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여야 동수 경기도의회…힘겨루기 속 협치 행보[결산 2023]

송용환 기자 2023. 12. 2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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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직’ 둘러싼 국민의힘 내분…쟁점예산 이견에 예산안 시한 넘겨
‘혁신추진단’ 구성해 신속의안 처리 위한 상임위 증설 등 합의는 성과
지난 21일 경기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올해 의정활동을 마무리 하는 종무식이 열렸다. 염종현 도의장(왼쪽 네 번째)은 이날 송년사에서 “여야동수로 출발했지만 여야가 손잡고 함께한 끝에 여야정협치위와 혁신추진단을 구성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고 올 한 해를 평가했다.(경기도의회 제공)/뉴스1

(수원=뉴스1) 송용환 기자 = 지난해 7월 출범한 제11대 경기도의회는 사상 처음으로 여야 동수(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각 78석)를 기록하면서 순탄하지 않은 향후 4년을 예고했고, 이는 실제로 2017년 이후 5년 만에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기는 과오를 남겼다.

이 같은 양대 교섭단체 간 갈등은 올해도 지속되면서 2년 연속 법정시한을 넘겨 새해 예산안을 의결했지만 의회 혁신에 뜻을 같이 하는 등 ‘협치’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올해 도의회는 ‘국민의힘 전-현 대표단 내분 지속’과 ‘힘겨루기로 인한 예산안 늑장 처리’ ‘양대 교섭단체 협치’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국민의힘 혼란은 전반기 도의장 선거 패배 이후 불거졌다. 도의회는 지난해 8월9일 본회의에서 의장 선거를 위한 투표를 실시했고, 그 결과 민주당 4선 염종현 의원이 당선됐다.

여야 동수인 상황에서 도의회 회의규칙상 결선투표까지 갈 경우 동률이 나오면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염 의원보다 나이가 많은 국민의힘 의장 후보자인 3선 김규창 의원(여주2) 당선이 유력시 됐지만 이탈표가 발생하면서 민주당에 의장직을 내주게 됐다.

이후 곽미숙 당시 대표의원 반대파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힘정상화추진위원회가 ‘대표의원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9월23일)을 했고, 그 결과 12월9일 수원지법이 곽 대표의원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

국민의힘이 결국 올해 7월11일 의원총회를 열어 김정호 의원을 신임 대표의원으로 선출하면서 내분이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행정사무감사를 앞두고 또 다른 갈등이 발생했다.

국민의힘 전임 대표단 소속인 지미연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신임 대표단의 사보임 단행으로 올 7월 상임위를 옮긴 이제영(국민의힘·성남8, 기존 보건복지위)·이채영(국민의힘·비례, 기존 여성가족평생교육위) 의원을 행정사무감사 감사위원에서 누락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 2명을 감사위원에서 제외한 ‘2023년도 행정사무감사 계획서 채택의 건’이 제372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상정됐는데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사상 처음으로 행감을 실시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오점을 남겼다.

경기도의회가 지난 21일 제372회 정례회 제5차 본회의를 열어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의 새해 예산안을 의결하고 폐회했다.(경기도의회 제공)/뉴스1

경기도(36조1210억원)와 경기도교육청(21조9939억원)의 새해 예산안이 지난 21일 도의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법정시한 내 처리는 2년 연속 실패했다.

지난해의 경우 12월17일 새해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이후 5년 만으로, 당시 민주당-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제안 사업과 남경필 지사의 역점사업 반영 여부를 두고 상호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제 시간에 의결하지 못했다.

지방자치법 제127조는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회계연도 개시일(1월1일) 15일 전’으로 규정하고 있어 12월16일까지는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

올해는 김동연 지사의 역점사업인 ‘기회소득’ 등 쟁점예산을 두고 양대 교섭단체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이 늑장처리의 주요인이다.

국민의힘은 새해 예산안 심사와 관련해 미니수소도시 조성사업(2023년 1억원→2024년 26억원, 증액비율 2500%)과 같은 ‘과다증액 편성 사업’, 시내버스 공공관리제 운영(1068억1500만원) 등 ‘생색내기 신규사업’을 지목하면서 대폭 삭감을 경고했었다.

반면 김 지사의 소속 정당인 민주당은 예산안 원안을 최대한 사수하는데 안간힘을 쓰면서 협의에 나섰고, 기회소득 관련 6개 사업 원안사수 등의 성과를 냈지만 법정시한 내 처리 불발은 피할 수 없었다.

경기도의회 혁신추진단 조성환(오른쪽 세 번째)·양우식(오른쪽 두 번째) 공동단장 등이 지난 20일 오전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도의회 운영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경기도의회 제공)/뉴스1

이 같은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서도 의정활동 전념과 경기도 발전을 위한 양대 교섭단체의 정책 연대 등 협치 노력은 빛을 발했다.

양당은 가장 최근인 지난 20일 ‘경기도의회 혁신추진단 1차 결과’를 발표했는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경기도·경기도교육청 분리 운영, 상임위원회 증설 등이 핵심이다.

혁신추진단은 지난 8월 양대 교섭단체가 ‘일하는 의회시스템 구축’을 위해 공동합의문을 채택하면서 제안된 것으로, 이후 9월19일 ‘경기도의회 혁신추진단 구성의 건’이 의회운영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구성됐다.

공동단장은 각 교섭단체 수석부대표이자 의회운영위원회 부위원장인 조성환 의원(민주·파주2)과 양우식 의원(국민의힘·비례)이 맡고 있다.

혁신추진단은 우선 예산 및 결산 심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예결위를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 분리 운영 △안건 등의 신속 처리를 위해 상임위원회 증설에 합의했다.

또 의회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의안 자동상정제도’와 ‘안건심사 소위원회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밖에 △의원들의 의정활동 지원 개선 방안 마련 △공공외교활동 도입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해외 지방의회와의 친선연맹 추진 △‘경기도형 정책지원관 제도’의 제도적·정책적 매뉴얼을 마련해 정책지원의 기능과 역할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앞서 지난 10월30일에는 여야 대표단이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조속한 설치를 위해 여야 공동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비전선포식’(가칭)을 12월8일 경기북부에서 개최 △지방의회 확대 권한 확대를 위한 3급 직제 신설, 전문위원 정수 확대 △‘1기 신도시 정비 특위’(위원장 국민의힘), ‘전세사기 진상조사 특위’(위원장 민주당) △도의회 혁신추진단 적극 가동에도 공동 노력 등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면서 협치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염종현 도의회 의장은 지난 21일 올해 의정활동을 마무리하는 종무식(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송년사를 통해 “회기 내에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종무식을 갖게 돼 기쁘다”라며 “한 해 동안 여야가 굳게 손잡고 가시덩굴을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딘 끝에 오늘에 이르렀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여야동수로 출발했지만 여야가 손잡고 함께한 끝에 여야정협치위와 혁신추진단을 구성하며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며 “협치 시즌2의 ‘해피 엔딩’을 도민께 선사해 준 동료 의원들과 집행부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고 덧붙였다.

sy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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