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분의 1 날아가나" 얇아진 성과급 봉투에 삼성맨들 '한숨' [줌컴퍼니]
“매년 연초만 기다리는데 기대감이 싹 사라졌다. 일할 맛이 안 난다.”
“사실상 연봉이 깎인 기분이다.”
매년 연말연초 삼성전자(005930) 직원들은 기대감에 부푼다. 적게는 수백, 많게는 수천 만 원에 달하는 목돈이 한 번에 통장에 꽂히는 ‘성과급’ 잔치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 시기만 되면 수입차 딜러들이 삼성맨들의 두꺼워진 지갑을 좇아 회사 근처를 맴돈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올해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그간 삼성전자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왔던 반도체 사업부가 수요 둔화와 가격 급락으로 창립 이래 최악의 적자 실적을 거두며 상당한 수준의 성과급 축소가 예상돼서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1년에 총 세 번 성과급을 받는다. 초과이익성과급(OPI)과 상·하반기 한 차례씩 지급되는 목표달성장려금(TAI)이다. TAI는 7월과 12월, OPI는 1월에 지급되다보니 연말과 연초에 성과급이 몰리는 구조다.
지난 22일 지급된 하반기 TAI는 ‘성과급 쇼크’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TAI는 사업부 실적을 토대로 사업부문과 사업부의 평가를 합쳐 최대 월 기본급의 100%를 지급한다. 매년 100%를 지켜오던 메모리 사업부 지급률은 12.5%까지 하락했다. 시스템 반도체를 설계하는 시스템LSI와 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을 맡는 파운드리는 0%로 아예 성과급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지급률 0%’는 2015년 TAI 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다음 주 지급률이 공지되는 OPI다. OPI는 소속 사업부의 연간 경영실적에 따라 최대 연봉의 50%까지 지급받을 수 있는 성과급이다. 삼성전자 대졸 신입사원 초봉인 5300만 원을 기준으로 하면 이중 절반인 2650만 원을 성과급으로 받을 수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 직원들은 거의 매년 최대 수준인 연봉 50%를 성과급으로 챙기며 타 사업부는 물론 다른 회사 직원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다보니 삼성전자 직원들 사이에선 OPI를 연봉의 일부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도 강했다.
올해는 이마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1분기 4조5800억 원, 2분기 4조 3600억 원, 3분기 3조 7500억 원 적자를 냈다.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2조 6900억 원에 달한다. 창립 이래 연간 최대 규모의 영업손실이다.
직원들은 “예상은 했지만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OPI가 한 푼도 나오지 않는다면 단순하게 계산하면 그간 매년 받아온 총 수령액에서 3분의 1이 날아가는 셈이다. 얇아진 지갑 사정이 여실히 체감될 수밖에 없다.
경쟁사인 ‘이천쌀집’ SK하이닉스(000660)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와 유사하게 매년 실적에 따라 연봉의 최대 50%까지 지급하는 초과이익분배금(PS) 제도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활용하는데 올해 적자만 9조 원이 예상되는 만큼 PS 지급이 어려워보인다.
정식 성과급을 대신해 사기 진작을 위한 특별격려금 형식의 보너스를 내심 기대하는 여론도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9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7% 하락하며 PS는 지급하지 않았지만 기본급 400%에 해당하는 ‘미래성장 특별 기여금’ 명목으로 줬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회복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는 건 그나마 청신호다. 인공지능(AI) 산업 발전에 따른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군 확대와 재고 대폭 축소에 따른 수요 증가로 내년 전 세계 D램 시장은 큰 폭 성장이 예상된다. 유진투자증권은 내년 D램 시장 규모가 올해(511억 달러)보다 58.9% 상승한 812억 달러(105조 8036억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낸드플래시도 온디바이스 AI 시장 개화와 가전과 PC·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반등으로 올해 대비 33%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3분기 전 세계 낸드 시장 매출도 전 분기 대비 2.9% 상승하는 등 일부 제품에서는 이미 가격 상승이 시작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올해 7조3000억 원대 수준에서 내년에는 34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부터 누적된 10조 원대 적자에서 벗어나 내년 1분기 4000억 원대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 연간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8조3671억 원으로, 반도체 호황기였던 2021년(12조4103억 원) 이후 3년 만에 최대 실적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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