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라’ 이영애-김영재의 ‘사랑과 전쟁’ 크레센도 진입 [김재동의 나무와 숲]

김재동 2023. 12. 24.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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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김재동 객원기자] “당신도 마음 돌리게 될 거야. 내가 알고 있거든. 레밍턴... 알고 있었어. 1년 전부터.”

tvN 토일드라마 ‘마에스트라’의 김필(김영재 분)이 마침내 제 안의 비겁을 협박의 언어로 터뜨리고 말았다.

김필로 말하자면 기본적으로 선량하고 배려심 많은 캐릭터로 착각한 채 인생이란 무대에 오른 캐릭터다. 비록 리허설 없이 뛰어든 인생이지만 나쁘지 않았다. 타고난 작곡 재능으로 찬사받는 인생이었다. 미국 유학 시절 만난 차세음(이영애 분)이란 바이올린 주자는 지휘에도 재능이 있었다. 사랑한다고 믿었다. '프로포즈'란 제목만 단 악보를 건네며 프로포즈했다. “앞으로 내 모든 곡의 초연은 네가 지휘해줬으면 좋겠어. 결혼하자.”

그렇게 시작한 결혼생활, 아내 차세음의 재능에 한 번 씩 주눅들곤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한국에 직장을 얻어 태평양을 사이에 둔 채 3년을 떨어져 살아도 여전히 아내를 사랑했다. 본의 아닌 홀아비의 고독을 위로해주는 존재 이아진(이시원 분)도 만났다. 아내도 사랑하고 아진도 사랑하면서 살 수 있으리라 믿었다.

돌연한 아내의 귀국에 긴장도 했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싶었다. 하지만 끝나지 않는 잔치는 없었다. 아내 세음에게 아진과의 밀회를 들키고 말았다. 그때부터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다. 스토리라인이 붕괴된 이상 이제 믿을 건 임기응변, 즉흥연기뿐이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아진은 임신했다. 그러니 아내와 이혼하고 아진과 살까? 차세음 없는 김필로 살 수 있을까? 오랜만에 내놓은 신곡으로 세간의 찬사를 받는 판이다. 하지만 그 신곡은 차세음이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차세음 없는 작곡가 김필? 자신없다.

아진이 말했다. “끝까지 좋은 사람이고 싶은 건가? 난 이 아이 낳을 거고 지킬 거야. 그리고 당신은 아빠 자격 없어!” 그래! 아진에게도, 아이에게도 자격없는 내가 남아 좋을 건 없다. 원래대로 세음에게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세음은 집요하게 이혼만을 요구한다. 그때 떠오른 병명 레밍턴. 장모 배정화(예수정 분)가 앓고 있으며 50% 확률로 유전되는 이 병은 차세음에게 목숨같은 음악을 위협하는 이름이다.

세음에게 내색 않길 바라는 장인 차기백(정동환 분)에게 말했었다. “모르는 척 할게요. 저도 그 사람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땐 확실히 배려였다. 처가 식구와 아내를 걱정시키기 싫었던 것도 사실였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바뀌어 떠나보낼 수 없는 차세음을 붙잡아둘 방편이 되고 말았다. “나 당신하고 헤어질 생각 없어. 그 병을 알았을 때도, 지금도... 나한테 말 못했던 거 이해 해. 아이 안가지려고 했던 것도 다 이해됐어. 그러니까 이번엔 당신이 나 한번 이해해줘!” 여기까진 호소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당신, 지휘 계속 하고 싶잖아. 내가 그동안 비밀을 지킨 건 당신 남편이었기 때문야.” 협박도 한 스푼 필요하다 생각했다.

비열해도 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내 사랑을, 천재 작곡가와 천재 지휘자 부부란 아름다운 조합을 외면하고 깨트리려는 차세음 때문이니까.

남편 김필의 처음은 순수했다. 빈 악보를 건네며 프로포즈했을 땐 감동도 했었다. 남편과 아진의 밀회를 목격했을 땐 이해도 됐다. 남편이 원하던 아이도 거부했고 음악에만 매몰돼 그를 외롭게 두었던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이해는 이해고 용서는 다른 문제다. 그저 무탈하게, 아무도 상처 입지 않고 갈라서는게 최상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김필은 이혼을 거부했다. 그러더니 그 단어 ‘레밍턴 병’을 입에 올린다. 날 사랑했었던 남자가, 아직도 나를 사랑한다는 남자가, 내가 꿈에도 두려워하는 그 단어로 날 협박하다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병을 입에 올린 다른 남자 유정재(이무생 분)는 요구조건이 하나였었다. “검사 받아!” 걱정이고 염려였다. 그에겐 속내를 밝혔다. “예방도 치료법도 없어. 근데 그걸 미리 안다고 뭐가 달라질까? 알면, 내 남은 인생은 뭘 할 수 있는데? 난 안 궁금해. 절반의 희망이라도 있어야 사니까. 그러니까 비밀 지켜.”

남편이란 이름의 김필은 1년 전부터 알았다면서 배려라는 이름으로 세음의 두려움을 외면했다. 그래서 세음의 속내를 들여다 보지도 못했다. 아니 들여다 볼 생각도 않았다.

물론 유정재도 협박했다. 아침 상을 차려놓고 불러내는 정도로. 장난치지 말라는 말에는 “장난 아니고 협박. 내가 알아낸 거 대단한 거잖아. 널 아침부터 불러낼 만큼.”이라며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종용했다. 그에 비해 남편이란 허울을 쓴 김필은 “내가 그동안 비밀을 지킨 건 당신 남편이었기 때문야.”라 을러댔었다. 목덜미 서늘한 진짜 협박이었다.

한때 사랑했던 남자의 저열한 바닥을 확인하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그 남자가 그가 사랑한다는 차세음이란 여자를 아직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대체 협박따위로 뭘 어쩔 수 있다는 건지.

유정재가 확보한 김필과 이아진의 밀회 증거사진들을 김필 대학의 총장에게 보냈다. 당연히 사직처리됐다. 이혼서류를 접수하지 않으면 언론에 뿌리겠다고도 말해주었다. 그래서 모든 걸 다 잃게 해주겠다고. 협박은 이렇게 하는 것이다.

다만 그 정도론 약했다. 차세음은 김필이란 남자의 바닥을 과소평가했다. 김필은 차세음의 직장 한강 필에 요양병원의 어머니 배정화를 모셔왔다. 더 이상은 사랑과 미련 아닌 오기와 집착의 표정을 지으면서. 김필의 바닥은 세음의 예상보다 훨씬 깊었다.

차세음-김필의 사랑과 전쟁, 그리고 유정재의 순애보. 이들의 3중주가 바야흐로 크레센도 구간에 접어들었다. 덩달아 '마에스트라'도 자못 흥미로와 진다.

/zait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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