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약전망] (상)‘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이 열린다
일라이릴리 ‘도나네맙’도 내년 1분기 허가 예상
[편집자주] 올 한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은 다소 얼어 붙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로 국내·외 바이오 시장이 급성장했으나 ‘코로나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전환하면서 코로나 치료제 수요가 줄어들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투자도 위축된 영향이다. 이런 가운데 2024년 제약바이오 시장에 다시 온기가 돌 것이란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알츠하이머’와 ‘비만·당뇨’ 치료제, ‘항암제’ 신약 연구개발(R&D)이 경쟁적으로 이어지면서 의약품 시장의 주요 성장 동력으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024년 제약바이오 시장을 이끌 주요 분야 동향과 전망을 짚어봤다.
제약바이오 업계는 다가오는 2024년 ‘용의 해’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앞다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상용화에 도전하면서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 같은 이상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 신경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오랫동안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는 알츠하이머 환자의 인지 저하 증상을 완화해주는 용도로 처방됐다. 하지만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등 개선시키지 못했다.
의학계가 오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원인을 제시하면서 제약사들도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개발한 경도 인지장애·초기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도 이 중 하나다. 이 약은 올해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공식 승인을 받았다. 일라이릴리도 알츠하이머 치료제 ‘도나네맙’을 내놓으며 뒤를 바짝 쫓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이 내년 1분기 승인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레켐비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치료제로, 치매 원인 물질로 꼽히는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으로 한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이보다 앞서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헴(성분명 아두카누맙)’은 FDA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로 승인한 최초의 약이다. 하지만 비싼 약값과 고용량에서만 효과가 나타나는 등 논란과 함께 상업적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레켐비는 7월 정식 허가 이후 미국 시장에서 처방 건수가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점을 보면 내년 레켐비의 처방 증가 추이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허가 여부를 지켜볼 만하다. 레켐비는 미국과 일본에서 승인됐고 현재 한국과 유럽, 중국, 캐나다, 호주, 영국, 스위스, 이스라엘, 싱가포르, 대만, 홍콩, 브라질에 허가 신청을 마치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레켐비는 또 정맥주사(IV)제형뿐 아니라 피하주사(SC)제형도 함께 개발됐다. 두 회사는 내년 3월까지 FDA에 레켐비 SC 제형 허가 신청을 할 예정이다. IV 제형은 환자가 2주에 한번 병원을 방문해 투여받는 식인데, SC 제제 허가를 획득할 경우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기 집에서 주사할 수 있어 편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2030년 레켐비 매출을 70억달러 목표로 제시했다. 2030년까지 레켐비 대상 환자 수가 250만명에 이를 것이란 추산이 반영된 것이다.
올해 6월 일라이릴리는 알츠하이머 항체치료제 ‘도나네맙’의 미국 내 판매 승인 신청을 마쳤다. 도나네맙은 아두카누맙과 레카네맙과 다르게,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 자체를 겨냥하고 있는데 내년 1분기에는 승인이 예상된다.
도나네맙 임상3상은 아무카누맙, 레카네맙과 똑같이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다른 임상 대비 알츠하이머가 더 진행된 환자군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또 알츠하이머의 또 다른 발병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타우’ 농도에 따라 두 환자군으로 나눠 진행했다. 임상 결과를 보면 1차 평가지표인 통합 알츠하이머 질환 평가척도(iADRS)를 만족시키며 임상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도나네맙’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질병 진행을 크게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기도 했다. 임상 결과를 보면, 아밀로이드 베타 음성 환자 비율이 전체 타우농도 환자군이 76.4%, 중저 타우농도 환자군이 80.1%를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도나네맙이 레카네맙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제거 기능이 더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치매 바로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에서는iADRS와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를 위약을 주입한 집단과 비교해 각각 60%과 46%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도나네맙의 뇌 부종 발생률은 24% 뇌 미세 출혈 부작용 발생률은 31.4%로 레카네맙과 비교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경도인지장애 환자군에서 레카네맙보다 효과가 좋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레켐비와 도나네맙의 출시로 2024년부터 본격적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수는 5400만명을 넘어섰다. 2050년까지 약 1억3100명의 알츠하이머 환자가 발생할것으로 예상된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기존에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부재했기 때문에 강한 미충족 수요가 예상된다”며 “이는 전체 항체치료제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알츠하이머 치매
현재까지 밝혀진 주된 발병 원인은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와 ‘타우 응집체에 의한 뇌신경 손상’이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정상인의 경우 아밀 로이드 베타가 만들어지고 분해되는 과정이 반복된다. 하지만 단백질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아밀로이드 베타가 과다 분비되고, 서로 뭉쳐서 거대한 덩어리인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형성한다.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전달시스템인 시냅스를 교란시키고 뇌 신경세포를 파괴한다. 타우 단백질은 신경세포내의 미세소관(microtubules)에 결합하여 안전성을 제공하고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단백질이다.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인화되면 미세소관에서 떨어져나와 서로 뭉치게 된다. 타우 단백질이 떨어져 나가면서 정보 및 영양분을 전달하는 미세 소관이 파괴되고 이는 곧 신경세포 파괴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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