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들 승리로 끝난 '2차 한국앤컴퍼니 형제의 난'...법적 공방으로 이어지나
지분 경쟁 이후에는 법정 공방 등 이어질 듯
2년 만에 다시 벌어진 한국앤컴퍼니(옛 한국타이어)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둘째 아들의 승리로 끝났다. 조양래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 조현범 회장에 맞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첫째 아들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이 함께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며 시작된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은 차남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업계는 이후 법정 공방 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형제의 난'을 넘어 '가족(둘째 아들·아버지·큰아버지 VS 첫째 아들·첫째 딸·둘째 딸) 분쟁'으로 번진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지켜 낸 차남
MBK파트너스가 밝힌 공개 매수 청약 마감일은 25일이지만 23일부터 사흘 동안 휴일이기 때문에 실제 청약은 22일 오후 3시 30분 끝났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청약 마감 후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공개 매수가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청약률 등 정확한 결과는 27일 공시를 통해 알려질 예정이다. MBK파트너스는 5일 밝힌 공개매수 조건에서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최소 20.35% 매수하겠다'며 '청약 물량이 그에 미달하면 공개 매수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했다. 공개된 양측의 지분을 뺀 기타 지분(22.46%)의 90% 이상이 공개 매수에 참여해야 성공한다는 뜻이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 가능성을 높게 봐왔다. 이날 기준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조 회장이 우호 지분을 보태 47.19% 확보했고 조 고문과 MBK파트너스 쪽 지분은 30.35%다. 지분 확보 경쟁이 벌어지자 아버지 조 명예회장이 둘째 아들 손을 들었고 큰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도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우호 지분으로 나섰다.
사촌까지 나서자 지분 확보 경쟁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MBK파트너스는 공개 매수 단가를 2만 원에서 2만4,000원으로 올려 맞대응했다. 지분 1.5%를 보유하고 중립을 선언한 hy(옛 한국야쿠르트)는 이번 공개 매수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시장도 이런 예측에 동의하 듯 이날 한국앤컴퍼니는 전일보다 730원 내린 주당 1만6,38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MBK가 밝힌 공개매수 가격과는 7,620원이나 차이가 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3121218410002197)
형제의 난에서 가족 간 대결로
가족 간 분쟁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이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차남 조 회장(당시 사장)에게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전량 매각하자 첫째 딸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조 고문, 둘째 딸 조희원씨 등이 반발했다. 조 이사장이 앞장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했지만 지난해 4월 1심에서 재판부가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지만 2심 법원이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이면 2020년 이뤄진 블록딜이 무효가 될 수 있다. 2심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조 고문(당시 부회장)도 2021년 주주총회에서 동생 조 회장(당시 사장)과 표 대결을 펼쳤지만 경영권을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이후 정리된 듯했던 경영권 다툼이 5일 MBK파트너스와 함께 주식 공개 매수에 나서며 '2차 형제의 난'이 벌어진 것이다.
갈등이 격해지자 양쪽의 언어도 거칠어졌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20일 입장문을 통해 '돈에 눈이 멀어 천륜을 저버리는 언행'이라고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청구한 조 이사장 등을 비판했고, 이에 질세라 조 이사장 측도 21일 입장문을 통해 '(차남) 조 회장이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겨왔다"고 맞받아쳤다.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 매수에 실패하면 법정 공방도 벌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15일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 과정에 불법이 의심된다며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해둔 상태다. MBK파트너스는 또 '한국앤컴퍼니의 지배 구조가 부실하고 대주주는 사법 리스크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3월 200억 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MBK는 공개 매수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에서 쉽게 물러설 뜻이 없음을 밝히고 있다. MBK 관계자는 이날 "(공개매수 청약에)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지만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한국앤컴퍼니의)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MBK파트너스가)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kst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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