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가 돈이 돼? "네, 됩니다"…페트병 버렸더니 계좌로 돈이 '쏙'

김성휘 기자, 고석용 기자 2023. 12. 2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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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쓰레기'가 글자그대로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공용장소에서는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원들이 전부 쓰레기로 취급 받는다"며 "자원순환 시스템 혁신을 통해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고, '쓰샘'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하는 데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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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트렌드]라피끄, 식품부산물로 화장품 개발…'업사이클'도 활발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이 기사에 나온 스타트업에 대한 보다 다양한 기업정보는 유니콘팩토리 빅데이터 플랫폼 '데이터랩'에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21일 현대자동차는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친환경 러닝 캠페인 '롱기스트런 2023'을 진행했다. 이노버스는 여기서 '쓰샘 RePET'을 운영, 투명 페트병 2500개를 수거했다. 참여자들에게 경품을 줬고 이렇게 모은 페트병은 재활용 업체로 보냈다. /사진=이노버스 제공

'쓰레기'가 글자그대로 '돈이 되는' 세상이 왔다. 소비자가 더 쉽게 재활용품 분리배출을 하게 돕고, 잘 버리면 포인트를 쌓아 이득을 돌려주는 스타트업이 속속 등장했다. 이른바 '쓰테크'(쓰레기+재테크) 기업이다.
식음료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로 화장품 등 고급 소비재를 생산하는 업사이클링 기업들도 보폭을 키운다.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려야 했던 쓰레기들이 이들에겐 '금맥'이다.
"쓰레기 넣으면 돈 된다" 포인트 주고 '쓰테크' 유도
스타트업 수퍼빈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센서로 페트병을 인식하는 '네프론'을 개발했다. 소비자가 생수 및 음료 페트병의 내용물을 비우고 라벨을 뗀 후 집어넣으면 이를 선별해 압축한다. 알루미늄캔도 인식한다. 페트병 1병당 10점을 주고, 2000점을 넘으면 '수퍼빈' 앱을 통해 계좌로 입금할 수 있다.

오이스터에이블의 재활용 수거함에 페트병, 캔류, 우유팩 등 재활용품을 버리면 무게와 적재량을 센서가 자동감지한다. 모바일 앱 '오늘의 분리수거'로 페트병이나 캔류 하나당 10포인트씩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받은 포인트는 회사와 제휴한 쇼핑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과거 동네 슈퍼마켓에 빈 병을 가져다주고 병당 얼마씩 받는 일이 AI를 만나 로봇화한 것이다.

리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여의도안내센터, 빙그레가 대형 분리배출장 '업박스 스테이션'을 한강에 시범 설치했다./사진= 리코

'재활용 기계'라는 이미지를 벗고 디자인을 입힌 기계도 속속 등장했다. 서울 양천구 곳곳에는 노란색이 인상적인 재활용품 수거 기계가 있다. 이노버스의 '쓰샘'이다. 2022년 창업한 이노버스는 폐플라스틱 수거와 재활용 솔루션을 갖췄다. 이 제품을 설치한 4개월 시범사업 기간 주민 1만명 이상이 참여, 약 40만개의 페트병을 수집했다.

폐기물 수거 서비스 '업박스'를 운영하는 리코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여의도안내센터, 빙그레와 함께 '업박스 스테이션'을 한강 공원에 시범 설치했다. 한편 분리수거를 대행하는 커버링은 지난달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이하 한투AC)와 뉴패러다임인베스트먼트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쓰레기 분리수거가 미래산업의 하나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장진혁 이노버스 대표는 "공용장소에서는 분리배출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원들이 전부 쓰레기로 취급 받는다"며 "자원순환 시스템 혁신을 통해 자원낭비를 최소화하고, '쓰샘'을 통해 플라스틱 재활용을 촉진하는 데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버리던 커피박도 재탄생…기술력으로 업사이클링
이범주 라피끄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처럼 IT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재활용 참여를 유도하는 방향 외에 수거된 쓰레기를 자원으로 바꾸는 소재·부품 전문 스타트업들도 늘고 있다. 식자재 부산물의 경우 대체단백질, 연료, 화장품 등으로 업사이클링이 활발한 대표적 분야다.

리하베스트는 맥주나 식혜를 만들고 남는 보리부산물(BSG)을 식품소재로 업사이클링한다. BSG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지만, 일반적인 식품 제조에는 사용되기 어려워 그대로 폐기돼왔다. 리하베스트는 BSG 전처리·살균·가공 기술로 밀가루를 대체할 수 있는 '리너지 가루'를 개발했다. 리하베스트는 이를 식품기업에 공급하거나 직접 에너지바, 씨리얼, 초코볼, 빵 등 완제품으로 만든다. 지난해부터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도 도전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 스타트업 라피끄도 BSG를 업사이클링한다. 그 결과물은 식품이 아니라 '피부가 먹는' 화장품이다. 라피끄는 식물체 조각이 그대로 피부에 흡수되게 하는 연화기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BSG로 화장품 소재를 개발했다. BSG의 영양분들이 탈모방지, 항산화 등 효과가 있어 핸드크림, 샴푸 등 화장품에 적합하다는 게 라피끄의 설명이다. 라피끄는 서울경제진흥원(SBA)이 주목한 스타트업이기도 하다. 앞으로 주스 등으로 가공하고 남은 감귤 부산물,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되는 녹차잎 등 업사이클링 소재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어반랩스 김선현 대표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어반랩스, 포이엔 등은 커피박(커피 찌꺼기)를 업사이클링한다. 어반랩스는 커피박으로 식물성 대체단백질을 만든다. 특히 가수분해 공법 등을 활용해 커피콩의 단백질을 90%까지 추출한다는 계획이다. 추출한 단백질은 분말 형태 뿐 아니라 액상으로도 만들 수 있어 다양한 식음료에 활용할 수 있다. 그밖에 포이엔은 자체 개발한 열처리 가공법으로 커피박의 수분함량을 줄이고 바이오플라스틱, 고형연료, 비료 등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식품부산물 업사이클링 기업들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식품 폐기물로 발생한 온실가스가 전세계 탄소배출량의 8~1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탄소감축이 화두로 떠오르는 만큼 수요가 커질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글로벌 식품 업사이클링 시장규모가 지난해 530억달러(70조원)에서 연평균 4.6% 성장해 2032년이면 833억달러(11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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