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440억 횡령한 코스닥 상장사에 '적정의견'...회계법인, 주주에 손해배상"

2019년 펀드 투자자들에 대한 환매 중단을 선언해 조(兆) 단위 손실을 입힌 라임자산운용(라임)이 투자한 코스닥 상장사가 440억원을 횡령했는데도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 적정의견을 낸 회계법인이 주주에게 손해배상 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 뉴스1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초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2020년 상장 폐지된 코스닥 상장사 리드 주주 60여명이 A 회계법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리드 경영진은 2018년 5월 전환사채(CB) 발행 납입금 440억원을 횡령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허위 채권을 만들어 재무제표에 대여금으로 기재했다. 그런데 A 회계법인은 그해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서 재무 상태가 공정하게 표시되고 있다며 적정 의견을 표명했다.

라임 펀드 사태가 불거진 후 리드 경영진은 불법 행위가 드러나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리드는 2019년 거래가 정지됐고 2020년 5월 상장 폐지 됐다.

이에 주주들은 “존재하지 않는 440억원 상당의 허위 채권을 경영진이 재무제표에 계상했음에도 A회계법인이 이를 발견하지 못했고, 감사보고서를 신뢰해 리드 주식을 보유했다가 상장폐지돼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A회계법인은 “횡령은 경영진의 의도적인 부정에 의한 것이고 통상적인 감사 절차를 모두 수행했지만 채권이 실재하지 않는다고 의심할 만한 사정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A 회계법인이 리드의 재무제표에 있는 주요 금융자산이 실재하는지 소홀히 확인한 과실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대여계약의 진위를 보여주는 다른 서류인 채권채무조회서에는 인감증명서조차 첨부되지 않았는데도 회계감사인이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며 “이와 같은 사안에 대해 확인 절차를 수행하는 것이 회계기준에서 얘기하는 ‘합리적인 의구심’ 내지 ‘전문가적 식견’에 부합하는 업무 처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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