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새로 지었다면 막았을텐데…” 세종 목욕탕서 입욕객 3명 감전에 사망
다른 여성이 탈의실서 신고
세종시, 지역 목욕탕 일제 점검 실시
크리스마스 하루 전날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목욕탕에서 입욕객 3명이 감전돼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세종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오전 5시 37분쯤 조치원읍 죽림리 모텔 건물 지하 1층 여성 목욕탕에서 온수탕 안에 있던 입욕객 70대 3명이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온수탕 안에 있던 이들 3명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는 것을 탈의실에 있던 다른 여성이 보고 119에 신고했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신고 접수 후 8분 만인 5시 45분쯤 현장에 도착해 심정지 된 이들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라며 “이후 환자들을 차례로 인근 병원에 이송했다”고 말했다.
당시 여탕에는 이들 외에 입욕객들이 더 있었지만 온수탕에 들어갔던 3명만 변을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인 관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과 소방당국, 한국전기안전공사 등은 정확한 사고 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세종소방본부 관계자는 “감전된 입욕객들의 신원 등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욕탕에서 누전(감전)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누전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후 1차 합동 감식을 벌였다”라며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원인을 밝혀내기 위한 관련 내용을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했다.
경찰 등은 조만간 2차 합동 감식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사고가 난 건물은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로, 1984년 12월 사용이 승인됐다. 지하 1층은 여탕, 지상 1층은 카운터와 남탕, 2∼3층은 모텔로 사용됐다.
세종시에 따르면 이 목욕탕은 지난 6월 전기안전공사 안전점검 당시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인근 주민들은 해당 건물이 워낙 노후화한 탓에 누전이나 화재 등 사고 위험이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건물 옆에 부착된 배전함 밖으로는 일부 전선과 고무관 등이 삐져나온 채 방치돼 있었다.
인근에서 만난 70대 주민 최모씨는 “수년 전만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았던 곳”이라면서 “목욕탕 시설이 워낙 낙후돼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발길을 끊게 됐다. 얼른 건물을 새로 지었다면 이러한 사고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지역 내 목욕탕 20여 곳의 전기안전을 일제히 점검할 계획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유가족별로 지원 전담 직원을 지정하는 등 시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살피겠다”라며 “시 전반에 걸쳐 겨울철 전기시설물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 조치 상황을 관리하는 동시에 한국전기안전공사 등과 긴급안전점검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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