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2개 미국 여성, 이틀 걸쳐 자녀 2명 무사히 출산

난자 2개가 별개의 정자와 수정…“100만분의 1 확률”
중복자궁 동시 임신…“집 따로 가진 이란성 딸 쌍둥이”

중복자궁 동시임신으로 딸 쌍둥이를 낳은 켈시 해처의 모습. 미국 버밍햄 앨라배마대(UAB) 병원 홈페이지 제공. @Andrea Mabry

자궁을 2개 가진 미국의 한 여성이 이틀에 걸쳐 딸 쌍둥이를 무사히 출산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미국 버밍햄 앨라배마대(UAB) 병원이 23일 밝혔다.

BBC 등에 따르면, 앨라배마주에 사는 켈시 해처(32)는 이 대학 병원에서 지난 19일 오후 7시50분쯤 자연분만으로 쌍둥이 중 첫째 록시를, 약 10시간 뒤인 이튿날 오전 6시10분쯤 제왕절개 수술로 둘째 레블을 낳았다.

해처는 ‘중복자궁증’(double uterus)으로 두 개의 분리된 자궁을 가졌는데, 각각의 자궁에 딸 한명씩을 임신했다가 39주차에 출산했다.

록시와 레블은 몸무게 각각 3.4㎏. 3.3 ㎏로 건강하게 태어났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여성의 자궁은 태아 발달 과정에서 뮐러관이라는 두 개의 관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지는데, 뮐러관이 제대로 합쳐지지 않는 경우 완전히 분리된 형태의 중복자궁이 발생하기도 한다.

전체 여성의 0.3% 정도가 가진 중복자궁은 유산이나 조산 확률을 높이기도 한다.

두 자궁 모두 임신할 확률은 1백만분의 1 정도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앞서 세 아이를 낳은 엄마인 해처는 이번 네 번째 임신 전까지는 자신이 중복자궁을 가진 것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인 임신이 아닌 만큼, 병원 측은 분만 때까지 담당 인력을 두 배로 늘려 산모와 아기의 안전에 만전을 기했다.

주치의로 분만을 이끈 리처드 데이비스 교수는 이 아기들이 난자 2개가 별개의 정자와 수정돼 성장한 이란성 쌍둥이로, 자궁 하나씩 차지하고 있어 일반적인 쌍둥이 임신과 달리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는 여분의 공간을 누렸다"고 말했다. 데이비스 교수는 "한 배에 두 아기가 동시에 들어섰는데 각기 다른 아파트에 살고 있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오남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