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샴페인은 왜 '송년회 필수템'이 됐을까

홍지영 기자 2023. 12. 24.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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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칼럼]


송년 모임이 한창인 요즘 가장 가장 각광받는 술 가운데 하나가 샴페인일 겁니다. 병을 딸 때 나는 '펑' 소리는 우리의 귀를 즐겁게 해 주고, 플루트 모양의 가느다란 잔으로 올라오는 황금빛 기포는 눈을 즐겁게 해 주고, 입 속에서 터지는 차가운 탄산 거품은 혀를 자극하는 즐거움을 줘 그 어떤 술보다도 축제 분위기에 어울리기 때문이 아닐까요?

"맛없는 와인은 있어도 맛없는 샴페인은 없다"

우리가 흔히 샴페인이라고 부르는 스파클링 와인은 사실 여러 종류가 있지만, 프랑스의 샹파뉴(champagne) 지방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붙여지는 이름입니다. 프랑스에서도 다른 지역에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은 크레망(crement)이나 뱅 무소(vin mousseux) 등으로 불리고, 그 외 스페인의 까바(cava), 이탈리아의 프로세코(prosecco), 독일의 젝트(sekt)등도 스파클링 와인이죠. 물론 신대륙에서도 스파클링 와인들은 쏟아져 나옵니다.
다양한 스파클링 와인들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가장 비싼 건 샴페인입니다. "샴페인에 빠지면 패가망신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런가 하면 "맛없는 와인은 있어도 맛없는 샴페인은 없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샴페인이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샴페인은 왜 그렇게 비싼 걸까요? 그 비싼 샴페인 중에서도 '좋은' 샴페인은 어떤 걸까요?
 

좋은 샴페인의 기준은?

좋은 와인을 평가하는 기준과 좋은 샴페인을 평가하는 기준은 거의 비슷합니다. 좋은 빛깔, 좋은 향, 여운, 알코올과 당분, 산미의 밸런스 등등. 여기에 샴페인은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바로 스파클링 와인에만 존재하는 '거품'에 대한 평가입니다. 거품이 '공격적이다', '크림 같다', '섬세하다'고 표현하는데, '섬세한' 거품이 최상품입니다. 콜라나 사이다 같은 탄산음료에서 느껴지는 거품처럼 '톡' 쏘는 거칠고 공격적이지만, 금방 없어져 버리는 거품이 있습니다. 반면 좋은 샴페인에서 느낄 수 있는 거품은 크림처럼 작은 거품이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드는 느낌입니다.

좋은 샴페인일수록 좁고 긴 플루트 모양의 잔보다는 화이트 와인잔과 비슷한 좀 넓은 잔으로 마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와인 향기를 더 잘 느낄 수 있으면서도 좋은 샴페인은 거품이 오래 지속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와인잔과 샴페인 잔의 장점을 결합한 '튤립' 모양 잔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샴페인 거품은 겨우내 묻어둔 동치미 국물처럼 거품 같지 않은 작은 거품이 계속 올라오는 그런 느낌입니다. 이 거품을 잘 보존하려면 온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샴페인은 화이트 와인보다 더 낮은 온도에서 서빙하고, 마시는 동안에도 계속 차가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플루트잔(좌)과 튤립잔(우) / 출처: Lehmann, crate and barrel

샴페인은 왜 비쌀까?

샴페인이 비싼 이유는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해가 됩니다. 우선 샴페인용 포도는 수확 과정부터 다릅니다. 포도를 송이째 수확해 곧바로 압착해야 하기 때문에 기계 수확이 불가능하고 손으로 일일이 포도를 따야 합니다. 수확에 시간이 오래 걸리면 그동안 포도가 너무 익어버리기 때문에 단시간에 노동력을 집약해서 한꺼번에 수확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지면서 포도 수확도 더욱 빨리, 단시간에 해야 합니다. 지난해 여름, 샹파뉴 지방에서는 포도 수확하던 인부 몇 명이 일사병으로 숨지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폭염 속에서 장시간 포도 따는 일을 했기 때문입니다.

제조 공정도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갑니다. 블렌딩을 어떻게 하느냐는 샴페인 맛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포도 품종별, 수확 연도별, 포도밭 별로 어떻게 섞을지, 샴페인 메이커의 개성과 기술에 따라 품질이 달라집니다.

발효도 2번에 걸쳐 이뤄집니다. 와인처럼 1차 발효가 끝난 뒤 병에 넣고 2차 발효를 시키는데, 발효 후 남은 찌꺼기를 제거하는 과정에도 사람 손이 필요합니다. 샴페인 저장고에 가보면 수많은 병이 비스듬하게 꽂혀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기 위해 병을 수평 상태에서 점차 각도를 높여가며 천천히 세워 찌꺼기가 병 입구에 모이도록 하는 겁니다. 사람의 손으로 매일 조금씩 돌려세우는 이 과정은 길면 두 달이 걸립니다. 요즘은 기계로 며칠이면 가능한 데 사람 손만큼은 못하다는 것이 샴페인 제조사의 주장입니다. 즉, 대량 생산하는 스파클링 와인은 이 과정을 기계로 한다는 것이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홍지영 기자 scarle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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