국 영화는 '범죄도시3'(1068만)과 '밀수'(514만), '콘크리트 유토피아'(384만) 단 3편이 유일했다.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도 '범죄도시3'와 '밀수'를 비롯해 '30일'과 '잠' 4편에 불과했다.
당초 개봉 직전까지도 '서울의 봄'이 이처럼 폭발적인 흥행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것을 예상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12·12 군산반란이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와 실제 역사를 다뤘기에 관객층이 중장년에 한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또한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결말 또한 영화의 약점으로 예상됐다.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가는 영화 특성상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고, 눈길을 사로잡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서울의 봄'은 20·30 관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올해 한국 영화계 최고의 마무리 타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높은 완성도와 영화적 쾌감, 철저히 콘텐츠에 반응한 관객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속도감 넘치는 전개와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촘촘한 구성은 관객들에게 영화적 쾌감을 선사했다.
개봉 4일째 100만 명, 6일째 200만 명, 10일째 300만 명, 12일째 400만 명, 14일째 500만 명, 18일째 600만 명, 20일째 700만 명, 25일째 800만 명, 27일째 9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입소문은 계속해서 관객을 불러 모았다.
MZ가 이끌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운명적인 전환점이 된 사건인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 당시를 그렸다는 점 역시 젊은 관객들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쿠데타를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는 이들의 9시간,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역사를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영화는 MZ세대 관객들의 흥미를 더했다.
실제로 관객들 사이에서는 12.12 군사 반란에 대해 역사적인 사실과 실존 인물들의 뒷이야기와 근황 등을 찾아보는 '에듀테인먼트' 열풍까지 이어졌다. 유튜브 등에는 역사 속 인물과 영화 속 인물을 비교하는 콘텐츠부터, 이들의 근황을 소개하는 영상 등이 뜨거운 관심을 얻은 것. 이에 따라 영화의 'N차' 관객들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배우가 다 했다
김성수 감독에 따르면, 작품에서 비중과 무관하게 이야기에 영향을 주는 중요 인물만 68명. 특히 주연을 맡은 전두광 역할의 황정민 씨와 그에 맞서는 이태신 역의 정우성 씨 외에도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정만식 씨 등은 캐릭터에 동화돼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외에도 정동환, 김의성, 유성주, 안내상, 염동헌, 최병모, 정해인, 김성오, 이재윤, 박훈 씨 등의 배우들 역시 짧은 분량이 무색할 정도로 빼어난 연기 합을 보여주며 작품의 보는 맛을 살렸다는 평가다.
정우성 씨는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무대인사를 통해 관객들과 만나 영화의 흥행과 함께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 가고 있다. 또한 서울, 부산 지역 외에 상대적으로 무대인사 행사가 적은 광주에서도 무대인사를 진행해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광주의 관객들은 "서울의 봄이 광주에 오길 43년 동안 기다렸습니다"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영화의 주역들을 환영했고, 황정민 씨가 이에 눈물을 보이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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