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밈부터 시위·고발까지 '서울의 봄' 1000만 이끈 이슈들

김선우 기자 2023. 12. 24.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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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울의 봄' 1000만③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 포스터(왼쪽)와 영화를 보고난 뒤 관객의 심박수 인증샷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JTBC엔터뉴스〉

'서울의 봄' 1000만 돌파는 관객들의 자발적인 입소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이 드디어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감독, 배우에 관객까지 모두가 진심이었기에 더욱 유의미한 수치다.

'서울의 봄'은 12·12사태를 44년 만에 첫 영화화한 작품이다. 때문에 투자, 제작 단계부터 고초를 겪어야했다. 제작사와 감독, 배우들의 용기 덕분에 '서울의 봄'이라는 작품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관객들 역시 어떤 영화보다도 열정적으로 화답했다. n차 관람은 물론이고, '서울의 봄'만의 챌린지와 밈 등이 형성되며 화제성까지 싹쓸이 한 것.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건 역시나 '심박수 챌린지'다. '서울의 봄' 속 전두광 패거리의 만행을 보고 있으면 분노가 차오른다는 측면에서 각자의 심박수를 인증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통상 60~100bpm 수준의 심박수인 것에 반해, 훨씬 높은 수치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한 관객은 "평소에는 60bpm 정도인데 영화를 보고나서 129bpm까지 올랐다"고 전했다.

영화관들 역시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를 만들며 화제성에 발맞췄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코엑스는 '과몰입 스트레스, 무료로 잡고가세요'라며 관객들을 위한 두더지 게임기를 설치해 많은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 위치한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 관련 두더지 게임존. 〈사진=JTBC엔터뉴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레 홍보효과로 이어졌고 'MZ세대'들도 열광하는 '서울의 봄'이 될 수 있었다. 'MZ세대'들에게 외면 받으면 어쩌나 했던 우려도 초기에 사그라들었다. 관객들은 단순히 영화를 소비하고 심박수를 인증하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갔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실존 인물에 대해 알아보고 역사 공부로까지 이어진 것. 유튜브나 온라인 상에도 '서울의 봄', 12·12사태에 대해 다룬 콘텐트가 쏟아진다. 영화의 힘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극 중에서 열연을 펼친 전두광 역의 황정민과 관련한 문화도 형성됐다. 분노를 풀기 위한 목적으로 황정민의 과거 필모그래피 중 황정민이 고통을 당하는 장면을 되돌려보는 것. 자체 징벌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황정민이 납치되고 쫓고 쫓기는 영화 '인질'이 재조명 받고 있다. 외에도 '신세계', '검은집'까지 등판했다. 같은 이치로 '서울의 봄' 포스터가 훼손되는 '웃픈'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포스터 속 전두광의 모습에 구멍을 낸다거나 낙서를 통해 분노감을 표출한 모습이 온라인을 달구기도 했다.

외에도 전두광의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입니까", 노태건의 "이 사람 믿어주세요!"와 같이 실존 인물을 연상케 하는 대사들도 '밈'으로 유행했다. 관객들과 함께 만든 화제성은 1000만 돌파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물론 분노에 환호한 이례적 현상에 더 불타올라라 기름을 붓는 움직임도 있었다. 사실상 '서울의 봄' 흥행에 숟가락을 얹는 모양새였지만, 때론 문화를 넘어 사회적 화제로 이어지는 영화의 가치가 발휘되는 바, '서울의 봄' 역시 이슈를 위한 이슈를 키우려는 단체들의 행동을 피하지는 못했다.

'서울의 봄'이 1000만 레이스에 올라 타자 일부 보수단체는 '서울의 봄'을 좌편향 역사 왜곡 영화로 규정하며 단체 관람을 추진한 학교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다. 시위에서 그치지 않고 고발까지 이어지자 결국 학교와 교육청도 입을 열었는데 결과는 "교육권 침해" 경고와 "문제 없다"는 답변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1000만 관객이 분노한 힘. 모든 이슈는 개봉 5주 차가 넘은 시기까지 '서울의 봄' 흥행 화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화제성의 매개체가 됐다.

김선우 엔터뉴스팀 기자 kim.sunwoo@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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