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과 SH, 1200억 적자 세빛둥둥섬도 모자라 8000억 수상버스를?
'서울에 집 지을 곳 없어, 한강개발에 나선다'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검토 중인 한강개발사업은 수상관광호텔, 대관람차 서울링, 한강아트피어, 수상버스(리버버스) 등 8000억 원 규모다. 말 그대로 "니가 왜 거기서 나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집 대신 적자 예상 수상버스 만드는 SH공사
지난 11월 3일 서울시의회 주택공간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 따르면, 한강 리버버스 운영을 위해 SH공사가 85% 지분(42억5000만 원)을 투자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15%(7억5000만 원)를 투자한 (주)이크루즈와 공동으로 운영한다. 이를 위해 SH공사는 480억 원을 들여, 40억 원씩 12대의 리버버스를 건조할 계획이다. 이 중 6대는 (주)이크루즈가 대여해 운영을 하고, 나머지 4대는 SH공사가 직접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2대는 예비 선박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4년 예산안에 리버버스 선착장 예산으로 208억 원을 편성해, 서울시의회에 제출했다.
한강 리버버스는 지난 3월 오세훈 시장이 유럽 출장에서 런던 리버버스를 체험한 후 검토를 지시한 사업이다. 김포골드라인에서 혼잡으로 인한 실신 사고가 잇따르자 마치 대안인 양, 면밀한 검토 없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시의 구상대로 김포시민들의 접근성을 고려해 한강아라갑문에 선착장을 설치하고, 버스노선을 신설해 고촌역과 연결한다고 하더라도, 고촌역에서 한강아라갑문까지 10분 이상 걸린다. 반면, 고촌역에서 김포골드라인의 마지막 역인 김포공항역은 바로 한 정거장이고, 김포공항역에선 9호선이나 5호선을 이용해 여의도까지 20~30분 안에 이동할 수 있다. 따라서, 리버버스를 이용해 여의도로 이동하는 것이 훨씬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서울시 미래한강본부가 시의회에 제출한 '한강 리버버스 운영사업 실시 협약서 동의안'의 리버버스 운영 비용추계서에 따르면, 2024부터 6년간 약 80억900만 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서 승선률은 평균 20%다. 10대의 리버버스가 7곳의 한강 선착장을 오간다는 계획이지만, 10대의 배 중 8대는 빈 채로 돌아다니는 셈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리버버스를 대중교통으로 보고, 적자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한강 리버버스 사업에 참여하는 (주)이크루즈는 7억5000만 원을 투자해, 40억 원짜리 6대의 리버버스를 운영하면서, 적자가 나면 서울시 재정 지원을 받고, 흑자가 나면 이익을 보는 구조다. 서울시는 한강개발 사업을 민간자본으로 추진할 계획을 밝혀왔다. 서울시의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취지다. 그러나 SH공사가 몸통인 리버버스 사업의 예를 보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서울시가 독박 쓰는 구조다.
사업 재검토 요구에 SNS로 사실 호도
서울환경연합은 지난 11월 8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은 서울시민들이 고스란히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한강 리버버스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다음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 글에서 "리버버스 같은 대중교통사업 즉, 인프라 사업은 최소 2~3년 적자를 감수하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서울시민에게 꼭 필요하다고 판단해 과감하게 시작하려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지하철·버스·따릉이 모두 만년 적자 사업이라면서 "초기 적자가 일정 기간 지속되더라도 리버버스를 꼭 '시민의 발'로 완성도 있게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페이스북에선 호언했지만, 한편으론 발 빠르게 리버버스 사업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11월 13일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주용태 미래한강본부장은 김포시 탓을 하며, 아라한강갑문 리버버스 선착장은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포시가 마련하기로 한 버스노선 신설이라든지, 진입로 및 주차장 등을 갖추지 못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런 경우 노선은 여의도~잠실 구간으로 축소하게 된다.
또 다음날 이어진 행정사무감사에서 주용태 미래한강본부장은 SH공사가 12대의 리버버스를 건조해서 6대를 (주)이크루즈에 대여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하여, 8대의 리버버스를 민간사업자와 함께 건조하는 계획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의도한강공원 재구조화 공사를 실시하여 현재 소형차 171면 규모의 주차장을 소형차 150면, 버스 21면을 추가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라뱃길에서 운항 중인 1000톤급 현대유람선을 정박할 수 있는 선착장을 위해 마련한 것이다. 통영에서 건조 중인 선착장은 내년 봄이면 서울 여의도에 도착한다. 여기에 490억 원의 재정을 투자해 2026년까지 서울항을 조성한다는 계획도 함께 밝혔다.
서울항을 출발한 5000톤급 크루즈선이 아라뱃길과 서해안을 거쳐, 남해안까지 운항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국제선 운항 계획은 2028년 이후로 미뤘다.
악몽이 된 세빛둥둥섬과 수상택시의 기시감
오세훈 시장의 한강 개발에 대한 욕심은 어디서 끝날지 모른다. 그러나 오 시장이 과거 한강르네상스에 벌인 한강개발 사업들을 돌이켜보면, 미래가 훤히 보인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시작된 세빛둥둥섬은 세빛섬으로 이름을 바꾸고 10년째 운영 중이지만 누적적자가 1200억 원이 넘는다. SH공사는 29.9%의 지분으로 참여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금까지 적자 난 책임을 전임 시장 탓으로 돌리려 하지만, 아직 세빛섬을 활성화할 뚜렷한 대책을 세운 바 없다. 세빛섬이 적용을 받는 규제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한강르네상스 사업으로 출발한 수상택시 사업은 개점 휴업상태에 가깝다. 현재 9대의 수상택시 중 5대는 고장이고, 4대가 멀쩡한데, 탑승객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고장 난 수상택시는 수입한 거라 수리할 여건도 못 된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용태 미래한강본부장은 지난 10년간 수상택시를 활성화화려는 의지가 부족했다며, 전임 시장 탓을 했다.
실상이 이러한대도, SH공사를 앞세운 한강 개발은 하나씩 추진 중이다. SH공사는 이미 지난 9월 27일부터 '서울시 대관람차 및 복합문화시설 조성 민간투자사업 공동사업제안자 공모'를 진행 중이고, 11월 중 공동사업 제안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오세훈 시장은 권한이 살아 있을 때까지 오세훈표 한강개발 사업을 밀어붙일 모양새다. 한강르네상스 때 추진해 실패작으로 평가받는 사업에 대해서도 남 탓만 연발하는 것을 보면, 문제의 원인을 잘 파악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 나 몰라라 한강개발 시즌 2
한강종합개발(1962~1988)의 결과, 서울의 한강은 과도한 개발로 몸살을 앓아왔다. 그 후로 수십 년간 서울시는 한강개발에 대한 성찰로 자연성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왔다. 오 시장은 그간의 성찰에 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채, 과거 한강종합개발을 재현하려는 듯 한강의 새로운 부흥을 꿈꿨다. 그 정점에 한강을 교통수단으로 만드는 서해주운 사업과 수상교통 활성화가 있다.
2012년 스스로 직을 던졌던 그가, 10년 만에 다시 돌아와 한강르네상스 시즌2(그레이트한강프로젝트)를 같은 당 소속의 시의원이 다수라는 점을 무기로 맹렬한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한강시민위원회도 자신의 개발 정책을 반대할 법한 인사들은 일찌감치 배제했다.
당장 내년부터 여의도한강공원에서 공사를 벌인다. 한강 둔치에 차량이 더 많이, 더 쉽게 들어오도록 하는 목적이다. 시민들이 선착장까지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해서 한강의 접근성을 높여보려는 조치다. 둔치의 콘크리트를 걷어내야 할 판에 한강의 모래를 끊임없이 파내고, 철새들의 이동통로로서 중요한 한강을 뱃길로 만들어 가고 있다. 더 많은 공간을 자연에 돌려줘야 한다는 것은 기후위기시대의 철칙 중 하나다. 폭우와 집중호우 등 빈발하는 재난 상황에서 한강은 시민들의 안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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