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없애려고 만든 친환경 앨범인데 추가 판매…“이게 친환경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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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엔믹스(NMIXX)의 팬 장한나(22)씨는 이달 새 앨범을 사려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음반 기획사들이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미끼로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고, 이때문에 포장만 뜯은 플라스틱 시디(CD) 수백 톤이 매년 쓰레기로 배출되는 이른바 '앨범깡' 문화가 사회문제화되자, 이를 개선하겠다며 플라스틱 시디(CD) 대신 큐알(QR)코드로 음원을 대체한 '친환경 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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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그룹 엔믹스(NMIXX)의 팬 장한나(22)씨는 이달 새 앨범을 사려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았다. 포토카드 등을 제각각으로 구성한 14종의 앨범이 발매됐는데, 일주일 뒤 ‘친환경 앨범’이라며 6종이 추가 발매됐기 때문이다. “친환경을 내세워 홍보하면서 불필요할 정도로 많은 앨범 종류를 만들어 과한 소비를 유도하는 건 소비자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음반 기획사들이 팬사인회 응모권 등을 미끼로 앨범 대량 구매를 유도하고, 이때문에 포장만 뜯은 플라스틱 시디(CD) 수백 톤이 매년 쓰레기로 배출되는 이른바 ‘앨범깡’ 문화가 사회문제화되자, 이를 개선하겠다며 플라스틱 시디(CD) 대신 큐알(QR)코드로 음원을 대체한 ‘친환경 앨범’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팬들 입장에선 사야 할 앨범 수만 늘어난 셈이라 ‘대량 구매 후 폐기’하게 되고, 포장재 등 쓰레기가 양산되는 건 마찬가지라는 비판이 나온다.
스트레이키즈의 팬 양아무개(23)씨도 지난 10월 새로 나온 앨범을 종류별로 15장 구매했지만 이후 친환경 앨범이 나와 3장을 추가 구매했다. 양씨는 24일 한겨레에 “원래 다양한 버전의 앨범이 동시에 판매됐는데, 시차를 두고 친환경 앨범까지 나온 건 처음”이라며 “팬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안 좋았지만, ‘초동 기록’을 세우려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초동은 음반 발매 후 1주일간의 판매량으로 팬들 사이에서는 해당 아이돌 그룹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여겨진다.
친환경 앨범은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거나, 기존의 플라스틱 시디 대신 음원을 들을 수 있는 큐알코드 등을 넣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역시 포장지 등은 동일하게 사용되기 때문에 쓰레기를 양산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보이즈의 앨범을 140장가량 구매했다는 황민서(21)씨는 “친환경 앨범을 주문해도 비닐과 충전재 등이 함께 온다. 컴백 활동이 끝날 때마다 30ℓ 재활용 봉투 여러 장을 앨범 쓰레기로 꽉 채운다”라고 말했다.
앨범마다 팬들이 원하는 포토카드 등을 랜덤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가 앨범 구매를 유도하는 기획사의 상술도 문제다. 레드벨벳 팬 문아무개씨는 “친환경 앨범이라 해도 1개만 주문하면 어떤 멤버의 포토카드가 올지 몰라서 좋아하는 멤버의 카드가 나올 때까지 계속 구매하게 된다”고 말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근래의 친환경 앨범 발매 행위는 기획사들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으로 볼 수 있다”며 “음악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닌 판매량 기록을 세우기 위해, 팬사인회 응모를 받기 위해 앨범을 발매하는 현재의 구조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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