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신분조회→LG와 4년 38억 FA 계약, 함덕주는 왜 옵션 50%를 감수하고 LG 잔류를 선택했을까
[OSEN=한용섭 기자] 메이저리그 신분조회를 받았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보다 LG 잔류를 선택했다. 옵션이 50% 가까이 되는 FA 계약에 합의했다.
LG 트윈스는 24일 "프리에이전트(FA) 함덕주 선수와 계약기간 4년 총액 38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14억원, 인센티브 18억원)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LG 구단은 “함덕주는 국가대표 경력을 포함하여 많은 경험을 가진 투수이다. 2023시즌에는 건강함을 되찾으면서 가장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주었고, 팀의 필승조에서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 앞으로도 건강하게 마운드에서 팀을 위해 던져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계약을 마친 함덕주는 “올해가 가기 전에 계약을 마칠 수 있어 마음이 가볍다. 이번 시즌 팀이 최고의 성적을 냈고, 나도 부상없이 던지면서 팀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기쁘다. 다시 한번 건강하게 던질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함을 느꼈다.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꾸준한 모습으로 팀이 계속 강팀이 되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함덕주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43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57경기에 등판해 4승 4세이브 16홀드 평균자책점 1.62를 기록하면서 팀의 든든한 좌완 불펜투수로 활약했다. 한국시리즈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0의 기록하며 LG의 통합우승에 기여했다. 올해까지 11시즌 통산 397경기(선발 30경기) 501⅔이닝 35승 21패 59세이브 49홀드 평균자책점 3.50 탈삼진 515개를 기록했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함덕주는 시즌이 끝나고 FA를 신청했다. 함덕주는 FA 등급제에서 B등급이 됐다. 연봉 1억원인 함덕주는 C등급이 예상됐으나 B등급이 되면서, 타 팀 이적시 보상 조건이 LG에 조금 더 유리해졌다. C등급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 150%를 전 소속팀에 보상금으로 지급하면 된다. B등급은 전년도 연봉의 100%와 보호선수 25명 외 보상선수 1명, 또는 전년도 연봉의 200%를 전 소속팀에 보상해야 한다.
그런데 돌발 변수도 있었다.지난 11월말 KBO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으로부터 함덕주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은 것이다. KBO는 “함덕주는 FA 신분으로 해외 구단을 포함한 모든 구단과 계약 체결이 가능한 신분”이라고 통보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함덕주 신분 조회는 LG 구단도 예상하지 못한 소식이었다. 함덕주의 에이전트는 “올 시즌 중간에 메이저리그 몇몇 구단이 관심을 보였다. 함덕주 선수가 8월말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는 워낙 잘하지 않았나. 불펜투수들 중에서 거의 1위였으니까, 체인지업이 워낙 좋아 관심을 받았다”고 신분조회에 대해 설명했다.
함덕주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이 열리기 전에 미국에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을 만나고 돌아왔다. 매력적인 계약 조건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플릿 계약을 제시받았다는 얘기도 있었다. 실제 계약이 이뤄진다 해도, 최근 3년 연속 부상 이력이 있는 함덕주가 많은 금액을 받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였다.
신분조회를 받은 함덕주는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함덕주 에이전트는 “관심 있었던 구단들이 있었고, 얘기를 나눈 구단도 있다. 그런데 선수가 엄청난 의지를 갖고 ‘메이저리그에 도전해보겠다’는 상황은 아니다. (ML에서) 좋은 조건이 온다면 고려해 볼 것이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앞으로 왕조를 꿈꾸는 LG는 불펜 필승조인 함덕주를 반드시 붙잡겠다며 적극적이었다. 차명석 단장은 “샐러리캡을 넘기더라도 3명 모두 붙잡는다”고 했다. 구단의 포스팅 허락을 받은 마무리 고우석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할 경우, 불펜 핵심 전력인 함덕주는 반드시 LG에 필요하다.
차명석 단장은 최근 구단 유튜브 라이브에서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 FA 임찬규와 함덕주의 뒷얘기를 전했다. LG는 11월 1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승리하며 4승 1패로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LG 선수단은 잠실구장 인근 신천의 한 식당에서 회식 자리를 가졌다.
차명석 단장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고 식당에서 고기, 술로 식사를 했다. 구단주님도 오셔서 같이 식사를 하셨다”며 “임찬규가 구단주님 앞에서 ‘제 팔을 LG에 바치겠다’고 하더라. 구단주님은 웃고 계시고. 내가 '굳이 안 바쳐도 된다. 네 팔이 그렇게 필요하진 않다'고 했는데 자꾸 바친다고 하더라. 옆에서 함덕주는 이미 자기 피는 줄무늬 피다. '나는 LG에 이미 묻었다’고 얘기하더라. 왜 구단주님 앞에서 얘기하는지. 둘 다 FA다. 타이밍은 아는구나”라고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결국 함덕주는 메이저리그 도전 보다는 LG 잔류를 결정했다. 메이저리그 도전 의지는 그렇게 크지 않았고, LG에서 3년을 뛰면서 팀에 대한 애정이 커졌다. 잔부상으로 고생하다 올해 건강하게 예전 전성기 구위를 회복했다. 편안한 LG에서 계속해서 뛰기를 원했을 것이다.
함덕주는 2021시즌을 앞두고 두산에서 LG로 트레이드 됐다.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 함덕주는 2021년과 2022년에는 부상에 시달리며 트레이드 효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2021년 16경기 1승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4.29를 기록했다. 5월 무렵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수술 대신 재활을 선택해서 9월에 복귀했지만 시즌 막판 팔꿈치 부상이 재발돼 결국 시즌을 마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2022년에는 13경기 등판해 승패없이 평균자책점 2.13을 기록했다. 5월에 선발투수로 보직을 바꾸기 위해 2군에 내려가서 선발 수업을 쌓다가 부상으로 1군에 복귀하지 못하고 시즌을 조기에 마쳤다.
2년 동안 안 풀렸던 함덕주는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건강한 몸상태로 자신감을 보였다. 그리고 올 시즌 불펜에서 필승조로 완전 부활했다. 57경기(55⅔이닝)에 등판해 4승 무패 16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1.62로 맹활약했다. 마무리 고우석의 부재 기간에는 마무리 임무도 수행했다.
지난 2년간 1군에서 33⅔이닝만 던졌던 함덕주는 올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8월말 팔꿈치 부상으로 재활 시간을 가졌다. 정규 시즌 후반에 순위 싸움에 여유가 있어 재활을 서두르지 않고 시즌 끝까지 재활군에 머물렀다. 한국시리즈에 맞춰서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함덕주는 한국시리즈에서 4경기에 등판해 1승 평균자책점 2.70(3⅓이닝 1실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시리즈 전체에 결정적인 승부처였던 2차전 구원승으로 개인 첫 한국시리즈 승리를 기록했다.
함덕주는 지난 9일 신부 조이안 씨와 결혼식을 올렸다. 함덕주는 “작년 12월에 혼인신고를 했지만 결혼식을 한다고 생각하니 더 큰 책임감이 생긴다. 책임감이 느껴지는 만큼 더 열심히 운동해서 가족과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전했다.
함덕주는 올해 한국시리즈 우승, 뒤늦은 결혼식 그리고 FA 계약까지 최고의 한 해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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