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은 부동산, 공시지가가 무조건 유리할까
#. 무남독녀인 A씨의 아버지가 최근 돌아가셨다. 상속인은 A씨와 A씨의 어머니 2명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남긴 재산은 상가와 토지인데 아버지가 그 상가와 토지를 취득한 시점으로부터 약 30년이 흘렀다. 그 상가 및 토지가 있는 지역은 부동산 매매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적정한 가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A씨와 A씨의 어머니는 이 상가와 토지에 대한 상속세를 어떻게 산정해야 할까.
상속세나 증여세는 상속받거나 증여받는 재산의 가액에서 각종 공제액을 차감하여 과세표준을 산출하고, 그 과세표준에 일정 비율의 세율을 곱하여 산정한다. 세율은 법에서 정한 일정한 비율이니 여기에 대해서는 다른 해석의 여지가 없지만, 재산의 가액은 상장주식과 같이 불특정다수가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경우 객관적인 평가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때문에 납세자와 과세당국 사이에는 항상 상속재산의 가액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를 두고 견해 차이가 있고 법적 공방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상속세 산정을 위해서는 상속재산의 가액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은 재산의 평가에 관한 여러 규정들을 두고 있다. 상증세법은 원칙적으로 상속받거나 증여받은 재산의 금액은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 현재의 시가로 평가하도록 규정하면서 상속개시일 전후 6개월 이내(증여재산의 경우 증여일 전 6개월부터 증여일 후 3개월까지)의 기간 중 매매, 감정, 수용, 경매 또는 공매가 있는 경우 그 금액을 시가로 규정한다. 매매가액, 감정가액, 보상가액, 경매가액, 공매가액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기준에 따른 시가가 둘 이상이면 상속개시일이나 증여일 전후 가장 가까운 날의 가액을 적용한다. 원칙적으로 둘 이상의 감정기관이 산정한 감정가액의 평균액을 시가로 규정하고 예외적으로 토지와 주택과 같은 부동산 중 기준시가(공시지가 또는 국세청장 고시가액)가 10억원 이하인 경우에는 하나의 감정기관의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해준다.
주식은 법정기간 내 매매가액을 상증세법상 시가로 보고 상속받은 주식의 가액으로 적용하면 된다. 부동산의 경우에는 어떨까. 아파트의 경우 상속받은 아파트와 완전히 동일한 아파트가 있을 수는 없으나 적어도 같은 단지에 있고, 전용면적의 차이가 5% 이내이며, 공동주택가격의 차이가 상속받은 아파트의 5% 이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아파트의 매매가액이 있다면 이를 시가로 본다. 아파트 외의 재산에 대해서는 상속받은 재산과 면적·위치·용도·종목 및 기준시가가 동일하거나 유사한 다른 재산의 시가를 시가로 볼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유사하다는 것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모호하다.
매매, 감정, 수용, 경매, 공매와 같은 사례가 전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없는 경우에는 어떻게 상속받은 재산의 가액을 평가할까. 상증세법은 재산의 종류별로 매매가액 등 시가가 없는 경우 재산의 가액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규정하는데 이를 '보충적 평가방법'이라고 한다.
상증세법은 부동산의 종류별로 시가가 없는 경우 재산의 평가방법을 규정한다. 토지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공시법)에 따른 개별공시지가로, 주택 중 아파트·연립주택·다세대주택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부동산공시법에 따른 공동주택가격단독주택·다가구주택과 같은 단독주택은 부동산공시법에 따른 개별주택가격으로, 건물·오피스텔 및 상업용 건물은 국세청장 고시가액으로 평가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매매가액이나 감정가액이 전혀 없는 경우에는 기준시가로 상속받은 부동산의 가액을 신고하면 된다.
A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A씨가 물려받은 상가와 토지의 경우 돌아가신 아버지가 취득한 때로부터 약 30년이 흘렀고 해당 지역이 부동산 매매거래가 자주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유사한 부동산의 매매가액도 존재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상증세법상 시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면 상가는 국세청장 고시가액을, 토지는 개별공시지가를 가액으로 상속세를 신고하면 될까.
답변은 "상황에 따라 다르다"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부동산의 기준시가가 매매가액이나 감정가액보다 낮기 때문에 기준시가로 신고하면 상속세가 줄어들지만 그렇게 신고하는 것이 항상 유리하지는 않다. 부동산의 가액과 상속공제액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진다.
A씨의 경우 피상속인인 아버지의 사망 당시 어머니가 살아있기 때문에 배우자공제로 최소 5억원, 일괄공제 5억원을 함께 적용받아 최소한 10억원의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상속받은 부동산의 기준시가가 5억원이고 감정가액이 10억원일 경우 상속받은 부동산의 가액을 기준시가인 5억원으로 신고하든, 감정가액인 10억원으로 신고하든 해당 금액이 모두 상속공제액 범위 내에 있기 때문에 어느 경우든 상속세 과세표준이 '0'원이 된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양도할 때는 상속받을 때 적용한 가액을 기준으로 취득가액을 산정한다. 상속세를 신고할 때 부동산 가액을 5억원으로 신고하면 추후 양도시 취득가액이 낮아져 양도소득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쉽게 말해서 상속세를 신고할 때 부동산의 가액을 5억원으로 신고하면 10억원으로 신고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5억원 상당액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더 부담해야 한다.
상속받은 부동산을 추후 양도할 때 부담할 세금까지 고려하면 상속세를 신고할 때 부동산의 가액을 저가로 신고하는 것이 마냥 유리하지는 않다. 나중에 부담할 양도소득세까지 감안하고 상속공제액을 최대한 활용해 신고할 부동산의 가액을 결정해야 한다. 이때 감정이 필요하면 상속인들이 직접 비용을 부담하고 감정을 진행할 수도 있고 만약 상속개시 전후로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면서 은행으로부터 감정을 받았다면 그 감정평가 결과를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상증세법이 상속재산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미리 알아두고 이를 토대로 상속재산의 가액을 어떻게 신고하는 것이 좋을지 결정해두면 굳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더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허시원 변호사는 2013년부터 화우 조세그룹에서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조세 분야의 쟁송, 자문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삼일회계법인에서 공인회계사로 근무하며 회계, 재무 관련 실무경험을 쌓았다. 최근에는 부동산PFV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외국계IB 교육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 사모펀드 손실보상에 따른 조세이슈 자문 등 담당하면서 금융조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허시원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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