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명예회장과 겨울왕국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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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현대차그룹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HMMR)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매각 금액은 1만 루블, 우리돈 약 14만원입니다.
매각 뒤 2년 내 지분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조건(콜옵션)이 들어 있습니다.
전쟁이 마무리된 이후 빠른 재진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러시아 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었습니다.
격세지감입니다.
2010년 9월 23일 상트페테르부르크 준공식 날이었습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은 어린 아이처럼 하루 종일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푸틴 당시 총리가 준공식에 헬리콥터를 타고 왔습니다. 물론 예정 시간보다 몇시간 늦게.
사회자도 없는 단상에 올라 푸틴 총리는 "현대차 밖에 없다"며 상찬을 쏟아 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업체들이 잇따라 러시아 투자를 철회할 때였습니다.
푸틴은 정몽구 당시 회장을 향해 "약속을 지킨 분"이라고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현대차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두 사람은 공장에서 생산한 솔라리스(엑센트)를 함께 시승했습니다.
핸들을 잡았던 푸틴 총리는 단상 앞에서 급정거 하더니 내려서 정몽구 회장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한참동안 격하게 끌어안았습니다.
만찬이 끝난 뒤 행사장 뒤뜰에서 정몽구 회장은 수행원 한명과 함께 가벼운 산보를 했습니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미소였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아버지 정주영 창업주의 숙제를 이뤄냈다는 뿌듯함이었을지 모릅니다.
1989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는 당시 '소련'을 방문했습니다.
1990년에는 고르바쵸프를 만났습니다.
정주영 창업주는 당시 시베리아 가스관 연결 등 북방 사업 구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모스크바의 호텔에서 수행원들에게 "차도 팔아야 겠다"고 했습니다.
뜬금포에 수행원들이 놀라자 "도로가 저렇게 넓은데 차가 없잖아"라고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생산, 판매했던 대표차는 '솔라리스(엑센트)'입니다.
솔라리스는 라틴어로 태양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러시아 영화감독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제목이기도 합니다.
겨울왕국에서 현대차 솔라리스(태양)는 각렬한 이미지로 각인됐습니다.
이제 현대차는 겨울왕국을 떠났습니다.
언제 다시 태양이 뜰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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