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크리처’마저...넷플 K콘텐츠 신뢰잃나[MK무비]

사진 I 넷플릭스

반전은 없었고, ‘700억’ 후광도 꺼졌다. 올해 연말 넷플릭스 최대 기대작이었던 ‘경성크리처’가 공개 전부터 평단의 혹평세례를 받은 가운데 (공개 후) 시청자 반응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2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크리처’가 베일을 벗었다. 시대의 어둠이 가장 짙었던 1945년 봄, 생존이 전부였던 두 청춘이 탐욕 위에 탄생한 괴물과 맞서는 이야기가 담긴 작품은 ‘옹성병원’에서 펼쳐지는 잔혹사를 다룬다.

‘스토브리그’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과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 ‘구가의 서’, ‘제빵왕 김탁구’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가 뭉쳤고, 배우 박서준 한소희 위하준 등 대세 배우들이 가세했다. 무려 700억원이 투입된 대작(총 10부작. 회당 제작비로 보면 뎍대 K콘텐츠 가운데 손에 꼽힐 수준)으로 ‘더글로리’의 뒤를 이을 기대작으로 꼽혔다.

예고편 공개까지만 해도 기대감이 상당했지만, 높은 기대는 오히려 독이 됐다. 공개 동시에 혹평이 쏟아지며 ‘총제적 난국’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사진 I 넷플릭스

시대극과 크리처물의 미스매치, 빈약한 서사 그 중에서도 늘어지는 전반부, 멜로 쾌감의 부재와 신파 설정의 ‘크리처’에 갈린 호불호까지. 뿌리에서부터 잔가지까지 뚜렷한 강점과 차별화된 매력이 없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례적으로 박서준 한소희 위하준 등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 논란까지 불거졌다.

앞서 ‘킹덤’,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스위트홈’ 시리즈 등 좀비나 크리처들이 많이 등장하는 개성 넘치는 K장르물이 다수 나왔던만큼 ‘한국적 색채’를 내세운 ‘경성 크리처’의 빈약한 전략들은 실제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한듯 하다. 여러모로 아쉬운 결과물이 아닐 수 없다.

올해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는 ‘더 글로리’와 ‘피지컬 : 100’을 앞세워 화려하게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후광을 한껏 입고, 제작비까지 화끈하게 끌어다 만든 ‘기대작’들이 그 만큼의 내실은 다지지 못한 탓으로 연일 불명예 퇴장했다. ‘D.P.’ ‘스위트홈’ ‘독전’ 등 인기 속편들은 사실상 전멸이었고, 피날레를 장실할 ‘경성크리처’마저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으면서 대중의 신뢰도도 급 하락 중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계정 공유 유료화 정책을 시행하고 ‘베이식 요금제’ 신규가입 중단으로 사실상 요금을 올렸다. 베이식 요금제 폐지로 국내 넷플릭스 멤버십은 광고형 스탠다드(월 5500원)와 광고 없는 스탠다드(월 1만3500원), 프리미엄(월 1만7000원)으로 구성된다.

지금까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다채로운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OTT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평가는 관대했다. 하지만 시청자의 높아진 눈높이, 요금까지 비싸진 만큼 이용자들의 평가는 점점 더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넷플릭스의 고심도 깊어져가는 모양새다.

‘경성크리처’ 파트 2는 내년 1월 5일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