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살해' 대형 로펌 변호사… 그날 무슨 일이 [사사건건]
“아내가 크게 다쳤습니다.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 3일 오후 7시49분 119에 이같은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국내 대형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던 A(50)씨. 119구급대는 신고가 접수된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주상복합아파트로 향해 심폐소생술(CPR)을 한 뒤 A씨 아내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119신고자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 3일 오후 7시49분 119에 “여기 구급차가 급히 필요하다. 우리 가족이 아프다”고 신고했다. 119상황요원이 가족 중 누구 아프냐고 묻자 A씨는 “와이프”라고 답했다.
아내의 상태를 상세하게 설명해달라는 상황요원의 요구에 A씨는 “머리도 다치고 크게 다쳤다”고 했다. 의식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의식이 조금 있다. (부르면) 조금 반응은 하는데 크게 반응은 안 한다”고 말했다. 상황요원은 아내의 응급 처치를 위해 구체적인 상태를 물었지만 A씨는 “정확하게 모르겠다”며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상황요원이 다른 사람을 바꿔달라고 하자 옆에 있던 그의 아버지 B씨가 전화를 대신 받았다. A씨는 피를 흘리는 아내를 두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먼저 전화를 걸고, 그가 현장에 도착한 뒤에야 119에 전화한 셈이다. B씨는 상황요원에 “일단 빨리 와달라”며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금 사고가 나서 피를 많이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은 응급처치를 하며 아내를 27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아내는 오후 9시쯤 사망했다.
◆긴급체포된 A씨, 살인 혐의로 구속송치
경찰은 지난 12일 살인 혐의로 A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영잘실질심사를 위해 6일 오후 1시45분쯤 서울 성북경찰서 유치장을 나온 A씨는 갈색 패딩 점퍼를 입은 채 흰 마스크와 캡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왜 살해했나’ ‘혐의 인정하나’ 등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우발적인 범행이었나’라는 질문에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법원에 도착했을 때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A씨는 국내 대형 로펌을 다니다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연 기자 ch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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