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파일럿 탄 줄 알았는데…스스로 뜨고 내리는 비행기 나왔다
텅 빈 조종석으로 이·착륙과 순항 정상 진행
사람이 조종석에 타지 않았는데도 비행기가 스스로 이륙해 순항 고도까지 올라간 뒤 안전하게 착륙하는 무인 자율비행 시스템이 시험 가동에 성공했다. 향후 승객이 타지 않는 화물기를 시작으로 자율비행 시스템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항공기 소프트웨어 기업인 릴라이어블 로보틱스는 자사가 개발한 자율비행 시스템을 상용 경비행기에 장착해 지난달 성공적인 시험 비행을 했다고 발표했다.
자율비행 시스템을 장착한 항공기는 ‘세스나 208B 카라반’이다. 10~14명이 타도록 고안된 경비행기다. 길이 11m, 날개폭 15m다. 릴라이어블 로보틱스가 띄운 세스나 항공기는 화물용이어서 기체 측면에 창문이 없다.
릴라이어블 로보틱스에 따르면 자율비행 시스템이 장착된 세스나 항공기는 지난달 캘리포니아 상공에서 날아올라 총 12분을 비행했다.
회사가 인터넷에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세스나 항공기는 정지 상태에서 자신이 지정받은 활주로로 이동한 뒤 엔진 출력을 높여 이륙한다. 순항 고도에 이른 뒤에는 일정 시간을 비행하다 활주로로 착륙한다. 기체를 좌우로 기울이고, 고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일까지 모두 항공기가 알아서 한다.
조종 과정에서 인간의 개입은 없다. 인간은 세스나 항공기에서 80㎞ 떨어진 지상 관제소에서 자율비행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는지 ‘감독’하는 임무만 맡는다. 일반적인 무인기처럼 사람이 지상에서 조종간을 잡는 방식이 아니라는 뜻이다.
비유하자면 운전자 개입 없이 알아서 각종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운행하는 ‘레벨4’ 자율주행차에 가깝다. 현재 이런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지상에서 구현돼 있지 않은데, 하늘에서 그런 일이 먼저 일어난 셈이다.
릴라이어블 로보틱스는 2021년에도 자율비행을 시험했지만, 당시에는 조종석에 사람이 앉아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예 사람이 동행하지 않는 비행을 실시했다. 기술적인 성숙도가 높아진 셈이다.
자율비행 기술은 기계적인 오류가 생겨도 상대적으로 인명 피해 우려가 적은 화물 운송 분야에서 먼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릴라이어블 로보틱스는 “세스나 208B 카라반은 약 1400㎏의 화물을 옮길 수 있다”며 “자율비행 기술이 더 많은 지역에서 손쉽게 화물을 받아볼 수 있게 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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