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없이 라임펀드 모집"…증권사 6곳 무더기 과징금
6곳 과징금 총 23억, 신한은 檢 통보…증선위 의결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라임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한 6개사가 공시 위반 혐의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수억원대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사기적 부정거래, 불건전 영업행위가 드러나 금융당국이 사상 처음으로 판매사로 하여금 투자자에게 원금 100%를 돌려주도록 권고한 상품이다.
24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10월23일 제18차 정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조치를 의결했다.
증선위는 펀드를 발행하고 운용한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7월까지 기간 중 총 36개 펀드에 대해 총 4930억원을 1269인의 투자자를 모집했음에도 증권신고서를 7회 제출하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펀드 판매사 6곳에는 증권신고서 미제출 펀드에 대해 투자자를 모집한 사실로 총 23억1750만원, 최대 7억243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 중 신한투자증권의 위반은 더 중하게 봐 따로 검찰에 통보했다.
문제가 된 라임 무역금융펀드는 비정상적인 펀드 운용으로 투자자들에게 환매가 중단된 펀드다. 2020년 금융당국 검사 결과 라임 펀드가 투자한 해외무역금융펀드는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에 연루돼있었지만 운용사는 이를 투자자에게 알리지 않고 계속 투자금을 받았다. 또 계약과 달리 부실기업의 메자닌 채권 등에 투자하는 등 각종 사기적 부정거래 사실도 확인됐다.
이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국은 라임 무역금융펀드에 대해 계약을 취소할 만한 중대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 펀드 판매 금융사들로 하여금 투자자들에게 원금 100%를 돌려주도록 권고했다. 이는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손실을 100% 반환하도록 한 첫 사례다.
이로부터 3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다시 판매사들이 라임 무역금융펀드 이슈로 소환된 건 증권신고서 '쪼개기 발행'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50인 이상 투자자를 모집할 경우 공모로 간주돼 집합투자증권 발행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판매사는 유사한 펀드를 시리즈로 내면서 50인 미만으로 모집해 사실상 공모 규제를 회피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하나하나는 별개의 사모펀드지만 사실상 동일한 형태를 시리즈로 발행한 것"이라며 "6개월 이내에 비슷한 시리즈 펀드로 50인 이상을 모집했으면 증권신고서 제출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증권사는 증권신고서 제출 주체가 아니기 때문에 공시 위반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판매사도 주선인으로서 운용사 만큼은 아니라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로서 공모에 해당하면 운용사가 신고서를 내도록 안내하고 내도록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증선위는 신한투자증권의 책임을 무겁게 보고 과징금 4억7310만원과 함께 수사기관 통보 조치까지 했다. 신한투자증권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부서는 라임자산운용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라임펀드 1·2차 구조화 과정, 즉 펀드 기획과 설정에도 참여하고 있어 단순 판매사 위치가 아니었다고 본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문가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느냐, 고의로 위반을 했느냐는 다른 문졔"라며 "신한은 단순 TRS 거래 상대방이 아니라 펀드의 부실을 다 알았기 때문에 행위 동기를 달리 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쪼개기 발행'을 통한 공시 규제 회피에 대해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경고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2017~2019년 파생결합증권(DLS) 발행시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를 위반한 증권사들은 꾸준히 당국 제재를 받고 있다.
이번 제18차 증선위 회의에서도 2018년 11월~2019년 6월 발행된 DLS에서 발행인과 주선인을 맡은 증권사 2곳이 각각 6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며 수사기관 통보를 받았다.
증선위는 해당 기간 총 441명의 투자자에게 2105억원어치 12개 DLS를 모집하면서 증권신고서를 2회 미제출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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