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주주 1만3000명…“대주주 기준 50억원으로 올리면 주식 양도세 대상 70% 감소”

반기웅 기자 2023. 12. 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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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권도현 기자

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예고한대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 기준을 종목별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대폭 완화할 경우 주식 양도세 과세 인원이 70% 가까이 급감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종목당 10억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9200명 가량은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 수익을 내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돼 ‘부자감세’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한 종목의 주식을 10억원 이상 보유한 대주주는 1만3368명(유가증권 7485명, 코스닥 5883명)이었다. 50억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유가증권시장 2088명, 코스닥시장 2073명으로 총 4161명이었다.

현행 소득세법 및 시행령은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종목당 1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코스닥 2%·코스넥 4%)을 넘어서면 대주주로 간주해 양도차익의 20~25%을 과세한다. 지난해 말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1만3368명이 올해 상장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을 경우 20∼25%의 양도세를 내야한다.

하지만 대주주 기준을 보유 금액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올리면 과세 대상 대주주는 1만3368명에서 4161명으로 9207명(68.9%) 뚝 떨어진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종목별 보유액이 1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대주주들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19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기준 주식 총 보유 금액(622조원)의 3.1%에 해당한다.

다만 이번 추산은 종목별 주식 보유액을 집계한 것으로 동일인이 2개 종목 이상에서 10억원 이상을 가진 경우도 중복 집계됐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 대주주는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분으로 상장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대주주는 5504명이었다. 이들의 양도차익은 모두 7조2585억원으로 1인당 평균 13억1900만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이들이 낸 세금은 1조7261억원으로 1인당 3억1400만원의 양도세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대주주 기준 완화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으로 지난 21일 기획재정부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26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이번 조치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국회 입법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조정되는 대주주 기준은 당장 내년 1월 1일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지난해 여야 원내대표는 5000만원이 넘는 투자소득에 무조건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시기를 2년 유예하는 조건으로 대주주 기준을 2024년까지 10억원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는데, 정부는 이같은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기습적으로 지난 21일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특히 대통령실 경제수석을 지낸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후보자가 임명된 이후 정부의 입장이 뒤바뀐 것으로 보여, 최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양경숙 의원은 “연이은 감세안으로는 60조원에 달하는 세수펑크를 해결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재정건전성과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해 감세보다는 적극적인 세원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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