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횡령으로 상장폐지…법원 “허위 채권 발견 못한 회계법인, 20% 책임”

2023. 12. 2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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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의 허위 채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회계법인이 주주들에게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계법인이 상장사의 재무제표에 올라가 있는 주요 금융자산이 실재하는지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1심 재판부는 A회계법인이 자금조달 목적, 자산의 생성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리드의 재무제표에 올라간 주요 금융자산이 실재하는지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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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 주주들, 회계법인 상대 손배소 승소
법원 “1년 매출액보다 큰 허위 채권, 면밀 검토했어야”
[연합]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코스닥 상장사의 허위 채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회계법인이 주주들에게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회계법인이 상장사의 재무제표에 올라가 있는 주요 금융자산이 실재하는지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부장 최욱진)는 코스닥 상장사 리드의 주주 60여명이 A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주주 측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상장폐지로 주주들이 입은 손해 중 20%를 A회계법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리드는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회사로, 2019년 ‘라임 펀드 사태’가 불거지면서 경영진이 횡령·배임 등 혐의로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같은 해 10월 거래가 정지됐고, 2020년 5월 코스닥에서 퇴출 당했다.

이 과정에서 리드 경영진은 2018년 5월 전환사채(CB) 발행 납입금 440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대여금으로 허위 계상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A회계법인은 2018년도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 재무 상태가 공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며 적정 의견을 냈다.

리드 주주들은 A회계법인을 상대로 책임을 물었다. 주주들은 “440억원 상당의 허위 채권을 A회계법인이 발견하지 못했으므로 책임을 져야 한다”며 “감사보고서를 신뢰했다가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A회계법인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A회계법인은 “통상적인 감사 절차를 모두 수행했지만 채권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재판 결과, 법원은 주주들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회계법인이 자금조달 목적, 자산의 생성 과정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리드의 재무제표에 올라간 주요 금융자산이 실재하는지 확인을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에 대해 재판부는 “리드의 1년 매출액(373억원)보다 큰 액수의 허위 채권을 기재한 것부터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었다”며 “거액의 전환사채 발행대금이 납입일 당일 바로 타 법인 은행 계좌로 송금된 이례적인 상황임에도 A회계법인이 경영진에 관련 질문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재무제표에 계상된 대여금 채권의 실재 여부 자체를 의심해 봐야 하는 정도에 이른 사안”이라며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확인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회계기준에서 얘기하는 ‘합리적인 의구심’ 또는 ‘전문가적 식견’에 부합하는 업무 처리”라고 지적했다.

단, A회계법인의 책임 비율은 20%로 제한됐다. 법원은 그 이유로 상장폐지는 오롯이 리드 경영진의 범죄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otstr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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