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탈 뭉치기’ 창시자가 본 한국 e스포츠 발전 과제
(지디넷코리아=김성현 기자)한국 e스포츠가 태동한 2000년대 블리자드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우리에게 스포츠이자, 문화였다. 13년간 계속된 스타리그가 2012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자, 팬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 e스포츠는 끝났다”고 외쳤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롤)’가 등장했고, e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다시 활활 타올랐다.
1세대 프로게이머로 통하는 전 MBC게임 소속 프로게이머 서경종 대표는 ‘뮤탈 뭉치기’로 저그 종족에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이다. 서 대표는 2014년 프로게이머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업체 콩두컴퍼니를 공동 창업한 뒤, 이듬해 대표 자리에 올랐다. 스틸에잇으로 사명을 바꾼 회사는 지난해 라우드코퍼레이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라우드코퍼레이션은 롤과 ‘배틀그라운드’ ‘발로란트’ 등 e스포츠 리그 주최·운영과 프로게이머 매니지먼트 회사 슈퍼전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슈퍼전트는 프로게이머 이적 협상과 법률, 회계상 문제, 광고 계약 등을 책임지는 에이전시로, 카나비, 룰러 등 굵직한 선수들 50명이 소속됐다.
서경종 대표의 e스포츠를 향한 애정은 남다르다. 올해 '롤 월드 챔피언십'을 보며, 서 대표는 짜릿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서 대표는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에서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이 펼쳐지는 광경은 낯설면서도, 황홀했다”며 “결승전이 열린 고척스카이돔은 빈자리 없이 빼곡하게 관객들로 들어찼고, 연신 함성이 울려퍼졌다”고 설명했다.
서경종 대표는 “아시안게임에서 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우리나라는 금메달 영예를 안았고, 월드 챔피언십도 성료했다”면서 “게임이 스포츠로 인정받은 데 이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밝혔다.
라우드코퍼가 주관한 발로란트 대회는 한중일 게임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서 대표는 “일본에서 1만2천석 규모의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발로란트 열기가 뜨겁다”며 “중국 역시 흥행 속도가 빠른데, 이를 발판 삼아 오프라인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이 스포츠로 분류된 지 어느덧 20년. e스포츠 기업 수장으로서, 서경종 대표는 수많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고. 서 대표는 “그간 e스포츠 시장은 팀 단위, 다시 말해 프로게임단 중심으로 성장해 왔는데, 꾸준히 시장 파이를 키우려면 다변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며 “축구·야구·농구가 사랑받듯, 롤과 발로란트 등 다양한 게임 종목이 균형 있게 발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여기에 게이머 육성 시스템과 제작·방송 기술을 고도화해 선수와 시청자 모두 만족할 만한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망한 선수들을 빨리 발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거나, 팬들이 양질의 화질과 부연 기능 등을 제공받아 대회 재미를 한층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다”면서 “다른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협력해 비시즌에 선수들이 쉬면서, 틈틈이 활동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면 e스포츠 생태계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 대표는 또, 중동 시장을 눈여겨보고 진출 활로를 모색할 방침이다. 라우드코퍼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전액 출자한 새비게임즈 그룹이 3천400억원을 투자한 중국 VSPO와 협업해, 사우디 e스포츠 산업 진흥에 뜻을 함께하기로 했다. 라우드코퍼와 VSPO는 7년간 리그 제작, 운영 등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최근 새비게임즈 그룹은 2030년까지 게임·e스포츠 시장에 54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내년부터 수도 리야드에서 ‘e스포츠 월드컵’도 개최할 예정이다. 서 대표는 “국가별 선호하는 게임들이 각양각색”이라며 “e스포츠는 아직 성장 단계로, 그만큼 e스포츠 패권을 쥔 국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매섭게 치고 올라오는 사우디와 중국은 서 대표 입장에서는 견제 대상이자 기회다. 서 대표는 “징동닷컴, 웨이보, 빌리빌리 등 중국 유수 기업이 e스포츠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한국은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같은 정보기술(IT) 기업은 물론 삼성·LG·현대 등 재계에서도 시장에 무관심한 편”이라고 토로했다.
서 대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e스포츠 경기장 설립·지원에 활발한 만큼, 대기업과 투자 업계 등에서도 시장에 관심을 갖고 생태계 발전에 힘을 실어준다면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입지를 견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재작년까지 적자에 시달리던 라우드코퍼는 올해 연매출 240억원을 돌파하고, 1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다.
서경종 대표는 끝으로 "내년 연매출 300억~400억원, 영업이익 20억원을 웃돈 ‘e스포츠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김성현 기자(sh0416@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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