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새 윤리규정, 올해 각종 사건 사고 반성 담았다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 울산 인종 차별 등 담겨

[서울=뉴시스]19일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모습. 2023.12.19.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대한축구협회가 새로 제정한 윤리 규정에는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를 비롯해 울산HD 인종 차별 사건, 승부조작자 사면 논란, 안산 그리너스 뇌물 사건, 김포FC 유소년 선수 사망 사건 등 올해 축구계에서 있었던 각종 사건 사고에 관한 반성이 담겼다.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19일 이사회를 열고 승인한 '윤리 규정'은 선수와 지도자 등 축구인들이 지켜야 할 사항을 두루 담았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됐다. 윤리 규정 6조에는 '정부 기관, 국내 및 국제기구, 단체 및 협회와 관련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고 협회 및 연맹, 리그 및 구단의 원칙과 목적에 따라야 하고 그들의 역할과 책임에 부응하는 태도로 행동해야 한다. 축구를 이용한 정치활동을 하지 않으며 축구와 관련된 조직, 인력 및 재산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울산HD 인종 차별 사건이 다뤄졌다. 박용우, 이규성 등 울산 선수들이 피부색이 까만 팀 동료 이명재를 전북현대에서 뛰었던 태국 출신 왼쪽 풀백 사살락에 빗대 인종차별 논란을 초래했다. 14조는 '국가, 개인 또는 단체의 인종, 피부색, 민족, 국적, 사회적 출신, 성별, 장애, 성적 성향, 언어, 종교, 정치적 또는 다른 견해, 빈부, 출생, 연령, 혼인, 지연, 혈연, 학연 또는 기타 다른 상태 또는 이유에 근거해 경멸, 차별 또는 경시하는 표현이나 행동을 통해 그들의 존엄, 권위, 품위 또는 명성을 해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정했다.

지난달 25일 FC서울-수원삼성전 슈퍼 매치에서 서울 정훈기 코치와 고요한이 수원 고승범을 폭행한 것에 따른 반성이 담겼다. 15조에는 '다른 사람의 인격과 존엄을 존중하고 보호해야 한다.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증오 또는 폭력을 유도하기 위한 공격적 자세나 언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포FC 유소년 선수 사망 사건을 계기로 선수를 향한 언어 폭력을 금지해야 한다는 반성이 이뤄졌다. 15조는 '모든 형태의 신체적, 정신적 학대, 모든 형태의 괴롭힘 또는 다른 자의 존엄을 고립시키거나 훼손하기 위한 모든 다른 형태의 적대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전 국가대표 황의조의 불법 촬영 혐의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에 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문구가 담겼다. 15조에는 '협박, 이익에 대한 약속, 강요 기타 모든 형태의 성적 학대, 괴롭힘 및 착취는 특별히 금지된다. 성적 수치심을 유발시키는 성적 유혹이나 농담, 신체적 접촉행위 등 성희롱을 비롯해 폭언, 폭행 등 일체의 무례하거나 불쾌감을 주거나 위압적인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적혔다.

2부 리그 안산 그리너스 전직 감독과 대표이사가 선수 스카우트와 관련해 에이전트로부터 뒷돈을 받은 사건도 다뤄졌다. 19조는 '업무상 또는 기타 다른 부당한 이익을 얻거나 다른 자에게 주기 위해 누구로부터도 그리고 누구에게도 부당한 금전적 또는 다른 이익을 제공, 수락, 수취, 제안, 약속, 요청 또는 요구하거나 제3자가 이러한 행위를 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했다.

광주FC 김재봉이 불법 스포츠도박에 참여한 사건 역시 반영됐다. 18조는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축구 경기나 축구 관련 활동과 관련한 내기, 도박, 복권 또는 유사한 행사 또는 거래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3월 승부조작자를 포함한 축구인 100명을 기습 사면하려다가 망신을 당한 데 대한 반성을 이번 윤리 규정에 담았다. 21조는 '축구 경기나 대회 조작에 관여해서는 아니 되고,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축구 경기나 대회 조작과 관련될 수 있는 행위 또는 정보와 관련된 접근이 있을 경우 윤리위원회에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윤리 규정과 함께 승인된 축구인 인권보호 규정은 향후 금지되는 폭력과 성폭력 등 인권 침해 행위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앞으로 ▲신체를 폭행하거나 협박하는 행위 ▲욕설이나 폭언 ▲대면 또는 비대면 상황에서 모욕감을 주거나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 또는 유포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합리적 이유 없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는 행위 ▲집단적으로 따돌리거나 정당한 이유 없이 중요한 정보 또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거나 무시하는 행위 등이 금지된다.

아울러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성적 언동 또는 요구에 응하지 아니한 이유로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제공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 ▲피해자 또는 신고자에게 협박, 회유 등 2차 가해를 하는 행위가 금지 행위에 포함됐다.

이 같은 규정을 어길 경우 대한축구협회 윤리위원회가 조사에 나서 징계를 내린다. 사안이 중할 경우 협회 공정위원회가 사건을 넘겨 받아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 조사를 신뢰할 수 없을 경우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에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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